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출의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제안 - 김동환 (주)농업회사법인 구례삼촌 이사
2024년 10월 23일(수) 00:00
쌀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농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경감하고 매년 남는 쌀의 재고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정부에 우리나라 쌀의 미국 수출 방안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금 세계적으로 다양한 K-컬쳐(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K-푸드는 무엇인가? 비빔밥, 김밥, 떡볶이, 쌀로 만든 다양한 죽, 김치, 된장 고추장 등이다. K-푸드는 모두 쌀로 만들거나 그것과 밀접한 것들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정부 지원을 받아 미국에 쌀을 직접 수출하기도 했으나 마케팅 미흡이나 저가 정책 등으로 인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였다. 또 국내 저가의 쌀이 미국 교포들에게 유입되면서 떡집이나 쌀 가공식품에 활용되기도 했으나 이는 우리나라 쌀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잠시 미국에서 생산되는 쌀의 종류와 그 양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1년에 약 850만~1000만t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길쭉한 쌀이 70~75%, 중간 사이즈가 20~25%, 우리가 즐겨먹는 동그란 쌀은 1~2%만이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다. 미국인들은 찰진 한국 쌀의 맛을 잘 모른다. 왜냐하면 한국 쌀로 가공된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최근 비빔밥이나 냉동 김밥, 떡볶이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의 쌀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두 한국 쌀이 주재료이며, 미국인들이 이들 음식에 열광하는 것은 한국의 좋은 쌀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필자는 1970년대 미국 유학시절 미국 쌀을 먹어봤는데, 당시에는 한국 쌀보다 맛이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개량된 한국 쌀이 더 맛있다. 이것은 한국 쌀을 사 먹는 현지 교포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1980년대 영국에서 1년간 거주하면서 가까스로 이탈리아 쌀을 비싸게 구입해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탈리아 쌀도 비싸게 팔리고 있으니 우리 쌀이 유럽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한국 쌀이 미국인들은 물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그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국내산 고추장, 된장, 김, 비빔밥용 건나물 등을 수입하고 있는 미국의 한 유통업자는 최근 한국 쌀을 항목에 추가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이 업자는 80~90%를 한인 교포가 아닌 현지인들이나 유명 식당에 판매하고 있었다. 점진적으로 그 수요가 늘어나 올 8월 구례에서 생산되는 쌀 3000kg, 10월에도 3000kg을 각각 수입하고 올 가을에 새 쌀이 나오면 추가로 수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유통업자는 오랜 기간 시장을 철저히 조사했고 현지 유능한 마케팅 회사의 도움을 받아 한국 음식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미국 내 각종 행사에 참석해 한국의 발효음식 즉 고추장, 된장 그리고 간장 등이 얼마나 뛰어난지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 대도시내 미쉐린 인증을 받은 유명 한식당이나 호텔 조리사들에게 한국 쌀과 식재료를 활용한 한국 음식 요리 개발을 의뢰했는데, 새로 개발된 메뉴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 차원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 국가의 정책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는 곧 한국 쌀의 세계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K-푸드의 인기를 타고, 한국 쌀로 조리한 음식의 맛을 미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우리 음식의 개발과 홍보 방안을 정책적으로 깊이 강구해야 한다.

쌀 수출의 새로운 주력시장을 미국으로 잡아 다양한 마케팅에 나서야 할 것이다. K-푸드 가운데 쌀로 만든 음식을 K-팝·영화·드라마 등에 자주 노출되도록 연계 마케팅에 나서고 한국의 대표 음식 레시피와 쌀을 패키지 상품으로 내놓는 방안도 좋을 것 같다.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나 아시아 음식점이 형성된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타깃 도시나 지역을 선정하고 집중 공략하거나 대형 마트, 한인 마트, 또는 K-푸드 전문 레스토랑과 협력해 무료 시식 행사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이 한국 쌀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급화 전략, 온라인 마케팅, 한국 요리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실시, 현지화와 차별화된 제품 개발 등도 전략에 포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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