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가계부채 불안해도 내수진작으로 경기 먼저 살린다
2024년 11월 28일(목) 21:00
한은 15년만에 기준금리 연속 인하…내년 성장률 1.9% 전망
트럼프 2기 경제 불확실성 커져…집값 등 인하 부작용 우려도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8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9월 미국의 ‘빅컷’(0.5% 인하) 등 외부 요인 및 물가 상승률의 둔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38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바 있다. 이에 금융업계에서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예상을 잇따라 내놨지만, 두 차례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다.

한은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5.25%에서 2.00%로 여섯 차례 연속 인하한 이후 15년만이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인하 결정을 내린 것은 향후 경제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부동산PF 등의 우려에도, 향후 우리나라 경기 및 성장 전망이 어둡다는 점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가 물가 상승 및 성장, 가계부채, 환율 등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 변수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은은 최근 미국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불확실성이 커진 점에 주목했다.

한은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경제가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경기 및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향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추진양상,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세와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둔화되면서 성장이 기존 전망치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0.2%p 낮아진 2.2%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0.2%p 낮춘 1.9%로 전망했다. 더불어 오는 2026년 경제 성장률은 1.8%로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총생산(GDP)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54년 이후 경제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한 것은 지난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2023년(1.4%) 여섯 번 뿐이다. 사실상 전쟁, IMF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국제적으로 큰 위기가 있었던 경우 외에는 경제 성장률이 2%를 웃돌았다는 뜻이다.

한은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것은 지난 10월 금통위 이후 집계한 올 3분기 성장률이 0.1%로 한은의 전망치(0.5%)를 크게 하회했고, 내수 회복세를 받치던 수출 역시 되려 0.4%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불어 최근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 확정으로, 관세 인상 및 이민자 추방 등 당선인의 공약이 내년부터 실행되게 되면 우리나라가 받는 경제적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경제 성장률 하향 예측의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 19 여파 이후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등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이 우려된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한은은 외부 경제 환경의 변화 등을 반영해 경제 성장률을 1%대로 낮추고,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해 국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야 민간 소비와 투자가 회복되고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경제 사정도 나아질 것이라 판단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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