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원전(i-SMR) 논의, 지역에서도 필요하다 - 최영대 전 국가정보원 광주지부장
2024년 10월 13일(일) 21:30
지난해 3·4월 광주·전남은 10개월 가까이 지속된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 직전까지 갔던 적이 있다. 기상관측망을 전국으로 확충한 1973년 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당시 수원지 역할을 하는 동복댐과 주암댐의 저수율이 10%대까지 떨어졌다. 광주시는 영산강에서 취수를 하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는데, 다행히 5월에 단비가 내려 제한급수 위기를 넘겼다.

옛말에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말이 있다. ‘음수사원 굴정지인(飮水思源, 掘井之人)’에서 온 말로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고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며 마셔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가뭄으로 언론 등을 통해 제한급수와 물 절약 캠페인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광주·전남에 식수·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생각해본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면서 물 못지 않게, 아니 물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 전기이다.

그렇다면 광주시와 전남도 전체가 1년 동안 쓰는 전력은 대략 얼마나 되는 걸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해보면 2023년 기준으로 광주시 146만여 명이 1년간 쓰는 전력량은 90억kWh가 조금 넘으며, 189만명의 전남도는 340억kWh 정도를 사용했다. 광주와 전남지역을 합해서 연간 약 430억kWh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전남이 대도시인 광주보다 3.8배나 전기를 더 많이 쓰는 이유는 전기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광양제철과 여수 석유화학산업단지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막대한 전력은 어디에서 공급받을까? 2023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전기를 생산한 발전소는 영광의 한빛원전(6기)의 420억 kWh로, 이 가운데 한빛원전 1·2호기가 생산한 전력은 신광주 변전소를 통해 광주와 인근 전남지역에 공급되고 있다. 그 다음은 여수·순천·광양 등에 화력 200억 kWh, 태양광·풍력 60억kWh 등이 들어가고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전남 곳곳에 깔려 있는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영광원전 6기중 1기가 생산하는 분량보다도 작고, 광주시가 연간 사용하는 전력량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전기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발전소가 한전에 전기를 파는 정산단가이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게시된 가장 최근 자료인 2024년 8월 기준으로 태양광의 정산단가는 1kWh당 154원(여기에 REC 평균가격 78원이 추가됨), LNG 187원, 석탄 172원, 원자력 86원이다. 가장 비싼 태양광과 LNG가 늘어나면 전기요금 상승을 압박하고 결국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올해는 8월에 이어 역대 가장 뜨거운 9월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AI 등 4차산업혁명으로 첨단산업에 소요되는 전기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대용량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원전 회귀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보강한 소형 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5년 뒤 AI데이터센터 전력을 감당하려면 원전 53기를 추가 건설해야 할 정도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난 6월 대구시와 경북도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배후도시와 첨단산업단지에 전력공급을 위해 SMR을 유치 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최근에는 부산시가 가덕도신공항 전력 공급을 위해 SMR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광주·전남도 광주공항 이전 시 그 부지에 첨단산업을 유치하려면 전력 등 에너지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를 심층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SMR의 미래 가능성에 주목해 안전성이 기존 원전에 비해 1만배 이상 향상된 혁신적인 소형 원전 i-SMR 개발에 4000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8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광주·전남 일원에 대부분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영광의 한빛원전 1·2호기의 계속 운전에 대해서 반대 목소리가 거센 상황에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누군가는 광주·전남의 미래 전기 공급 방안을 고민하고, 또 앞으로 4차산업혁명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지역 내에서도 혁신형 소형 원전(i-SMR) 건설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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