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문화계 결산<3> 문학
2024년 12월 29일(일) 18:05
광주 출신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이은 두번째 노벨상 지역 자부심
동주문학상에 원도이 시인…해외작가상에 서연우·윤희경 시인
아시아문학페스티벌 개최…지역 출신 작가들 창작집 발간도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문학출판계 최고의 뉴스는 단연 광주 출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었다. 문학 출판 관계자들이나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강이 언젠가는 노벨상을 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벼락 같이’ 수상을 하게 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작가로는 처음이자 역대 여성 노벨상 수상자로는 12번째였다. 문단 안팎에선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쾌거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2014년에 펴낸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는 5·18 상흔을 섬세한 문체와 감성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아울러 제주 4·3 사건의 비극적 역사를 각기 세 여성의 시선으로 묘사한 ‘작별하지 않는다’도 현대사의 비극과 상처를 시적인 문체로 그린 소설로 호평을 받았다.

소설가 한승원 씨의 딸인 한강 작가는 탄탄한 문학성을 인정받아 일찍이 한국 문단의 차세대 주역으로 꼽혔다. 한강은 국내 유수의 문학상은 모두 탈 정도로 이미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만해문학상을 비롯한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상 선정 이유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육체와 영혼,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이번 노벨상 수상 이외에도 지난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폭력적인 삶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단절한, 그로 인해 죽음에 다가가는 한 여성을 그린 작품이다. 폭력적이고 관능적인 일면을 서정적이면서도 환상적으로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

영어권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영어권 출판업자들 추천을 받은 소설을 대상으로 평론가, 작가, 학자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수상작을 결정한다.

광주일보와 시 전문지 계간 ‘시산맥’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제9회 동주문학상은 원도이 시인(수상작 ‘토마토 파르티잔’ 등 5편)이 선정됐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담긴 시 정신을 구현하고 이를 널리 확산하기 위하여 제정된 동주문학상은 광주일보와 동주문학상제전위원회, 계간 ‘시산맥’이 공동으로 주관한다.

심사를 맡은 장석주, 송재학, 김이듬 시인은 원도이 시인의 작품에 대하여 “들쭉날쭉하지 않은 시적 성취에 이른 점, 낯익은 사물을 낯설게 인지하는 가운데 의미의 장력을 매우 능숙하게 만드는 점에서 원도이 시인의 시가 심사위원들의 고른 지지를 받은 결과”라고 평했다.

동주문학상과 함께 제정된 동주해외작가상은 해외에서 우리말로 시를 쓰는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제다. 제9회 수상자는 미국 LA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연우 시인의 ‘재단사’ 등 5편과 호주 시드니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희경 시인의 ‘고흐의 색’ 등 5편이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아울러 해외에서 거주하며 윤동주 시인의 뜻을 시로 이어나가는 이들에게 수여하는 동주해외작가특별상은 김오 시인이, 해외에서 우리말로 시를 쓰는 신인들을 위해 제정한 제5회 동주해외신인상은 김수수 시인이 각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제 5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지난 9월 ‘아시아의 도시, 인간과 비인간의 이야기’를 주제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렸다. 인간과 비인간(AI, 유령)이 공존하는 아시아 도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으며 싱가포르를 비롯해 팔레스타인, 몽골,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제5회 아시아문학상 수상자로는 팔레스타인 소설가 아다니아 쉬블리가 선정됐다. 아시아문학상선정위원회는 “문학을 통해 전쟁과 평화를 성찰할 수 있는 서사의 힘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아다니아 쉬블리는 이스라엘 병사에게 억울하게 죽은 소녀의 죽음을 추적해 인간 존엄과 역사의 진실을 밝혀가는 ‘사소한 일’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지역 출신 작가들의 창작집 발간 소식도 잇따랐다. 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 김동하 작가가 판타지 장편 ‘그림자가 사라진 정오’를, 이연초 작가는 두번째 소설집 ‘보스니아 레드’를 펴냈다. 최유안 작가(전남대 독일언어문학과 교수)는 통일·분단·이주문제를 형상화한 ‘새벽의 그림자’를 발간했다.

김준태 시인은 시집 ‘물거미의 노래’가 독일어로 번역돼 현지에서 발간했으며, 광주 출신 나종영 시인은 23년만에 세번째 시집 ‘물염의 노래’를 펴내 눈길을 끌었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휘말려 옥고를 치렀던 송기원 작가가 별세했다. 또한 광주전남작가회장을 역임한 광양 출신 박혜강 소설가도 올해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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