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 공주’·‘흥부와 놀부’서 인문학적 가치를 찾다
2024년 10월 18일(금) 00:00 가가
철학자와 함께 읽는 동화-이일야 지음
동화는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어낸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한눈에 쏙 들어오는 삽화와 함께한 재미난 이야기는 아이들을 환상적인 세계로 안내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화가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도 아니다. 동화를 읽다보면 얻게 되는 교훈이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종종 동화를 찾아 읽곤 한다.
동화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는 동화 인문학 ‘철학자와 함께 읽는 동화’가 나왔다. 철학자이자 현재 전북불교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이일야가 쓴 책은 2020년 ‘동화 인문학’ 열풍을 일으킨 화제작 ‘동화가 있는 철학 서재’의 개정판이다. MZ세대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수정하고 동화 2편을 새롭게 추가했다.
책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마음 읽기’에서는 행복, 사랑, 오만, 욕망, 질투, 공감 등의 키워드로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백설공주’를 통해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지 짚어보고 ‘도깨비감투’를 읽고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은 무엇인지 고찰한다. 2부 ‘관계 읽기’는 정직, 존중, 책임, 협동, 성실, 거짓말 등의 키워드로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관계를 살펴본다. ‘여우와 두루미’에서는 배려 없는 사랑은 곧 폭력임을 일깨우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는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한 행동을 하면 화가 미친다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정서가 담긴 동화 ‘흥부와 놀부’는 가난하더라도 착하게 살면 언젠가는 복이 올 것이라는 선인들의 믿음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자본과 물질이 우선시 되어버린 오늘날에는 흥부처럼 살다가는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욕심 많은 놀부의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저자는 다시 읽은 ‘흥부와 놀부’를 통해 이런 관점을 벗어나 갑자기 부자가 된 흥부에게 ‘질투’를 느낀 놀부의 감정에 집중했다. 부모의 모든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던 첫째들이 동생이 태어나는 순간 상황이 반전되며 동생에게 주인공 자리를 빼앗기며 질투의 감정이 높아지는 일상적인 현상을 흥부와 놀부에 대입시킨 것이다. 철학자는 이를 통해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을 모색한다.
“서재에 동화책 한 권 정도 꽂혀 있다는 것은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힘이 남아있다는 의미로 읽고 싶다. 서재에 가득 흐르고 있는 동화 속 아이와 같은 솔직하고 당당한 기운이 서재를 넘어 우리의 삶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담앤북스·1만68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하지만 동화가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도 아니다. 동화를 읽다보면 얻게 되는 교훈이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종종 동화를 찾아 읽곤 한다.
저자는 다시 읽은 ‘흥부와 놀부’를 통해 이런 관점을 벗어나 갑자기 부자가 된 흥부에게 ‘질투’를 느낀 놀부의 감정에 집중했다. 부모의 모든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던 첫째들이 동생이 태어나는 순간 상황이 반전되며 동생에게 주인공 자리를 빼앗기며 질투의 감정이 높아지는 일상적인 현상을 흥부와 놀부에 대입시킨 것이다. 철학자는 이를 통해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을 모색한다.
“서재에 동화책 한 권 정도 꽂혀 있다는 것은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힘이 남아있다는 의미로 읽고 싶다. 서재에 가득 흐르고 있는 동화 속 아이와 같은 솔직하고 당당한 기운이 서재를 넘어 우리의 삶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담앤북스·1만68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