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트라우마치유센터 ‘국립’ 되고 이용 불편해졌다
2024년 10월 17일(목) 21:15 가가
예산 부족 이유 고령 피해자 이동대책·식사 등 제공 부실
센터 측 “행안부 소관이라 서비스를 맘대로 바꿀 수 없다”
센터 측 “행안부 소관이라 서비스를 맘대로 바꿀 수 없다”
광주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이하 치유센터)가 문을 연 지 3개월이 됐으나 이용자들은 “오히려 전보다 불편해졌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치유센터 측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령의 피해자들의 이동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고, 식사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치유센터는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을 비롯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한 인프라다.
17일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작가의 ‘소년이 온다’의 모티브가 된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85)씨는 “평지를 걷는 것도 불편한데 치유센터까지 가려면 산길을 타야 해 한숨부터 나온다”고 호소했다.
최근 낙상사고로 고관절 인공관절 삽입 수술을 받은 김씨는 주거지인 북구 신안동에서 센터가 있는 서구 화정동까지 버스를 타는 것조차 힘들다고 토로했다. 버스를 서구 양동, 농성동 등지에서 두 번을 갈아 타고 중간에 육교도 건너가야 하는 등 가는 길이 험난하다는 것이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도 난관이다. 정류장에서 내린 뒤 200여m 골목길을 지나고, 다시 200여m 굽이진 산길을 올라가야만 센터를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셔틀버스나 카풀, 픽업 서비스라도 해 달라고 치유센터 측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치유센터에서 예산이 부족한데다 지자체라면 모를까 행안부 소관이 된 이후 서비스를 센터에서 맘대로 바꿀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는 “북구 문흥동, 두암동 등에 사는 유족 어머니들은 하나같이 버스를 여러차례 갈아 타면서 가야 하는데 불편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영철 열사의 아내인 김순자(70)씨도 “오히려 지자체에서 운영할 때보다 더 불편해졌다”고 고개를 저었다.
뇌경색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김씨는 “치유센터 가는 길에 눈에 띄는 안내판 하나조차 없어 두어 시간 동안 화정동 일대를 헤매기도 했다”며 “치유센터 이용자들이 70, 80대 어르신들이 많은데 배려를 찾아볼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치유센터는 이용자들을 위한 점심 식사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한 이용자는 “오전 10시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경우 화정동과 먼 곳에서 거주하는 이용자는 버스 시간을 맞추려고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센터를 찾아와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하지만 개관 이후 한 달 동안 점심이 일절 제공되지 않았고, 인근에 변변히 점심을 사 먹을 곳도 없던 터라 이용자들은 배고픔에 떨어야 했다”고 푸념했다.
결국 항의를 받은 치유센터 측에서 지난 8월부터 점심 식사 대용품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나, 두 달 동안 어르신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떡과 꼬마김밥을 반복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한 이용자는 “국립 센터로 새로 문을 열었으면 당연히 이전보다 좋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퇴보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참여도 안 하게 된다”며 “지자체뿐 아니라 시민들, 정치인 등 모두가 관심을 갖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유센터 관계자는 “마음안심버스를 운행하려면 1대당 4억원, 셔틀버스는 1대당 2억원 예산이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며 “점심값으로 편성된 예산이 전무한데다 센터 내에 점심식사 제공을 위한 급식실 등 공간이 없다 보니 식사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치유센터 운영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치유센터가 국립으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예산까지 광주시에서 절반을 감당하라는 방침을 관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광주시에 ‘2025년도 국고보조금 예산(안) 사전통보’ 공문을 보내 치유센터 운영비 명목으로 11억원의 출연금을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개관 당시에도 관련 예산을 16억원만 책정하고 인력을 13명밖에 배치하지 않은데다, 예산 절반을 광주시에게 부담하라고 해 논란에 휘말린 적 있다.
이 때 광주시는 추경으로 예산 5억원을 지원하면서 “국립 기관인 만큼 앞으로는 국가가 운영비를 전액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내년도 예산에도 광주시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치유센터 관계자는 “정부에서 내년도 예산을 11억원만 편성하면서 내년에도 어쩔 수 없이 광주에 예산 절반을 부담할 것을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치유센터는 지난 7월 1일 서구 화정동 옛 국군통합병원 인근, 화정근린공원 내에서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2224㎡) 규모로 개관했다. 치유센터 설립에는 총 사업비 107억원이 투입됐다.
17일 기준 치유센터 이용자(회원) 수는 총 1259명으로, 5·18 관련자 507명, 여순사건·한국전쟁·호남민족민주열사·강제징집·부마항쟁·삼청교육대·아람회 등 국가폭력 피해자 752명이다. 이 중 국립 전환 이후 신규 등록한 회원은 32명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치유센터 측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령의 피해자들의 이동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고, 식사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작가의 ‘소년이 온다’의 모티브가 된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85)씨는 “평지를 걷는 것도 불편한데 치유센터까지 가려면 산길을 타야 해 한숨부터 나온다”고 호소했다.
최근 낙상사고로 고관절 인공관절 삽입 수술을 받은 김씨는 주거지인 북구 신안동에서 센터가 있는 서구 화정동까지 버스를 타는 것조차 힘들다고 토로했다. 버스를 서구 양동, 농성동 등지에서 두 번을 갈아 타고 중간에 육교도 건너가야 하는 등 가는 길이 험난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북구 문흥동, 두암동 등에 사는 유족 어머니들은 하나같이 버스를 여러차례 갈아 타면서 가야 하는데 불편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영철 열사의 아내인 김순자(70)씨도 “오히려 지자체에서 운영할 때보다 더 불편해졌다”고 고개를 저었다.
뇌경색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김씨는 “치유센터 가는 길에 눈에 띄는 안내판 하나조차 없어 두어 시간 동안 화정동 일대를 헤매기도 했다”며 “치유센터 이용자들이 70, 80대 어르신들이 많은데 배려를 찾아볼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치유센터는 이용자들을 위한 점심 식사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한 이용자는 “오전 10시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경우 화정동과 먼 곳에서 거주하는 이용자는 버스 시간을 맞추려고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센터를 찾아와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하지만 개관 이후 한 달 동안 점심이 일절 제공되지 않았고, 인근에 변변히 점심을 사 먹을 곳도 없던 터라 이용자들은 배고픔에 떨어야 했다”고 푸념했다.
결국 항의를 받은 치유센터 측에서 지난 8월부터 점심 식사 대용품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나, 두 달 동안 어르신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떡과 꼬마김밥을 반복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한 이용자는 “국립 센터로 새로 문을 열었으면 당연히 이전보다 좋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퇴보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참여도 안 하게 된다”며 “지자체뿐 아니라 시민들, 정치인 등 모두가 관심을 갖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유센터 관계자는 “마음안심버스를 운행하려면 1대당 4억원, 셔틀버스는 1대당 2억원 예산이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며 “점심값으로 편성된 예산이 전무한데다 센터 내에 점심식사 제공을 위한 급식실 등 공간이 없다 보니 식사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치유센터 운영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치유센터가 국립으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예산까지 광주시에서 절반을 감당하라는 방침을 관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광주시에 ‘2025년도 국고보조금 예산(안) 사전통보’ 공문을 보내 치유센터 운영비 명목으로 11억원의 출연금을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개관 당시에도 관련 예산을 16억원만 책정하고 인력을 13명밖에 배치하지 않은데다, 예산 절반을 광주시에게 부담하라고 해 논란에 휘말린 적 있다.
이 때 광주시는 추경으로 예산 5억원을 지원하면서 “국립 기관인 만큼 앞으로는 국가가 운영비를 전액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내년도 예산에도 광주시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치유센터 관계자는 “정부에서 내년도 예산을 11억원만 편성하면서 내년에도 어쩔 수 없이 광주에 예산 절반을 부담할 것을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치유센터는 지난 7월 1일 서구 화정동 옛 국군통합병원 인근, 화정근린공원 내에서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2224㎡) 규모로 개관했다. 치유센터 설립에는 총 사업비 107억원이 투입됐다.
17일 기준 치유센터 이용자(회원) 수는 총 1259명으로, 5·18 관련자 507명, 여순사건·한국전쟁·호남민족민주열사·강제징집·부마항쟁·삼청교육대·아람회 등 국가폭력 피해자 752명이다. 이 중 국립 전환 이후 신규 등록한 회원은 32명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