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문학 읽고 쓰는 것, 생명 파괴 모든 행위 반대하는 일”
2024년 12월 11일(수) 19:35
스웨덴 노벨문학상 시상식·연회
현 시국에 대한 위로 ‘감동의 선물’
노벨주간 방송 ‘소년이 온다’ 언급

한강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것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다.”

한강 작가는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노벨상 시상식 직후 시청사 블루홀로 이동해 연회에 참석했다. 연회는 노벨상 수상자를 축하하기 위해 진행되는 노벨 주간의 하이라이트 행사로 꼽힌다.

검은색 드레스 차림의 한강 작가는 특유의 차분한 어조와 침착한 모습으로 미리 준비해온 영어 소감을 낭독했다. 특히 광주의 참상과 비극을 그린 ‘소년이 온다’는 최근 발생한 비상계엄사태 등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라는 문학사적 의미 외에도 비상계엄사태로 큰 충격에 빠진 한국에 전하는 위로이자 ‘감동의 선물’로 평가된다.

이날 연회는 한편의 클래식 공연처럼 진행됐다. 스웨덴의 대표 싱어송라이터인 랄레의 무대를 비롯해 전문 댄스그룹의 공연 등도 펼쳐졌으며, 1200여 명 참석자들의 서빙을 위해 약 130여 명이 투입됐다.

노벨주간 방송사 SVT는 연회 과정을 생중계했으며 중간중간 수상자들의 인터뷰, 주요 작품, 연구 성과 등을 소개했다.

한강에 대해서는 ‘(과거)정권에 의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내용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또한 방송은 “1980년 작가의 고향 광주에서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살이 발생했다”며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당시 학살이 소설을 규정짓고 출발점이 됐다”고 언급했다.

연회에 앞서 노벨상 시상식은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약 1시간 여에 걸쳐 진행됐다. 한강은 오케스트라 연주로 모차르트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수상자들과 함께 입장했다.

한림원 종신위원이자 소설가인 엘렌 맛손은 “친애하는(Dear) 한강!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국왕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란다”는 말로 작가를 호명했다.

한강은 콘서트홀에 모인 청중의 박수를 받으며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강이 받은 메달은 앞면에 알프레드 노벨(1883~1896)의 얼굴이, 뒷면에는 한강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문학상 수상자 증서는 다른 부문 수상자들의 것과는 달리 양피지로 제작됐다.

올해 문학상 증서에는 ‘스웨덴 한림원’(SVENSKA AKADEMIEN)과 알프레드 노벨의 이름 아래 한강의 영문 이름이 특별한 서체의 금색으로 새겨졌다. 지난해 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증서와 같은 양식으로 삽화는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상식은 사이사이 음악이 연주됐다. 요한네스 구스타브손이 지휘하는 스톡홀름 왕립 필하모닉 관현악단이 곡을 선사했으며 스웨덴 소프라노 잉엘라 브림베리가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돋웠다.

한강에게 메달을 수여한 이후에는 영국 여성 오보에 연주자 겸 작곡가 루스 깁스가 작곡한 ‘암바르발리아’가 연주되기도 했다.

한강의 작품세계를 설명한 엘렌 맛손은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雪)으로 화자와 세상 사이 보호막을 긋는 역할을 하지만,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면서 “빨간색은 삶,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통과 피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붉은색과 흰색은 작가가 소설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다루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며 “인물들은 때때로 본인이 보고 목격하는 것으로 인해 좌절하기도 하며 매번 마음의 평화가 무너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강 작가는 12일 현지 번역가 대담 등을 끝으로 노벨 주간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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