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일어난 MZ세대 고맙고 든든하다”
2024년 12월 12일(목) 20:25 가가
광주 탄핵 집회 사회자로 나선 해직교사 백금렬·배우 지정남씨
MZ에 대한 편견 사라지고 달라진 집회 문화에 아이돌 공부도 해
청년층 공동체 의식 뜨거워…위기 극복 후 민주주의 더 발전할 것
MZ에 대한 편견 사라지고 달라진 집회 문화에 아이돌 공부도 해
청년층 공동체 의식 뜨거워…위기 극복 후 민주주의 더 발전할 것
“1020세대는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탄핵집회를 보니 편견에 불과했네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광주지역 탄핵집회 사회자로 활동 중인 해직교사 백금렬(52)씨와 놀이패 ‘신명’의 배우 지정남(여·52)씨의 말이다.
두 사회자는 “최근 탄핵집회를 보니 집회 참여자의 연령대가 어려지며 광주 지역 집회 문화 역시 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08년 광주MBC 국악 프로그램 ‘얼씨구학당’ 진행자를 맡으며 만난 이들은 당시 광우병 규탄 촛불문화제부터 본격적으로 광주지역 각종 집회의 사회자를 맡기 시작했다. 이들은 ‘거리의 사회자’라 불릴 정도로 여러 집회·시위 현장에 참여했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도 “에스파가 명하노니 내란수괴 윤석열을 박살내자”는 구호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집회 사회자인 이들이 무대에서 ‘블랙핑크’, ‘엔시티’, ‘아이브’, ‘스트레이키즈’ 등 각종 아이돌 이름을 부르자 아이돌 응원봉을 든 시민들이 호응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순식간에 조회수 260만회를 넘겼고, 3만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백씨는 “광장에 모인 참석자 80%가 1020 청소년이더라”며 “청소년과 소통하기 위해 현장에서 응원하는 아이돌을 물어봤고, 쪽지에 적어 그 이름을 불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돌과 MZ세대 문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백씨가 더듬더듬 아이돌 그룹명을 외치고 “더보이즈는 남자들만 모였겠네요”하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 현장에 모인 청소년은 환호했다.
광주지역 공립 중학교 교사였던 백씨는 옛 제자들에게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하는 SNS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지난 8월 해직됐다.
백씨는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을 때도 서로 농담하며 지냈다. 그런 분위기가 집회 사회 볼 때도 나타난 것 같다”며 “청소년들이 집회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어울어질 수 있도록 집에 가서는 아이돌 그룹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서 공부했다. 그룹마다 응원봉이 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솔직히 말하자면 최근 아이들을 보고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뉴스는 보지 않는, 자기 밖에 모르고 공동체 의식은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세상 큰일 났다’고 한탄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 공동체에 위기가 오니 아이들이 들불처럼 일어나더라. 든든하고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지정남의 오월 1인극 환생굿’ 등 다양한 공연, 방송 활동으로 오월 광주의 이야기를 전해온 배우 지씨 역시 “최근의 집회 분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도 완전히 다르다”고 웃어보였다.
지씨는 “청년층이 주도하면서 훨씬 밝고 재기발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이런 분위기에 기성세대도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엄혹한 시기임에도 덩달아 힘이 난다”고 말했다.
5·18 민주광장에서 로제의 ‘아파트’를 흥얼거리는 기성세대와, 민중가요 ‘광주 출정가’를 따라부르는 젊은 세대를 바라봤다는 지씨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오히려 우리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1020과 기성세대가 함께 광장에서 ‘윤석열 퇴진’을 외치면서 편견과 오해를 털어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지씨는 특히 “광주의 청년들은 나고 자라며 5·18을 배웠고, 느껴왔다. 평소 지나다니는 옛 전남도청과 상무관에서 선배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스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때문에 비상계엄이 선포돼고 총이 등장했을 때 누가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 아는 모습이었다. 청년들도 기성세대도 ‘무임승차 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힘을 보태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광주지역 탄핵집회 사회자로 활동 중인 해직교사 백금렬(52)씨와 놀이패 ‘신명’의 배우 지정남(여·52)씨의 말이다.
2008년 광주MBC 국악 프로그램 ‘얼씨구학당’ 진행자를 맡으며 만난 이들은 당시 광우병 규탄 촛불문화제부터 본격적으로 광주지역 각종 집회의 사회자를 맡기 시작했다. 이들은 ‘거리의 사회자’라 불릴 정도로 여러 집회·시위 현장에 참여했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도 “에스파가 명하노니 내란수괴 윤석열을 박살내자”는 구호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아이돌과 MZ세대 문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백씨가 더듬더듬 아이돌 그룹명을 외치고 “더보이즈는 남자들만 모였겠네요”하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 현장에 모인 청소년은 환호했다.
광주지역 공립 중학교 교사였던 백씨는 옛 제자들에게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하는 SNS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지난 8월 해직됐다.
백씨는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을 때도 서로 농담하며 지냈다. 그런 분위기가 집회 사회 볼 때도 나타난 것 같다”며 “청소년들이 집회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어울어질 수 있도록 집에 가서는 아이돌 그룹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서 공부했다. 그룹마다 응원봉이 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솔직히 말하자면 최근 아이들을 보고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뉴스는 보지 않는, 자기 밖에 모르고 공동체 의식은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세상 큰일 났다’고 한탄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 공동체에 위기가 오니 아이들이 들불처럼 일어나더라. 든든하고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지정남의 오월 1인극 환생굿’ 등 다양한 공연, 방송 활동으로 오월 광주의 이야기를 전해온 배우 지씨 역시 “최근의 집회 분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도 완전히 다르다”고 웃어보였다.
지씨는 “청년층이 주도하면서 훨씬 밝고 재기발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이런 분위기에 기성세대도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엄혹한 시기임에도 덩달아 힘이 난다”고 말했다.
5·18 민주광장에서 로제의 ‘아파트’를 흥얼거리는 기성세대와, 민중가요 ‘광주 출정가’를 따라부르는 젊은 세대를 바라봤다는 지씨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오히려 우리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1020과 기성세대가 함께 광장에서 ‘윤석열 퇴진’을 외치면서 편견과 오해를 털어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지씨는 특히 “광주의 청년들은 나고 자라며 5·18을 배웠고, 느껴왔다. 평소 지나다니는 옛 전남도청과 상무관에서 선배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스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때문에 비상계엄이 선포돼고 총이 등장했을 때 누가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 아는 모습이었다. 청년들도 기성세대도 ‘무임승차 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힘을 보태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