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불편한 이들 돕는 과학자 되고 싶어요”
2024년 10월 18일(금) 08:00
2024 으뜸인재 <13> 영암구림초 5년 박라온군
‘자기주도학습형’ 과학영재…실험·독서하며 꿈 키워가
“자기부상열차 타고 통일 한반도 통해 세계여행 가고파”
“일상 생활의 불편함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과학자가 꿈이에요.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제가 어른이 된 미래에는 자기부상열차를 탈 수 있을텐데, 통일된 한반도를 통해 세계 여행도 갈겁니다. ”

박라온(11·영암구림초 5년)군은 ‘야무진’ 초등생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뚜렷한 목표를 갖고 하고 싶은 공부를 챙긴다. 이른바 ‘자기주도학습형’ 아이다. 하루 공부할 분량이나 독서도 부모 간섭 없이 100% 박군이 결정한다.

자녀의 성격을 파악하고 제시하는 것보다 스스로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선택하는 게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의 역할도 큰 힘이 됐다.

학교로 온 전남도의 ‘과학영재키움’ 신청서도 박군이 챙겨왔다.

‘과학영재키움’은 전남도가 지역 전문기관인 영재교육원(목포·순천대)을 활용, 과학에 재능 있는 학생들을 선발한 뒤 블루바이오, 블루에너지,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분야로 나눠 체계적 전문교육을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2022년부터 시작했다. 100명의 학생을 선발해 주말 전문교습, 방학 집중수업 및 현장 체험 등을 통해 지역 청소년들의 과학적 재능 발견과 계발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군은 지난해부터 과학영재에 선발됐다. 박군 부모들도 영암의 작은 시골학교라 다양한 과학프로그램을 접할 수 없었던 박군의 과학적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딱 맞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관심이 있으니 열심일 수 밖에 없다. 과학영재로 선발된 뒤 매주 토요일 한 차례 찾아가 다양한 실험·융합 교육을 받는 데 푹 빠져있다. 배운 내용을 몸에 익히는데도 적극적이다.

“새로운 내용을 배우면 집에서 다시 해보는데, 영재교육원에서 완충용액 실험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과 코딩 관련 내용으로 수업이 이뤄졌을 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까요.”

서울에서 내려와 머물게 된 월출산 밑 한옥인 박군 집 거실엔 TV 대신 책장만 있다. 휴대폰도 쓰지 않는다. ‘학원 뺑뺑이’는 커녕, 학원도 전혀 다니지 않으니 선행학습을 한 적이 없다.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 읽는 게 습관이 됐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하루 4시간 정도는 책을 읽는 것 같아요. 소설, 과학잡지, 역사책 등 다양하게 찾아읽는 편인데, 일주일이면 10권 정도 읽게 되던데요. 최근엔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필수 물리·화학·생물 개념’을 다뤘다는 ‘태어난 김에 물리·화학·생물공부’라는 책을 재미있게 봤어요. ‘내일은 실험왕’,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라는 책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래도 밖에서 뛰어놀 시간은 충분해요. ”

6년 전인 2018년 서울에서 내려올 때만 해도, ‘몇 년 있다가 올라가야지’라며 생각했던 가족들은 이제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며 더 머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박군도 전남도 과학영재키움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하면서 과학자로 관심 분야를 찾아가겠다는 생각이다.

“우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학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다양한 심화·융합 과정 프로그램에 참여하다보면 조금 구체적으로 꿈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는 계속 발전하고 변할텐데, 꿈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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