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남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새로 지은 호텔의 일부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31일 해남군 화원면 화봉리 일대에서 4성급 리조트호텔 ‘해남126 오시아노’를 개장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이 호텔은 정부가 한국관광공사에 개발을 맡기고 400억원을 투입해 지은 것으로, 지상 1~5층 연면적 9400여㎡에 120실 규모의 객실을 갖췄다.

문제는 연회장 등이 있는 1층부터 객실로 쓰이는 2, 3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고 4~5층 객실에만 설치됐다는 점이다. 절반 가량의 객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셈이다.

이로 인해 호텔 운영 계약도 혼선이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한국관광공사는 경쟁 입찰을 통해 호텔 위탁 경영사로 ㈜이지스를 선정하고, 이지스 측은 하얏트호텔을 호텔 운영 파트너사로 선정했으나 하얏트호텔 측은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을 이유로 운영 계약을 파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소방법상 이 호텔에 스프링클러가 부분적으로 설치된 것은 불법이 아니다.

호텔 건물은 지난 2021년 건축 허가를 받았는데, 당시 소방법(2018년 개정)에서는 ‘6층 이상 숙박시설’에 한해서만 전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개정된 소방법에서는 층 수와 무관하게 숙박시설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으나, 기존 건축물에 대해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일각에서는 한국관광공사가 화재 피해와 예방에 대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경기도 부천시에서 9층 규모 호텔에 불이 나 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방 안전 문제가 화두로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부천 호텔 화재 현장 또한 발화 지점인 8층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이곳 역시 2004년 준공된 건물이라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건축법, 소방법상 이상이 없었던만큼 개장 일정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국관광공사는 스프링클러를 추가 설치하지 않을 방침이다. 개장 일정이 빠듯하고 스프링클러를 추가 설치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숙객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외부 소방전문기관을 통해 소방 안전 관련 컨설팅을 받고, 스프링클러를 대체해 소방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추가 소방 시설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건축 준공 인가를 받을 때에도 소방서에서 철저한 안전점검을 거쳤으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준공을 했었다”며 “해남군 오시아노 관광단지를 활성화하고 지역 관광과 경제를 부흥하기 위해 세우는 호텔이라 공사에서도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지역민들의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