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징어 게임2’ 개봉, 신드롬 이어갈까
2024년 12월 29일(일) 17:50
최근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동시개봉 공유·이병헌·이정재 등 주역
개봉 하루 만에 전세계 92개국서 시청 기록 1위 올라… 귀추 주목
주최측 진실에 접근하는 내용 임시완, 이진욱, 탑 등 신규 캐릭터

지난 26일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오징어 게임2’가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서 가장 많이 시청된 콘텐츠’로 집계됐다. 세 번째 게임인 ‘둥글게 둥글게’ 참가자들. <넷플릭스 제공>

“이러다가 다 죽어!”(시즌1·2에 모두 등장한 깐부할아버지, 프론트 맨의 대사)

지난 26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오징어 게임2’는 속편이 원작을 넘기 힘들다는 ‘소포모어 징크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주역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로 오겜 신드롬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개봉 하루 만에 뉴질랜드를 제외한 모든 나라(미국, 프랑스 등·플릭스페트롤 집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로 꼽히면서 시즌1 기록을 넘어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름한 모텔에서 딱지맨(왼쪽)과 접선한 기훈은 목숨을 걸고 ‘러시안룰렛’ 게임을 한다.
영화는 지난 시즌 최종 우승했던 456번 참가자 송기훈(이정재 분)이 상금 456억 원을 거머쥐었으나, 주최 측 비밀을 파헤치려 3년 만에 게임에 재참가하면서 시작된다.

기훈은 딱지맨(공유)과 접선하기 위해 인력을 동원하고 그를 찾아 ‘러시안룰렛’을 진행한다. 리볼버에 총알을 한 발만 넣고 번갈아 가며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에서 보여준 공유의 메소드 연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게임에 참가한 새 인물들의 캐릭터성도 도드라진다. 코인 유튜브 채널 ‘진기명기’를 운영하다 투자 사기를 유도한 채 도망친 명기(임시완), 전직 해병대원이자 과도한 남성성을 내세우는 대호(강하늘) 등이 섭외됐다.

용식(양동근)과 그의 모친 금자(강애심),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특전사 출신 트랜스젠더 현주(박성훈)를 비롯해 명기의 전 애인으로 임신 중인 준희(조유리)도 눈길을 끄는 캐스팅이다. 이들은 저마다 게임에 참가하게 된 사연을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개인 서사를 부각시켰다.

주·조역들의 죽음을 소모적으로 다루지 않기 위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내는 전략은 이해가 된다. 다만 게임의 외화(外話)를 지나치게 부연하다 보니 다회차 시리즈 특성 상 집중력이 흩어지는 면도 있다. 타노스(탑)의 어색한 랩 대사 또한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두 번째 게임인 ‘5인 6각 근대 5종’은 다섯 사람이 한 조를 꾸려 딱지치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돌리기, 제기차기를 제한시간 내에 성공해야 한다.
살인 게임은 시즌1에서 선보였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다시 막을 올렸다. 새로운 장면을 기대했을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겠으나, 오겜의 시그니처와 같은 ‘영희 인형(동작감지장치)’이 참가자들을 학살하며 초입부터 서스펜스를 고조시킨다.

매 게임이 끝난 뒤 OX 투표를 통해 속행 여부를 판단한 점도 새롭다. 이는 얼핏 민주적으로 보이지만, 각자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결집한 군중 심리가 전체 목숨을 좌우하게 돼 한계성을 드러낸다.

지난 시즌에서 성기훈이 ‘달고나 뽑기’ 게임을 했던 것과 달리 두 번째는 ‘5인 6각 근대5종’이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뤄 딱지치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돌리기, 제기차기를 제한 시간 내에 성공해야 했다. 다섯 개 한국 전통연희를 묶어 소개하면서 새로운 자극(게임)의 부재를 어느 정도 보완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이 장면에서 신해철 ‘그대에게’나 무한궤도의 노래가 흘러나왔던 점, 신파적이거나 클리셰적인 대사로 채워진 대목은 호불호가 갈린다.

할로윈 데이로 인해 각양각색 분장한 사람들 틈에서,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관계자를 찾고 있는 기훈의 모습.
가장 호평을 받는 씬은 세 번째 ‘둥글게 둥글게’다. 참가자들은 제한 시간 내에 정해진 인원을 모아 방에 들어가야만 총격을 피할 수 있다.

배신과 권모술수가 난무한 이 참극은 자연스럽게 ‘화장실 난투극’과 ‘소등의 밤’으로 이어진다. 공식적인 게임은 아니지만 참가자들은 서로 흉기를 휘두르며 오징어 게임의 ‘빅 이벤트’를 스스로 만들어 갔다.

서사의 핵심이 되는 장면은 주인공 기훈을 중심으로 한 총기탈취 사건이다. 이들은 팀을 꾸려 병정(진행요원)에게 총기를 뺏은 뒤 컨트롤 룸으로 향했다.

기훈 일행은 미스터리를 한 꺼풀씩 벗겨 나가면서 진실에 가까워졌지만, 참가자인 척 동행했던 1번 참가자(프론트맨·이병헌)의 배신에 가로막히면서 계획은 좌초된다. 이 장면을 끝으로 시리즈는 막을 내리고 시즌3를 예고(내년 상반기 공개 예정)한다.

‘프론트 맨’ 역을 맡은 이병헌.
한편 시즌2는 개봉 전부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르면서 화제를 모았다.

결말로 나아가는 교두보에 가까운 시즌이기에 ‘평이하다’는 혹평이 뒤따르지만,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캐릭터 ‘빌드 업’과 절정으로 치닫는 극적 갈등이 필수불가결했다는 평가다.

시즌3는 아직 회수되지 않은 복선이 서사의 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준호(위하준)를 중심으로 한 수색팀과 선장(오달수)의 배신, 게임에 병정으로 잠입한 노을(박규영) 등 못다한 이야기들은 기대감을 더한다.

다만, 클리셰적인 전개를 지양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지가 관건이다. 아들 용식이 자신의 불효를 반성하는 대목, 준희와 명기의 감정 해소 등은 필요한 내용이지만 ‘예측 가능한 선’에서 펼쳐진다면 기다림이 퇴색될 수 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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