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내란 사태에 더욱 빛난 ‘5·18 광주정신’
2024년 12월 17일(화) 20:30
‘12·3 사태’ 국민 저항 원동력…‘오월정신’ 헌법 전문 수록 당위성 부각
주먹밥 나눔·카페 선결제 등
희생·나눔·실천 정신 재조명
우원식, 광주에 고마움 표시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탄핵촉구집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시민들이 응원봉과 촛불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12·3 계엄사태’에서 국민적 저항의 원동력이었던 5월 광주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할 당위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전두환 신군부의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조치에 처절하게 저항했던 5·18 광주정신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심판대에 올려놓는 시민승리와 연대의 토양이었다는 점에서다. 정치권은 물론 SNS상에서는 ‘1980년 광주의 희생이 민주주의의 토양이 됐다’, ‘우리는 광주에 빚을 지고 있다’ 등 광주정신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확산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7일 “광주정신이 ‘빛의 혁명’으로 이어졌다”며 광주에 고마움을 표하고,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약속했다. 특히 이번 계엄 상황에서 1980년 5월 광주시민이 보여준 ‘광주정신’이 회자되면서 22대 국회에서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 등을 포함한 개헌 의견도 봇물을 이루면서, 개헌 과정에 자연스럽게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의장집무실에서 강기정 광주시장 및 5·18 관련 단체를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 의장은 “광주의 오월정신은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었고, 6월 항쟁과 촛불 혁명, 그리고 이번 ‘빛의 혁명’으로 계승됐다”며 나라가 어두우면 가장 밝은 것을 들고 나오는 국민의 위대함을 다시금 강조했다.

우 의장은 “80년 5월 광주의 주먹밥 나눔이 여의도 국회의 음식점·카페 선결제와 같이 마음을 나누는 ‘광주정신’으로 이어졌다”며 “내년 5월 광주를 방문해서 5월 영령께 인사드리고,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도 꼭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의장이 직접적으로 헌법 전문 수록을 약속함에 따라 22대 국회 임기 내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커졌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절체절명의 위중한 상황에서 지혜롭게 계엄을 저지해준 우 의장에 감사하다”며 “국민도 국회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을 많이 느끼셨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강기정 광주시장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소설집을 우 의장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12·3 계엄사태’를 막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이끈 원동력으로 ‘희생, 나눔, 실천’으로 대표되는 ‘광주정신’이 재조명받고 있다.

1980년 5월 16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서 펼쳐진 횃불시위. 비상계엄 전국 확대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대형 태극기와 함께 횃불을 들고 금남로를 행진하고 있다. . <광주일보 자료사진>
한밤 중 헬기에서 내린 공수부대의 모습에서 1980년 5월 광주를 떠올린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국회로 달려와 계엄군의 진입을 막았고, 질서 있는 집회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의 정당성을 알렸다. 정치인들도 광주정신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이끌었고, 이번 계엄 사태를 막아냈다고 입을 모아 평가하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 탄핵안 국회 표결이 이뤄진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제안설명을 통해 “5월 광주는 2024년 12월의 우리를 이끌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 큰 빚을 졌다”고 밝히는 등 계엄 저지와 탄핵안 가결 과정에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되새겼다.

박 원내대표는 “44년 전 고립무원의 상황에서도 죽음을 각오하고 계엄군과 맞섰던 광주 시민의 용기가 그들이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가 우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며 부당한 계엄에 따른 대통령 탄핵 가결을 동료 의원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문제는 여야의 공감대 속에서도 ‘원포인트 개헌’에 따른 부담 탓에 마무리 짓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는 동의했지만 이 문제만을 위한 개헌에는 거부감을 표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9차 개헌 때부터 제기됐음에도 37년째 답보 상태다. 헌법전문은 헌법의 본문 앞에 쓰인 헌법의 ‘서문’(序文)으로, 헌법의 이념적 기초이자 헌법을 총체적으로 지배하는 최상위 규범을 함축하는 문구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도 헌법전문 수록을 약속하고 정치권도 동조했으나 진전되지 않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광주·전남 정치인을 중심으로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민주당 안규백·민형배 국회의원과 박균택·안도걸·양부남·전진숙·정준호·정진욱·조인철 등 광주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공동으로 13일 국회에서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을 위한 개헌 추진 간담회’를 열었다.

또 지난 16일에는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등 5·18 정신의 계승·발전을 위한 사항을 심의·자문하는 기구인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위원회 광주시청에서 첫 회의를 갖기도 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균택(광주 광산갑) 국회의원은 “계엄과 탄핵으로 국회 안팎에서 개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나오고 있어 개헌 가능성도 높다”면서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5월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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