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생츄어리-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11월 27일(수) 00:00
야생 곰과 달리 사육곰은 웅담(곰 쓸개를 건조시켜 만든 약재)을 비롯해 신체 부위를 이용하기 위해 키우는 곰을 말한다. 이들은 동물원의 관람용 곰이나 정부가 복원에 힘쓰고 있는 야생 반달가슴곰과는 그 처지와 운명이 사뭇 다르다.

철창에 갇혀 죽음을 맞이하는 참혹한 현실이 알려지면서 동물애호가들을 애타게 하는 녀석이 사육곰인데, 지난 시절 농가 수익을 위해 사육을 권장했다가 지금은 처리 자체가 골칫거리가 된 ‘슬픈 역사’를 갖고 있다. 같은 반달가슴곰이지만, 일본이나 동남아 등에서 들여온 다른 아종이라는 이유에서 복원은커녕 철창에 갇혀 도축되는 날만 기다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애처로운 존재다.

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곰농장에 280여 마리(올해 2분기 기준)의 반달가슴곰이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복원사업으로 지리산에 사는 야생 반달가슴곰이 확인한 것만 89마리인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운명이 또 한번 갈림길에 있다. 2022년 민관합동으로 40여 년에 걸친 사육곰 산업을 끝내기 위한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이 체결됐고, 지난해 12월에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2026년 1월부터 곰 사육과 웅담 거래가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사육 종식에 따른 보상과 처분의 문제를 두고 정부와 농가, 동물 보호단체 등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논란의 접점에서 나온 대안이 ‘생츄어리’(Sanctuary)다. 생츄어리는 ‘성역’, ‘피난처’라는 뜻의 영어 단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동물 보호시설을 가리킨다. 우리에겐 생소한 개념이지만 해외에선 곰 생츄어리, 돌고래 생츄어리 등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생츄어리가 여럿 있다.

구례 마산면 황전리 지리산 산록에 반달가슴곰 50여 마리를 수용할 생츄어리가 오는 12월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전국에서 사육하고 있는 곰 중 150여 마리를 이곳과 추후 조성하는 서천 생츄어리에 수용하고, 나머지는 미국 등 해외로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생츄어리는 인간이 사육곰에게 해줘야할 마땅한 조치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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