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 교통사고 처리비용 압박 받고 결근 기간 숨졌다면...
2024년 12월 22일(일) 19:35
버스기사 평균임금 산정시점은 언제?
1심 “숨진 당일”·2심 “가출한 날”
교통사고 처리비용을 회사로부터 전가받은 시내버스 기사가 결근 기간에 숨졌다<2021년 6월 23일 광주일보 6면>면 평균임금 산정 시점은 언제일까.

현행법상 ‘사망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는 점에서 1심은 숨진 당일을 기준으로 잡았지만, 항소심에서는 가출한 날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광주고법 행정1부(재판장 양영희)는 버스기사로 일하다 숨진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 측을 상대로 제기한 평균임금 정정 불승인 등 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2일 밝혔다.

기간제 버스기사로 2년을 일하던 A씨는 정규직 전환 후 11일 만에 발생한 4차례의 사고처리에 대해 사업주로부터 사고처리(보험)말고 개인비용으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아 무리한 합의금 요구에 견디다 못해 숨졌다.

개인비용으로 사고를 처리해야 하는 문제를 놓고 극심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던 끝에 A씨는 아내에게 ‘미안해, 힘들어서 못 하겠어,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문자를 보낸뒤 5일간 출근하지 않고 잠적했으며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유족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이후 A씨의 평균임금 산정 기준이 문제가 됐다. 평균임금은 퇴직금, 휴업급여, 산재 보험급여, 유족급여, 장례비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5일간 무단 결근을 했다면서 해당 기간의 임금을 공제하고 평균임금을 결정(6만 9862원)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평균임금 산정 사유가 발생한 날인 가출날까지 산정해야한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결근한 기간동안 스트레스 또는 우울증 등의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고 A씨 스스로 판단해 무단 결근한 기간을 휴업기간으로 볼수 없다”며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아내에게 남긴 메시지 등을 보면 A씨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부담으로 인해 인식능력이 낮아져 정신 이상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가 결근한 5일간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기간에 해당해 결근기간 등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액을 산정하는 것은 평균임금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고 원심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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