린츠, 융합기술로 강렬한 경험… 베를린, 역사 아픔 예술로 승화
2024년 12월 29일(일) 19:15 가가
[선진 유네스코 창의도시에서 배운다 - 광주미디어아트 창의도시 미래는?]
광주, 미디어아트창의도시 지정 올해로 10년째
도시 간 교류·UCCN 네트워킹으로 도시 브랜드 제고
멜버른, 세계 최초 무료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다양한 정보·문화공간 제공…연간 190만명 방문
오스틴, 글로벌 음악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영화·코미디 등으로 영역 확대…세계 3대 축제 부상
광주, 미디어아트창의도시 지정 올해로 10년째
도시 간 교류·UCCN 네트워킹으로 도시 브랜드 제고
멜버른, 세계 최초 무료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다양한 정보·문화공간 제공…연간 190만명 방문
오스틴, 글로벌 음악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영화·코미디 등으로 영역 확대…세계 3대 축제 부상
올해는 광주가 유네스코로부터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된 지 1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이다. 지난 2004년 창의성을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으로 내세운 유네스코 창의도시(UCCN)는 국가가 아닌 도시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녔다. 유네스코 창의도시가 되면 해당 분야의 도시 간 교류는 물론 UCCN의 네트워킹을 매개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국제 무대에서 통하는 ‘유네스코’라는 로고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부가가치가 높은 자산이다.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오스트리아 린츠
문화와 예술로 이미지를 바꾼 도시를 꼽는 다면 단연 오스트리아의 린츠(Linz)다. 유럽의 문화수도 프로젝트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를 지렛대로 칙칙한 공업도시에서 화사한 문화도시로 변신했다.
특히 세계 최초의 뉴미디어 아트페스티벌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The Ars Electronica Festival)은 그 진원지다.
린츠가 유럽의 문화수도이자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된 데에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공이 컸다.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매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을 관람하기 위해 행사기간에만 10만 명이 다녀갈 정도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인상적인 공간은 일명 딥 스페이스(Deep Space 8K)로 불리는 ‘8K극장’이다. 폭 16m, 높이 9m에 달하는 압도적인 스케일은 방문객들에게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3D 안경을 끼고 즐기는 인체의 신비나 광활한 우주 탐험, 영상에 담아낸 중세시대의 건축물 등은 마치 ‘직관’하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지역사회와의 소통이다. 일반 예술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해한 콘셉트인 ‘아트와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콘텐츠 개발과 동시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시민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기획들을 진행하는 한편 시민들 역시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통해 창의력을 얻는 선순환 체를 가꾸고 있다.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멜버른
오스트레일리아의 최남단에 위치한 멜버른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도시다. 7년 연속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1위인 데다 지난 2004년 국내에서 방영된 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촬영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8년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가입으로 호주의 문화예술을 이끄는 대표 도시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1854년에 건립된 세계 최초의 무료 공공도서관인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Victoria State Library)이 있다. 매해 190만 명이 방문하는 도서관은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시민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문화 공간을 제공한다.
빅토리아 주립도서관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은 ‘라 트로브 열람실’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1층에서 본 평면적인 열람실 풍경과는 다른 스펙터클한 장관을 연출한다. 1913년 건립된 8각형의 돔, 3만2000여 권의 책과 320석의 열람석이 어우러진 모습은 압도적이다.
150여 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빅토리아 주립도서관은 살아 있는 문화보고이기도 하다. 유명 탐험가인 제임스 쿡 선장의 저서와 멜버른을 창건한 존 배트먼(John Batman)의 일기 등 빅토리아주의 중요한 사회·문화적 유산은 물론 2백만 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 베를린
베를린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힙한’ 도시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30년간 전쟁, 분단, 통일의 과정을 거친 베를린은 어두운 역사를 예술적 영감으로 활용해 베를린만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해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주택 임대료, 역동적인 일자리들은 젊은이들을 베를린으로 불러들였다.
역사의 아픔을 문화와 예술로 승화시킨 베를린은 지난 2006년 또 한번 도시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를 맞게 된다. 독일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에 선정된 것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속속 밀려들면서 풍성해진 인적 인프라와 독일이 지닌 디자인 경쟁력을 결합시켜 문화도시에서 창의도시로서 도약하기 위해 야심찬 도시 브랜드 프로젝트를 추켜들었다.
실제로 디자인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한 이후 베를린의 창의산업은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뤄냈다. 지난 2017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가 발표한 베를린의 ‘2008~2016년 통계’에 따르면 베를린의 창의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은 19만5000명이 넘는다. 이는 전체 산업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창의산업에 관련된 기업은 3만 여개에 달하고 이들이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18억 유로에 달한다.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오스틴
매년 3월이면 미국 텍사스주의 오스틴 시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음악팬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글로벌 음악축제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이하 SXSW) 때문이다.
우리 말로 직역하면 ‘남남서’로 매년 미국의 남남서부(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박람회 성격의 행사다.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해 평균 50여 개국에서 2만여 명의 음악관계자들과 2000여 팀의 뮤지션이 참가한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잘 나갔던 건 아니다. 지난 1987년 창설된 SXSW는 뉴욕이나 LA에 비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그저 그런 축제 가운데 하나로 출발했다. 제1회 축제의 예상 방문객은 150명이었다. 하지만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년 꾸준히 성장해왔다. 초기 ‘음악’이라는 단일 콘셉트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축제는 영화, 코미디, 인터랙티브(Interactive)까지 영역을 넓혀 글로벌 IT·엔터테인먼트 페스티벌의 간판 주자가 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의 경우 102개국에서 43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SXSW가 세계 3대 축제로 부상한 데에는 유네스코 창의도시의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2년 창의경제와 스미트산업(영화, 디지털 미디어, 게임) 등을 우선 순위에 둔 ‘Imagin Austin’ 프로젝트를 추진한 오스틴은 2015년 미국에서는 최초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글·사진=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문화와 예술로 이미지를 바꾼 도시를 꼽는 다면 단연 오스트리아의 린츠(Linz)다. 유럽의 문화수도 프로젝트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를 지렛대로 칙칙한 공업도시에서 화사한 문화도시로 변신했다.
린츠가 유럽의 문화수도이자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된 데에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공이 컸다.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매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을 관람하기 위해 행사기간에만 10만 명이 다녀갈 정도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지역사회와의 소통이다. 일반 예술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해한 콘셉트인 ‘아트와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콘텐츠 개발과 동시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시민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기획들을 진행하는 한편 시민들 역시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통해 창의력을 얻는 선순환 체를 가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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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도시에서 미디어아트 발신지로 변신시킨 린츠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전경. |
오스트레일리아의 최남단에 위치한 멜버른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도시다. 7년 연속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1위인 데다 지난 2004년 국내에서 방영된 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촬영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8년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가입으로 호주의 문화예술을 이끄는 대표 도시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1854년에 건립된 세계 최초의 무료 공공도서관인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Victoria State Library)이 있다. 매해 190만 명이 방문하는 도서관은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시민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문화 공간을 제공한다.
빅토리아 주립도서관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은 ‘라 트로브 열람실’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1층에서 본 평면적인 열람실 풍경과는 다른 스펙터클한 장관을 연출한다. 1913년 건립된 8각형의 돔, 3만2000여 권의 책과 320석의 열람석이 어우러진 모습은 압도적이다.
150여 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빅토리아 주립도서관은 살아 있는 문화보고이기도 하다. 유명 탐험가인 제임스 쿡 선장의 저서와 멜버른을 창건한 존 배트먼(John Batman)의 일기 등 빅토리아주의 중요한 사회·문화적 유산은 물론 2백만 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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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의 상징인 8K극장(Deep Space 8K). |
베를린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힙한’ 도시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30년간 전쟁, 분단, 통일의 과정을 거친 베를린은 어두운 역사를 예술적 영감으로 활용해 베를린만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해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주택 임대료, 역동적인 일자리들은 젊은이들을 베를린으로 불러들였다.
역사의 아픔을 문화와 예술로 승화시킨 베를린은 지난 2006년 또 한번 도시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를 맞게 된다. 독일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에 선정된 것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속속 밀려들면서 풍성해진 인적 인프라와 독일이 지닌 디자인 경쟁력을 결합시켜 문화도시에서 창의도시로서 도약하기 위해 야심찬 도시 브랜드 프로젝트를 추켜들었다.
실제로 디자인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한 이후 베를린의 창의산업은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뤄냈다. 지난 2017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가 발표한 베를린의 ‘2008~2016년 통계’에 따르면 베를린의 창의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은 19만5000명이 넘는다. 이는 전체 산업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창의산업에 관련된 기업은 3만 여개에 달하고 이들이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18억 유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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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를 통해 역동적인 도시로 거듭난 베를린의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
매년 3월이면 미국 텍사스주의 오스틴 시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음악팬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글로벌 음악축제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이하 SXSW) 때문이다.
우리 말로 직역하면 ‘남남서’로 매년 미국의 남남서부(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박람회 성격의 행사다.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해 평균 50여 개국에서 2만여 명의 음악관계자들과 2000여 팀의 뮤지션이 참가한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잘 나갔던 건 아니다. 지난 1987년 창설된 SXSW는 뉴욕이나 LA에 비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그저 그런 축제 가운데 하나로 출발했다. 제1회 축제의 예상 방문객은 150명이었다. 하지만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년 꾸준히 성장해왔다. 초기 ‘음악’이라는 단일 콘셉트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축제는 영화, 코미디, 인터랙티브(Interactive)까지 영역을 넓혀 글로벌 IT·엔터테인먼트 페스티벌의 간판 주자가 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의 경우 102개국에서 43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SXSW가 세계 3대 축제로 부상한 데에는 유네스코 창의도시의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2년 창의경제와 스미트산업(영화, 디지털 미디어, 게임) 등을 우선 순위에 둔 ‘Imagin Austin’ 프로젝트를 추진한 오스틴은 2015년 미국에서는 최초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글·사진=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