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 부추긴 정부 생산량 예측
2024년 11월 03일(일) 20:25
3년간 매년 15만t 이상 예측 실패
농민들, 올해도 10배 이상 오차 예상
정밀한 통계 작성 등 대책 마련 시급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일 오후 충북 청주시 한 벼 베기 수확 현장을 찾아 벼 작황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통계청의 쌀 생산량, 소비량 조사 등 국가 기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년 쌀 수급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예측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쌀값을 20만원대로 떠받치겠다는 ‘시그널’도 보이지 않는데다, 허술한 통계까지 맞물리면서 쌀값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농민들 불만이다.

농민들은 끝없는 산지쌀값 하락으로 쌀 수급 관련 통계조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보다 정밀한 통계 작성 등 새로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정부의 쌀 생산량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국내 쌀 생산량, 소비량 등이 예측을 크게 빗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문금주(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은 농식품부 자료를 인용, 지난해 쌀 생산량을 370만 2000t으로 예측하고 수요량은 360만 7000t으로 추정, 쌀 9만 5000t이 남을 것으로 수급 안정대책을 세웠지만 올해 20만t을 시장 격리하고도 10월 말 15만t의 재고쌀이 넘쳐났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이같은 사례가 지난 2021년부터 반복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2021년의 경우 쌀 수요량을 361만 4000t으로 산출한 반면, 같은해 쌀 생산량을 388만 2000t으로 예측하고 27만여t이 초과 생산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정부 예측과 달랐고 지난 2022년에도 376만 4000t 생산, 360만 9000t 수요가 예측되면서 쌀 15만 5000t이 과생산됐지만 현장은 온도 차가 컸다.

쌀 수급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쌀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형편으로, 정부가 약속한 80㎏ 당 20만원 선은 커녕 수확기 이후 18만원 선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쌀 수급대책의 기초 데이터가 되는 통계 자료와,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올해 역시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쌀 예상 생산량과 실제 생산량 사이에 큰 오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을 365만 7000t으로 전년(370만 2000t) 대비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은 매년 작물재배면적 조사, 표본필지(연 3100여개) 추출, 현지 방문조사(필지 당 2곳), 표본 채취, 탈곡, 재현 등의 과정을 거쳐 생산량을 예상한다.

하지만 산지 농민들은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최대 20%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장에 있는 농민들과 통계청이 예상한 쌀 생산량 감소 예상치가 10배 이상 오차를 기록한 것이다.

김봉식 전국쌀협회 광주전남본부 정책위원장은 “국내 최대 곡창지인 전남만 하더라도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이 15~20%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쌀 등숙기(8월말~10월초)까지 폭염이 잇따랐고, 폭염 이후 비가 내리는 기상 여건이 반복되면서 벼멸구 피해도 예년보다 크게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쌀 수급대책 마련에 있어서 쌀 소비량 예측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

그나마 표본 추출에 이어 현지 답사 및 실제 쌀 수확 과정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생산량조차도 오차가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소비량 조사는 그조차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통계청은 현실적으로 소수의 표본 가구를 제외한 국민 대다수가 매 끼니 쌀 소비 의향이 바뀌고, 개개인마다 쌀 소비량이 차이를 보이는 등 오차범위를 줄이기 위한 요소들을 모두 감안할 수 없는 만큼, 정확한 쌀 소비량 예측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농민들은 쌀 생산량과 소비량 모두 통계 자료와 차이가 발생하면서, 기초조사부터 잘못된 쌀 수급대책을 세우다 보니 매년 수십만t의 쌀을 시장격리하면서도 쌀값 하락을 바로잡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소비량 조사 표본 부족 등 조사자료에 대한 한계점은 최근 몇 년간 인지하고 있다”며 “통계청 조사 결과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함께 노력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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