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송년회가 특별한 이유
2024년 12월 04일(수) 07:00 가가
미국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의 4층 전시실에 가면 한때 미술계를 뜨겁게 달궜던 문제작을 만날 수 있다. 세라믹과 텍스타일로 제작된 가로 x세로 10m크기의 ‘디너 파티’(Dinner Party, 1974~1979년 작)다. 시카고 출신의 여성 작가 주디 시카고(Judy Chicago)가 제작한 작품은 고상한 타이틀과 달리 삼각형 모양의 긴 테이블위에 여성의 성기 모양을 연상시키는 접시들이 놓여 있다. 남성의 관음증에 저항하고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을 통제하자는 의미를 담아 공개 당시 미술계의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매년 이맘 때면 브루클린 미술관에서는 또 다른 ‘디너파티’들이 새해까지 릴레이로 펼쳐진다. 무대는 전시실이 아닌, 연회장(Edwardian Clubhouse)과 로비 등이다. 뉴욕의 유명 케이터링 업체인 유니언 스퀘어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유니언스퀘어를 만나다’(Meet Union Square Event)이다. 흥미로운 건, 시카고의 작품을 ‘수동적으로’ 감상한 관람객들이 파티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식사와 와인을 즐기며 흥겨운 모임의 호스트로 변신하는 것이다. ‘문턱이 높은’ 곳으로 알려진 미술관에서 특별한 한해를 되돌아 보고 싶은 이들이 많아서인지 유니언스퀘어 이벤트는 신청자들의 예약이 줄을 잇는다.
세계 5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일명 Met)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접할 수 있다. 5000년에 걸친 전 세계의 예술작품 200만 점을 소장한 글로벌 미술관이지만 뉴요커에는 한없이 친근한 문화사랑방이다. 연말연시나 발렌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등의 이벤트 데이에 맞춰 기획한 ‘뮤지엄 파티’ 덕분이다.
사실, 메트는 다양한 부대시설을 활용해 기업, 민간단체, 비영리 단체 등의 모임을 적극 유치하는 마케팅의 귀재다. 차별화된 컬렉션과 영화상영, 갈라쇼 등 미술관의 장소성을 살린 무대와 저녁 식사를 연계한 컨벤션 파티는 예약전쟁을 치뤄야 할 정도로 인기다.
이처럼 매년 12월이 되면 미국의 미술관들은 분주해진다. 유명 미술관은 물론 지역의 작은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미술관에서 그림도 보고 식사도 하며 한해를 갈무리하는 송년모임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말에만 반짝 특수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평상시에도 미술관은 가족들의 외식 나들이에서부터 비즈니스맨들의 사교모임에 이르기까지 인기가 높다. 이렇다 보니 송년모임이 많은 12월에는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와달리 우리나라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송년모임을 갖는 문화애호가들이 많지 않다. 예전과 달리 근래 좋은 전시나 콘서트를 단체관람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예 갤러리나 미술관을 통째로 빌려 한해를 되돌아 보고 친목을 다지는 모임은 드물다.
한해의 끄트머리인 12월이다. 끝모를 경기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진 요즘이다. 이럴 때 일수록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아 헛헛한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지. 작품 앞에 서면 예술적 감동 못지 않게 잠시 잊고 살았던 일상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기에.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
이처럼 매년 12월이 되면 미국의 미술관들은 분주해진다. 유명 미술관은 물론 지역의 작은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미술관에서 그림도 보고 식사도 하며 한해를 갈무리하는 송년모임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말에만 반짝 특수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평상시에도 미술관은 가족들의 외식 나들이에서부터 비즈니스맨들의 사교모임에 이르기까지 인기가 높다. 이렇다 보니 송년모임이 많은 12월에는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와달리 우리나라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송년모임을 갖는 문화애호가들이 많지 않다. 예전과 달리 근래 좋은 전시나 콘서트를 단체관람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예 갤러리나 미술관을 통째로 빌려 한해를 되돌아 보고 친목을 다지는 모임은 드물다.
한해의 끄트머리인 12월이다. 끝모를 경기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진 요즘이다. 이럴 때 일수록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아 헛헛한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지. 작품 앞에 서면 예술적 감동 못지 않게 잠시 잊고 살았던 일상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기에.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