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울지 마요. 우리가 민주주의 지킬게요”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편집국 부국장
2024년 12월 18일(수) 00:00 가가
“요즘엔 인터넷에서 글만 봐도 눈물이 나네요.”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주변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눈물버튼도 다양했다. 광장을 가득 메운 MZ 세대들의 당찬 발언에 울컥하고, 응원봉을 흔들며 그냥 밝게 노래를 부르는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했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시위 현장에 쓰레기 하나 남지 않은 사진에도 눈물이 흐른단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 뼈저리게 느끼는 날들이었기에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영상을 보며 그리워하고 먹먹함을 느낀다는 이들도 많았다.
나는 “부끄럽고, 미안하고, 반성한다”며 울컥한 ‘어른’의 발언이 담긴 영상에 달린 10대, 20대들의 댓글에 뭉클해졌다. “아저씨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이제 우리 젊은 세대가 민주주의를 지켜줄게요”, “기성 세대분이 포기하지 않고 지켜주신 민주주의를 이대로 뺏길 순 없으니까요.” “아저씨 울지 마세요. 계엄사태를 겪으며 어른 세대들이 어떤 시절을 걸어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은 지난 10일 광주시청에서 열렸던 한강 작가 노벨상 축하 행사 ‘광주에서 온 편지’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지혜학교 10대 학생들과 70대 어르신들이 함께 한강의 작품과 오월 광주와 비상계엄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흥겨운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독일 교포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즐거워했고 모두가 하나된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세대와 세대의 연대
“모두가 하나”라는 그 절정의 순간을 지난 주말 직접 느꼈다. 금남로를 가득 메운 수만명의 시선이 대형 전광판을 통해 생중계 되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했을 때 내 곁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일행, 초등학생·중학생 아이와 함께 나온 부부가 있었다. 또 NCT 응원봉을 든 20대 여성 셋, ‘아모르 파티’에 열심히 몸을 흔들던 60대 여성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들고 있던 10대 소녀도 보였다. 하얗게 센 머리의 어르신들도 물론 함께였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상’,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목청껏 부르고 “탄핵”을 외치던 이들은 ‘탄핵 소추안 가결’이라는 말에 환호성을 질렀고, 눈물을 흘렸다.
칼바람이 부는 그날 저녁, 수많은 사람들과 여의도 마포대교를 건너 집으로 돌아가던 서울의 지인은 “밝고 질서 있는 모습으로 시위를 하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했다.
‘괴물’이 되어버린 대통령 때문에 대한민국호가 좌초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어쩌면 이번 비상 계엄 사태가 대한민국에 전해준 선물은 세대간 통합인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집회 현장에서 불려지는 노래가 담긴 ‘플레이 리스트’를 공부하고 MZ의 상징인 응원봉을 구입하기도 했다. 청년들은 어른 세대들이 피와 눈물로 일궈낸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되새기며 역사 속으로 한 발 더 다가섰다.
응원봉 집회가 그 어렵다는 아이돌 팬덤을 통합시켰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이번 사태는 평행선을 그으며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던 세대 간의 갈등을 불식시키고 연대의 끈을 이어줬다.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는 점이 커다란 결실이었다.
지난 10월 네덜란드 로테르담 시립도서관을 취재했을 때 인상적이었던 게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관계자는 연령대를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는 통합 프로젝트를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역설했다.
‘응원봉’이 상징하는 것
그의 말을 들었을 때 지난해 충장축제 현장에서 만났던 풍경이 떠올랐다. 차량을 통제한 금남로에 장기판이 놓였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80대 할아버지와 20대 청년이 장기를 두는 모습은 왠지 뭉클했었다.
‘기성세대는 사회의 혈전(血栓)이 되지 말아야 한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의 책을 읽다 발견한 대목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에 박혔다. 아이들에게 아름답고 정의로운 사회를 물려주지 못한 우리 어른들은 독선과 아집에 사로 잡히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일이다.
이번 집회의 상징이 된 응원봉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김진태 의원이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 불면 꺼진다”라고 발언하자 등장한 LED 촛불에서 출발한다. 이번에는 응원봉이 그 역할을 했지만, ‘소년이 온다’의 한 대목처럼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들이 훼손될 때” 또 다른 ‘응원봉’이 나타날 것이고, 전 세대가 함께 역사를 앞으로 밀고 나갈 것이다.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주변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눈물버튼도 다양했다. 광장을 가득 메운 MZ 세대들의 당찬 발언에 울컥하고, 응원봉을 흔들며 그냥 밝게 노래를 부르는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했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시위 현장에 쓰레기 하나 남지 않은 사진에도 눈물이 흐른단다.
나는 “부끄럽고, 미안하고, 반성한다”며 울컥한 ‘어른’의 발언이 담긴 영상에 달린 10대, 20대들의 댓글에 뭉클해졌다. “아저씨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이제 우리 젊은 세대가 민주주의를 지켜줄게요”, “기성 세대분이 포기하지 않고 지켜주신 민주주의를 이대로 뺏길 순 없으니까요.” “아저씨 울지 마세요. 계엄사태를 겪으며 어른 세대들이 어떤 시절을 걸어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하나”라는 그 절정의 순간을 지난 주말 직접 느꼈다. 금남로를 가득 메운 수만명의 시선이 대형 전광판을 통해 생중계 되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했을 때 내 곁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일행, 초등학생·중학생 아이와 함께 나온 부부가 있었다. 또 NCT 응원봉을 든 20대 여성 셋, ‘아모르 파티’에 열심히 몸을 흔들던 60대 여성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들고 있던 10대 소녀도 보였다. 하얗게 센 머리의 어르신들도 물론 함께였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상’,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목청껏 부르고 “탄핵”을 외치던 이들은 ‘탄핵 소추안 가결’이라는 말에 환호성을 질렀고, 눈물을 흘렸다.
칼바람이 부는 그날 저녁, 수많은 사람들과 여의도 마포대교를 건너 집으로 돌아가던 서울의 지인은 “밝고 질서 있는 모습으로 시위를 하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했다.
‘괴물’이 되어버린 대통령 때문에 대한민국호가 좌초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어쩌면 이번 비상 계엄 사태가 대한민국에 전해준 선물은 세대간 통합인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집회 현장에서 불려지는 노래가 담긴 ‘플레이 리스트’를 공부하고 MZ의 상징인 응원봉을 구입하기도 했다. 청년들은 어른 세대들이 피와 눈물로 일궈낸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되새기며 역사 속으로 한 발 더 다가섰다.
응원봉 집회가 그 어렵다는 아이돌 팬덤을 통합시켰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이번 사태는 평행선을 그으며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던 세대 간의 갈등을 불식시키고 연대의 끈을 이어줬다.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는 점이 커다란 결실이었다.
지난 10월 네덜란드 로테르담 시립도서관을 취재했을 때 인상적이었던 게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관계자는 연령대를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는 통합 프로젝트를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역설했다.
‘응원봉’이 상징하는 것
그의 말을 들었을 때 지난해 충장축제 현장에서 만났던 풍경이 떠올랐다. 차량을 통제한 금남로에 장기판이 놓였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80대 할아버지와 20대 청년이 장기를 두는 모습은 왠지 뭉클했었다.
‘기성세대는 사회의 혈전(血栓)이 되지 말아야 한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의 책을 읽다 발견한 대목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에 박혔다. 아이들에게 아름답고 정의로운 사회를 물려주지 못한 우리 어른들은 독선과 아집에 사로 잡히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일이다.
이번 집회의 상징이 된 응원봉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김진태 의원이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 불면 꺼진다”라고 발언하자 등장한 LED 촛불에서 출발한다. 이번에는 응원봉이 그 역할을 했지만, ‘소년이 온다’의 한 대목처럼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들이 훼손될 때” 또 다른 ‘응원봉’이 나타날 것이고, 전 세대가 함께 역사를 앞으로 밀고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