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지혜로운 선택 절실- 한상원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2024년 12월 05일(목) 21:30
필자는 땅끝 해남에서 태어나 칠십여 년의 인생을 전라도 사람으로 지내오며 최근 들어 ‘추락하는 광주·전남의 현실’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어 글을 쓴다. 과거 농경시대에 광주와 전남은 비옥한 토지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려 왔었으나, 1960년 이후 산업화에서 우리 지역이 소외되면서 광주·전남은 지방 인구 소멸과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광주 인구는 2014년 14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7000여 명의 청년들이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가고 있으며, 전남지역 또한 190만 명에서 2024년 179만 명으로 매년 6000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등 인구 유출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광주와 전남이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의 지역 유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이 거론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공항이 위치한 송정리 비행장이 영산강과 황룡강을 끼고 있어 일교차가 심해 봄·가을 시기에 매년 안개일수가 60일 내외로 비행기 이착륙에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면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남북분단 현실에 있는 우리나라는 비상상황 발생 시에 즉시 출동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하는데, 안개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무안 망운, 운남 지역이 공항이전 최적지로 거론되었던 것이다.

광주 군공항이 이전하게 되면 광주 공항부지에는 반도체와 AI 그리고 이차전지 공장 등 첨단미래산업 단지 조성 및 기업 유치가 가능하게 될 것이며, 무안공항 주변에는 항공수요 증가에 따른 MRO 등 항공정비 산업단지와 항공 물류 허브가 조성, 광주와 전남의 인구 유출과 청년실업 문제는 해소되리라 생각한다.

이와 함께 전 지구촌이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이에 대한 해소책으로 국제협약에 의해 탄소 중립과 RE100을 실천하는 것이 국가와 기업의 책임과 의무가 되면서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보고인 광주와 전남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한 신재생 에너지로 지역의 기업이 제품을 생산한다면 송배전에 따른 전력 손실을 막고 철탑 설치 등 관련 공사비 절감을 통해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큰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무안군이 군공항을 받아들여 지역 소멸과 인구 유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미래로 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광주와 전남의 상생을 위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며칠 전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을 만났을 때 군위공항 활주로를 기존 2750m에서 3500m로 늘려 2030년 대형 항공기도 이착륙할 수 있도록 변경 시공하고, 인천공항 이용객의 30%를 대구공항으로 유치하겠다는 비전과 포부를 들으면서 부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왜 우리 지역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자성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대구와 경북은 행정통합을 위해서 양 시도가 적극 나서고 있고, 부산과 경남도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행정통합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지역은 관련 논의조차 없는 현실 앞에 시·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농경시대와 아날로그 시대에는 고속도로를 포함한 SOC 투자와 한 우물을 파는 기업이 성공했으나 AI가 지배하는 지식경제 시대에는 UAM(도심항공교통) 등 항공 운송과 물류시스템을 갖춘 지역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로운 선택이 절실한 시기이다.

우리 지역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분들께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각자가 처한 입장이 다를 수 있겠으나 어떤 방식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 등의 구체적인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반대하는 것은 좋으나, 대화 자체를 거부하며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지도자의 덕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광주·전남이 상생 발전하고 꿈과 희망의 미래로 가는데 함께 동승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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