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충장포차·도깨비…연극에 녹여낸 광주 이야기
2024년 10월 29일(화) 20:20
광주서구문화원 ‘광주시민연극제’
11월1~3일, 9~10일 총 5회
빛고을국악전수관·씨어터연바람
‘살어리랏다’ ‘낭만과 사랑이 흐르는 충장포차’
‘이팝꽃 질 때’ ‘로맨스 그레이’

도깨비 이야기를 다룬 극단 예사동의 ‘살어리랏다’ 공연 장면. <광주서구문화원 제공>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기 싫은 도깨비 이야기’,‘충장포차에 얽힌 순례 할머니의 40년 인생사’, ‘5월 주먹밥 행사장에서 회상하는 광주민중항쟁의 기억’, ‘강제 철거 기로에 선 건물 세입자들의 목소리’….

광주의 이야기와 삶을 다룬 네 편 연극이 시민 곁을 찾아온다. 광주 서구문화원(원장 정인서)이 오는 11월 1~3일, 9~10일 총 5회에 걸쳐 빛고을국악전수관, 씨어터연바람에서 펼치는 ‘제10회 광주시민연극제’에서다.

1일 오후 7시(빛고을국악전수관)에 펼쳐지는 개막작은 극단 예사동의 ‘살어리랏다’. 이 작품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자신의 능력마저 잃어버린 도깨비와 신이 어떻게든 연명하려는 모습을 극화했다.

암전으로 시작하는 공연은 어둠 속 희미한 부지깽이(김경남·박경숙 분), 싸리비(정진희), 삼태기(박지유)의 형태를 보여준다. 이윽고 파란 불꽃 세 개가 ‘펑’ 하고 터지더니 사물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춤추고 노래한다.

이들 도깨비는 어느 날 신문기사를 통해 아프리카 인간들이 화목하게 어울려 산다는 소식을 접한다. 인간을 데려오자는 꾀를 내면서 펼쳐지는 좌충우동 무용담은 ‘공생’의 가치를 환기한다. 측간신 역에 강명임, 짚신 도깨비에 노미숙, 노정오, 김유정이 출연하며 연출에 박정운.

2일(빛고을국악전수관), 3일(씨어터연바람) 오후 3시에 상연하는 ‘낭만과 사랑이 흐르는 충장포차’도 주목받는 공연이다. 화사한마을극단과 프로젝트 도담도담이 함께 선보이는 이 작품은 ‘광주시 창작희곡공모’ 수상작이다.

옛 전남도청 가는 길에 놓인 색 바랜 주황색 포장마차 하나, 정도 많고 욕도 많은 순례 할머니(안해옥·이정은)는 홀로 살며 기구한 팔자를 한탄하고 있다. 칠순을 바라보던 어느 날 인생이 갑자기 ‘핀’다. 무단 철거작업이 시작되면서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연이 작품에 실린다.

광식 역에 이미경, 이경선 등이 출연한다. 직장인 중심으로 구성된 도담도담과 동네 주민으로 이뤄진 화사한 마을극단이 각각 극단 특성에 맞게 연기를 펼친다.

9일(오후 3시) 씨어터연바람에서 선보이는 극단 행복드림의 ‘이팝꽃 질 때’도 이목을 끄는 작품이다. 연출에 조혜수.

그해 5월, 시장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던 엄마(최연숙)는 딸(송주영)의 방에서 유인물 하나를 발견하고 밖을 뛰쳐나간다. 주먹밥 봉사 행사장에서 우연히 만난 ‘아짐들’은 5·18에 대한 여러 대화를 이어가고, 이 곳에 엄마가 등장해 행사장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극단 정거장의 ‘로맨스 그레이’ 리허설 모습.
10일(오후 3시) 폐막작 ‘로맨스 그레이’는 극단 정거장이 준비했다. 이들은 2012년 서구문화원 문화교실 연극반 수강생들이 모여 창단한 순수 아마추어 극단이다.

도시 공동화 현상과 원주민의 갈등을 초점화한 시놉시스는 눈길을 끈다.

극 중 광주 서구 원도심 변두리는 하루하루 낙후되어 간다. 허름한 4층 건물주 이대로(장상문)는 3층을 사무실로 쓰고, 1층에는 그의 친구 김철수(강만)의 칼국숫집과 곱상한 안희지(신명옥)의 꽃집이 자리잡고 있다. 밤무대 출신 가수가 운영하는 노래교실은 2층에 둥지를 틀었다.

어느 날 퇴거 명령이 떨어지자 거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나 쉽지 않다. 결국 최후통첩으로 건물에 대한 ‘강제 철거 조치’가 통보되고 전 인원이 그에 맞서 대항한다는 내용이다. 폐막작 상연 후 최우수 작품상 및 연기상, 연출상 등 시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구문화원 정인서 원장은 “이번 연극제에 앞서 지난 4~7월 무대에 오를 참여 극단을 모집했고, 그 결과 5개 지역극단이 선발된 것이다”며 “우리네 시민들의 일상과 삶을 담은 극작품을 준비했기에 관객들이 쉽게 공감하고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무료 공연.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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