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공동주택 절반 스프링클러 설치 안돼
2024년 10월 21일(월) 20:35
2018년부터 6층 이상 설치 의무화 법안 시행…노후 단지 사각지대
미설치 비율 광주 동구 63%·전남 강진 92% 가장 높아 화재 무방비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전남의 공동주택 절반 이상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부천 숙박업소 화재 등에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던만큼 광주·전남 지역민의 화재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광주의 아파트 주거 비율은 67.8%로 전국에서 첫 손에 꼽히는 ‘아파트 도시’인만큼 화재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시 을)이 광주시와 전남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광주 지역 공동주택 총 1162단지 중 460단지(39.6%)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은 총 1516단지 중 917단지(60.4%)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광주·전남 전체 아파트의 51.4%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이다.

스프링클러 미설치 공동주택들은 소방시설법이 여러 차례 개정되는 과정에서 설치 의무를 비켜간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6층 이상의 모든 아파트는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 법은 2018년 이후부터 시행됐다.

1990년 이전에는 당시 아파트에 스프링클러를 의무 설치하는 규정이 없었고, 1990~2004년에는 16층 이상 아파트를 대상으로 16층 이상의 층에만 설치하도록 개정됐다. 2004~2018년에는 11층 이상 건물에 한해서만 모든 층에 의무 설치 규정을 뒀다.

문제는 개정된 법이 기존 건물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구나 스프링클러 배관을 설치하려면 벽부터 천장까지 전반적인 공사가 필요해 신축에 못지 않은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기존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새로 설치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광주시의 경우 지은 지 오래된 공동주택이 많은 구도심에 가까울수록 스프링클러 미설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스프링클러 미설치 공동주택 비율은 광주시 동구가 63%(99단지 중 62단지)로 가장 높았으며, 북구 43%(369단지 중 160단지), 서구 37%(209단지 중 78단지), 광산구 36%(260단지 중 94단지), 남구 29%(225단지 중 66단지) 등이 뒤를 이었다.

전남은 강진이 전체 90단지 중 83단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미설치율이 92%에 달했다. 보성 89%(53단지 중 47단지), 장흥 88%(69단지 중 61단지), 고흥 87%(66단지 중 57단지), 장성 85%(67단지 중 57단지), 진도 82%(71단지 중 68단지) 등 전남에서는 미설치율 80%를 넘기는 사례도 빈번했다.

한병도 의원은 “최근 대형 화재사고에서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에 따른 인명피해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기본 소방시설 미비로 국민을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한 것은 지자체와 소방청의 책임 방기나 다름없다”며 “지자체와 소방청이 협력해 대형 인명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공동주택을 우선해서 스프링클러 설치 등 안전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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