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광주법원, 5·18 위자료 잇따라 증액 판결
2024년 10월 20일(일) 20:05
광주고법·지법, 최근 정신적 손해배상 인정액 상향 판결 이어져
사망자 최대 2억 기준은 여전…아직은 일부 재판부 변화에 그쳐
법원 따라 최대 4배 차이 지적 속 “서울법원 수준으로 더 올려야”

/클립아트코리아

광주법원에서 최근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위자료 액수를 기존보다 상향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위자료가 법원에 따라 최대 4배 가까이 차이가 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9월 30일자 광주일보 6면>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사망자 기준 위자료 최대 2억원으로 서울법원 인정액(최대 4억원)에 미치지 못하고, 법원 전체적인 상향이 아니라 일부 재판부의 상향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재판부별 편차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고법 민사1부(재판장 이의영)는 지난 17일 선고한 5·18 정신적 손해배상 관련 민사 항소심 10건에 대해 모두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원고들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계엄군에 심각한 구타를 당하거나 보안대·상무대 등으로 끌려가 불법 구금·가혹 행위를 당한 5·18 피해 당사자 또는 유족들이다.

1심 ·2심 재판부는 모두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에 의해 헌정질서파괴범죄가 자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위자료 산정 금액이 달라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원고의 인용금액(피해 위자료)을 최대 4배까지 상향했다.

5·18 당시 계엄군에게 구타를 당해 상해를 입고 장해등급 14 등급을 인정 받은 부상자는 1심에서 500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됐지만, 항소심에서는 4배인 2000만원을 인정받았다.

17살의 나이로 상무대로 연행돼 157일 구금 과정에서 구타를 당해 장해 10등급을 받은 원고에 대해 1심에서 인정한 위자료 7000만원을 항소심에서는 1억1000만원으로 올렸다.

340일간 구금돼 석방후 정신분열,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장해 5등급을 받은 원고는 1심 8000만원에서 1억8600여만원으로 증액됐다. 이 항소심 재판부는 장해에 따른 최대 위자료 기준을 2억원(사망시)까지 올려 책정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광주지법 일부 민사재판부에서도 서울지법 수준의 위자료 상향 산정 판결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민사14단독(판사 최윤중)은 5·18당시 구금 구타를 당한 A씨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소송을 인용했다.

16살의 나이에 민주화운동에 나선 A씨는 1980년 5월 19일 시위도중 계엄군에게 곤봉 등으로 폭행당하고 연행돼 34일간 구금됐다. A씨 변호인 측은 서울지법이 인정한 위자료의 액수를 청구했고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광주법원의 위자료가 모든 민사재판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광주고법 관계자는 “올해 새로 구성된 민사1부가 자체 논의를 거쳐 기존 위자료 인정액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위자료 산정은 재판부별로 다르고 아직 다른 민사재판부에서는 상향 움직임이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광주법원의 경우 아직 사망자 위자료 최대치를 2억원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상자 위자료 산정 액수가 사망자 위자료 최대치 범위내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서울법원이 사망자의 위자료를 최대 4억원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위자료 산정 최대 액수는 2배의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17일 열린 광주고법·지법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광주법원은 타지역에 비해 5·18 관련 사건 위자료 인정액이 적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점에서 지역 법조계에서도 일률적 상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시 박병태 광주지법원장은 “동일 사안에 유사한 위자료가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한다”며 “다른 법원의 사례나 항소심(고법) 판단을 참고해 (위자료 인정 액수에 대해) 지방법원에서 논의될 수 있게 하겠다”고 답해 향후 판결이 주목된다.

광주지역 한 변호사는 “광주법원의 5·18 관련 손배 인정액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최근 일부 재판부가 위자료 액수를 증액하는 판결이 나옴에 따라 변화가 기대되지만,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유공자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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