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과 책 읽기 - 문길섭 시암송국민운동본부 대표
2024년 10월 22일(화) 00:00 가가
지난 6월 지인 다섯 명이 의기투합해서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1년 일찍 명퇴한 피아니스트 B교수(유명한 시인의 딸이다), 고교에서 국어 교사로 정년한 S선생, 이탈리아에서 교회사로 학위를 받고 오랫동안 로마 교황청에서 일한 Y교수, 2회부터 동참한 P신부 그리고 내가 한 달에 한 번 모여 각자 15분씩 발표하고 있다. 발표방식은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대신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두 방식은 각각 장단점이 있겠으나 실제로 경험해 보니 후자가 더 부담이 적게 느껴진다.
진즉부터 독서회에 대한 관심은 있으면서도 막상 어떻게 시작할지 몰랐는데 이렇게 해 보니 어떤 모임보다도 생산적이고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음을 느낀다. 발표 시간이 길어져 지루해짐을 피하기 위해 우선은 다섯 명은 넘지 않기로 했다. 점심 전에 모여 발표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못다 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참고로 지난 8월 모임 때 나눈 책은 ‘수인’(황석영),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 화가 최용선의 진동리 일기’(최용선),‘E= MC 2’(데이비드 보더니스 ), 열정(산드로 마라이), ‘라틴어 수업’(한동일)이다.
이렇게 독서모임을 갖게 되면 발표할 책은 아무래도 정성껏 정독을 하게 된다. 다른 분들의 책 소개를 통해선 책의 윤곽을 알게 되고 더 친해지고 싶은 책이 있으면 나중에 구입해서 읽게 된다. 독서모임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우리 모임이 작은 예(例)가 되길 바란다.
평생 책과 함께 살다 간 안병욱 교수는 “신이 만든 가장 위대한 작품은 산이고,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창조물은 책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한국의 대표적 석학이었던 이어령 교수가 글에 대해 한 말도 좋은 글의 가치를 높여 준다. “조조는 두통이 날 때마다 진림의 글을 읽었다고 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소의 편에서 자신을 비방해 오던 진림이 포로로 잡혀 왔을 때에도 벌하지 않고 문서계로 등용시켰다. 중국에서는 그래서 명문을 쓰는 일을 경국지대업(經國之大業)이라고까지 했다.”
수도승으로서 책을 가까이 했던 법정 스님은 생전에 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문학의 숲’ 편집부가 엮은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50권)을 읽으며 그가 얼마나 다양한 책을 아끼고 읽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내 둘레에 무엇이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보았다. 차와 책과 음악이 떠올랐다. 마실 차가 있고 읽을 책이 있고 듣고 즐기는 음악이 있음에 절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오두막 살림살이 이만하면 넉넉하구나 싶었다. 차와 책과 음악이 곁에 있어 내 삶에 생기를 북돋워 주고 나를 녹슬지 않게 거들어 주고 있음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올 가을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란 꿈 같던 일이 현실로 다가와 나라 방방곡곡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작가의 작품들이 단 시일내에 백만 부를 돌파했다는 말이 들리고 여러나라에서도 번역이 되고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더욱이 덩달아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찾는다니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덕분에 종이책 르네상스가 온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이따금 전해지는 작가의 나지막하지만 진지한 발언에 주목한다. 그는 그를 들뜨게 하는 모든 일을 뒤로 한 채 여느 때처럼 읽고 쓰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걷기와 함께 그는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합니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국민 모두 책이 많든 적든 자기만의 책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으면 언젠가는 읽게 되는 날이 오겠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집필 계획도 밝힌다.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로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입니다. 앞으로 6년 동안은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글쓰기만을 위해 전심전력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모처럼 찾아 온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 국민이 책을 많이 읽고, 곳곳에 독서모임이 만들어져 책 내용을 나누는 문화국민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의 대표적 석학이었던 이어령 교수가 글에 대해 한 말도 좋은 글의 가치를 높여 준다. “조조는 두통이 날 때마다 진림의 글을 읽었다고 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소의 편에서 자신을 비방해 오던 진림이 포로로 잡혀 왔을 때에도 벌하지 않고 문서계로 등용시켰다. 중국에서는 그래서 명문을 쓰는 일을 경국지대업(經國之大業)이라고까지 했다.”
수도승으로서 책을 가까이 했던 법정 스님은 생전에 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문학의 숲’ 편집부가 엮은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50권)을 읽으며 그가 얼마나 다양한 책을 아끼고 읽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내 둘레에 무엇이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보았다. 차와 책과 음악이 떠올랐다. 마실 차가 있고 읽을 책이 있고 듣고 즐기는 음악이 있음에 절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오두막 살림살이 이만하면 넉넉하구나 싶었다. 차와 책과 음악이 곁에 있어 내 삶에 생기를 북돋워 주고 나를 녹슬지 않게 거들어 주고 있음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올 가을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란 꿈 같던 일이 현실로 다가와 나라 방방곡곡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작가의 작품들이 단 시일내에 백만 부를 돌파했다는 말이 들리고 여러나라에서도 번역이 되고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더욱이 덩달아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찾는다니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덕분에 종이책 르네상스가 온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이따금 전해지는 작가의 나지막하지만 진지한 발언에 주목한다. 그는 그를 들뜨게 하는 모든 일을 뒤로 한 채 여느 때처럼 읽고 쓰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걷기와 함께 그는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합니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국민 모두 책이 많든 적든 자기만의 책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으면 언젠가는 읽게 되는 날이 오겠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집필 계획도 밝힌다.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로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입니다. 앞으로 6년 동안은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글쓰기만을 위해 전심전력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모처럼 찾아 온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 국민이 책을 많이 읽고, 곳곳에 독서모임이 만들어져 책 내용을 나누는 문화국민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