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재생에너지 남아돌아도 수도권 전송 못한다
2024년 11월 03일(일) 19:35
전력망 부족에 지자체 태양광 등 인허가 제한…발전 중단·축소까지
데이터센터·반도체 산단 대거 조성하고 송·배전 인프라 확충 나서야

<광주일보 자료사진>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전력망 부족 등을 이유로 오히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중단·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요가 있는 수도권으로 보낼 수 있는 전력망이 부족한 탓에 광주·전남을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 태양광 사업 인허가를 조건부 허가하는 등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재생에너지 전력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남에 전력 사용량이 많은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산업단지 등을 대거 조성해 자체 해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송·배전 인프라 확충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 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3일 태양광 발전사업 종합정보제공 시스템인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이 공시한 ‘태양광 인허가 현황’에 따르면 광주시 소재 태양광 전기사업허가 건수는 지난달 7일 기준 2396건, 사업을 개시한 건수는 1828건이다. 전남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태양광 사업자가 많은 지역으로, 전기사업허가 건수는 4만811건, 사업 개시 건수는 1만 7999건에 이른다.

특히 전남은 그동안 타지역 대비 전력 공급과 수요의 차이가 큰 만큼, 전력량을 소비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 유치에 나서는 한편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에 따라 2014년 나주에 자리잡은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제 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오는 2036년까지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이 밖에도 송·배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민의 송·배전 시설 입주 반대 등으로 인프라 확충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앞서 지난 5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계통포화 해소대책’을 논의하고, 지난 9월부터 전력계통 접속을 제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2031년 말까지 전국 변전소 205개(광주·전남 103개, 전북 61개, 강원·경북 25개, 제주 16개)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하고, 전력계통 접속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송·배전 인프라 확충이 지역민의 반대 및 행정절차 지체로 본래 계획보다 평균 4년 가량 지연되면서 충분한 전력망이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매년 태양광 사업자가 증가하는 등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 공급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송·배전 인프라 부족으로 전남 등 일부 지역에서 전력이 남아돌면서 올해 들어 전력 생산을 제한하는 출력 제어 조치가 내륙에서만 전년 대비 15배 이상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한국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전력 제어 현황’에 따르면 내륙에서 신재생에너지 출력이 제한된 것은 지난 8월 기준 31건으로 집계됐다. 출력 제한 조치는 일부 지역에서 전력이 과생산되면서 남는 전기를 처리하지 못해 강제로 발전량을 조절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각각 0건, 2건에 불과했던 출력 제한 조치가 단기간에 폭등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 사업자 등은 매년 대폭 증가하는 반면, 송·배전 인프라는 크게 확충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특히 전남지역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반면, 전력 수요가 많지 않아 전력계통 접속 제한 및 출력 제한 조치 등이 필연적”이라며 “당초 태양광은 분산형 전원 시스템 개념으로, 전력이 필요한 지역에 발전소가 설치되는 것이 적합하지만 비교적 땅값이 저렴한 전남 등에 태양광 사업자 대부분이 몰리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지난달 21일 전남도 국정감사에서 “재생에너지 전력계통 접속을 2032년 이후 접속 조건으로 허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맞서 전남도는 기초단체들과 대응기구를 꾸려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용 의원은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재생에너지 지리적 여건을 갖춘 호남이 정부의 재생에너지 억압 정책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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