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장점 끌어낸 ‘형님 리더십’ 빛났다
2024년 10월 29일(화) 00:00
[초보 감독으로 통합우승 일군 이범호]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가 삼성에 승리하며 통합우승을 달성한 뒤 KIA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를 제2의 고향으로 삼은 ‘대구 소년’이 사령탑으로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28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4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5 승리를 지휘하고 우승 헹가래를 받았다.

‘2박 3일’의 1차전을 역전승으로 장식한 뒤 2차전까지 잡았던 이범호 감독은 삼성 안방에서 3차전은 내줬지만, 분위기까지 내주지는 않았다.

4차전에서 ‘최고참’ 최형우가 허리 통증으로 빠지자 대거 라인업에 변화를 줬고, 2번 김선빈이 삼성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그리고 안방으로 돌아와 치른 5차전 승부에서 선발 양현종이 디아즈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는 등 2.2이닝 5실점으로 흔들렸지만 빠르게 마운드를 움직이면서 결국 역전까지 이뤄냈다.

이범호 감독에게 광주는 가장 오랜 시간 야구를 한 ‘야구의 고향’이다. 2000년 대구고를 졸업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으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그는 2010년 일본 소프트뱅크를 거쳐 KIA 유니폼을 입고 국내에 복귀했다.

2011년 KIA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한 이범호 감독은 타이거즈 ‘캡틴’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2017시즌에는 팀의 베테랑으로 통합 우승 순간을 경험했다. 만루 상황에서 17차례 공을 담장 밖으로 날리면서 ‘KBO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 기록을 가진 그는 2017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도 승리의 발판이 된 만루포를 작렬했다.

그의 선수 생활 마지막도 특별했다. 2019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이범호 감독은 성대한 은퇴식을 갖고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은퇴 후 일본 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21시즌에는 퓨처스 총괄코치로 퓨처스 선수단을 지휘하기도 했다.

총괄 코치로 팀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올 시즌 타이거즈 제11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전임 사령탑이 불명예스러운 일로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던 상황이었지만, 선수·지도자로 누구보다 팀을 잘 알았던 이범호 감독은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어갔다.

‘주장 같은 감독’을 이야기했던 그는 약속대로 선수들의 면면에 맞춰 단점이 아닌 장점에 집중해 전력을 극대화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공격하고 수비하고 달릴 수 있게 했다.

조용히 전력을 탐색하면서 선수들과 신뢰를 쌓았던 그는 올스타브레이크를 전후로 본격적인 색을 보이면서 1위 질주를 이끌었다. 윌 크로우를 시작으로 이의리, 윤영철에 이어 제임스 네일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도 극복했다. 144경기의 결승선을 보면서 엄격하게 부상을 대하면서 긴 호흡으로 달리면서 부상 악재까지 딛고 정규시즌 우승을 이뤘다. 그리고 한국시리즈를 4승 1패로 마무리하면서 ‘불패 신화’를 이었다.

광주는 이범호 감독에게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오랜 시간 광주에서 야구를 했다. 두 아이도 광주에서 낳았다. 타이거즈 왕조 시절을 지켜보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야구 도시 광주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5차전에 앞서 “(광주에서 유일하게 우승한 1987년은) 6살 때라 기억이 없지만, 1·2학년 때부터 야구에 관심을 가지면서 컸기 때문에 타이거즈라는 팀이 어떤 위대한 팀인지 알고 있다”며 “광주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달려왔고, 14년 동안 선수로 지도자로 생활하고 있다. 광주에서 꼭 우승 트로피를 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7년에도 광주에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5차전에서 어떻게든 끝내려고 마음먹었다. 광주에서 우승하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었다.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그는 5차전 초반 위기를 딛고 승부를 뒤집으면서, 광주에서 사령탑 첫해 통합 우승 감독에 등극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