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앞서 멘부커상 안긴 ‘채식주의자’ 어떤 영화일까
2024년 10월 12일(토) 12:00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의 동명소설 원작
나무가 되고 싶었던 여자…폭력의 굴레에 저항하기

영화 ‘채식주의자’ 스틸컷.

광주 출신 작가 한강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예술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작품 관심과 맞물려 2차 창작물인 영화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2016년 맨부커상까지 안긴 ‘채식주의자’가 대표적이다. 이 소설은 2009년 임우성 감독에 의해 동명 작품으로 영화화된 바 있다.

개봉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호평작, 선댄스영화제 초청작 등 이목을 끌었으나 작가주의 맥락에서 오는 난해함 때문에 대중들의 호불호는 갈렸다.

기자가 다시 본 영화 ‘채식주의자’는 다양한 상징과 기호, 알레고리로 빚어진 한 편의 예술작품으로 다가왔다. 원작의 구조에 인물 감정과 유무형의 폭력이 복잡하게 교직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중 주인공 영혜(채민서 분)의 삶은 식물을 연상시킨다. 그녀는 육식을 강요하는 아버지 밑에서 폭력을 감내하는 한편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라’는 사회적 시선을 견뎌낸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꾸게 된 ‘꿈’ 이후로 영혜의 삶은 변한다. 채식주의를 시작으로 거식증으로 이어지는 ‘거부 증상’은 세상의 폭력을 거부하는 양상으로 전이된다.

3자적 시선에서 식물이 되려는 욕망을 그렸다는 점도 흥미롭다.

각각의 챕터를 통해 관객은 각각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으로 주인공을 바라보게 된다. 이들은 저마다 ‘소수자를 핍박하는 이’, ‘소수자를 이용하는 이’, ‘소수자의 곁을 지키는 이’로 해석된다.

작품이 단일 인칭만을 따르지 않고 주변 인물까지 포착한 점이 특장이다. 주류사회로 진입하려는 아웃사이더의 고통을 상호침투시켜 ‘어떤 것이 옳은가’라는 윤리적 딜레마를 던진다.

영화 ‘채식주의자’는 상업적 성공만을 위해 대중성과 타협하지 않은 듯하다. 흥행에는 크게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예술영화나 사회 담론으로서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범외의 부분들을 형상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영화 뿐 아니라 공연계에서도 한강 작품은 주목받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극단 INDEX는 오는 25일부터 내년 2월까지 이탈리아,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연극 ‘채식주의자’를 상연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립극단 원광연 예술감독도 “수상한지 얼마 안 됐지만 한강 소설들 중에는 극화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운 작품이 많다. 가능하면 무대에서 선보이고 싶다”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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