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아포리즘 시가 주는 잔잔한 울림
2024년 12월 15일(일) 15:16
해남 출신 김여옥 시인이 ‘나는 언제나 나를 향해 서 있었다’ 펴내
김여옥 시인
해남 출신 김여옥 시인이 ‘나는 언제나 나를 향해 서 있었다’(들꽃)을 펴냈다.

시인은 지난 91년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自由文學’ 편집장과 ‘月刊文學’ 편집국장을 역임하는 등 출판사 관련 일을 해왔으며, 현재 고향 해남으로 귀촌한 상태다.

“무위자연하며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교감하는” 삶을 살고 있는 시인은 “귀촌 이후 집 정리를 하느라 하는 일 없이 바쁘다”고 전했다.

이번 시집을 펴내게 된 계기에 대해 “코로나 때부터 집중적으로 명상을 했다.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고 이후로 명상을 집중했다”며 “이번 시집은 그것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과는 관점이 완전히 관점이 달라지고 철학적인 메시지가 많이 담겼다”며 “시집 뒷부분에 아포리즘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들은 대체로 짧다. 짧은 만큼 시상이 간결하고 메시지 또한 명징하다. 이런 저런 군더더기를 걷어낸 터라 독자들은 배면에 드리워진 화자의 음성을 차분히 음미할 수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를 잡기 위함이 아니다// 동터 오는 새벽 다섯 시/ 잠 못 드는 영혼을/ 맑은 부리로 적셔주기 위해서다// 깊은 숨 들이쉬게 하는 것이다”

‘새의 호흡법’은 이번 시집의 특징을 아우르는 대표작이다.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짧은 시 속에 담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서양 속담을 재해석했다. “잠 못 드는 영혼을 맑은 부리로 적셔주기 위함”이라는 표현은 오랜 사유 속에서 발아된 문장이다.

한편 한국문학사연구가 이승철 시인은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인 고통 속에서 벼려진 김여옥 시집은 마침내 우리에게 인생의 비밀을 터득케 하며 불멸의 아포리즘을 선사한다”며 “그만의 독특한 시적 아우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평한다.

한편 김 시인은 ‘제자리 되찾기’, ‘너에게 사로잡히다’ 등 시집을 펴냈으며 마케도니아 ‘제35차 스트루가 국제 시축제’ 등에 참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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