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우린 어떤 버섯을 먹어야 할까?
2024년 10월 07일(월) 07:00
식용버섯만 400여 종…위험한 ‘야생’ 찾을 이유 없어

/ 클립아트코리아

수확의 계절 가을엔 모든 게 풍성해진다. 아침 저녁 상차림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가족 식탁에도 버섯을 좋아하는 아내 덕에 갖가지 버섯을 활용한 푸짐한 상이 차려진다.

지금이야 시절이 좋아져 몸에 좋은 버섯을 자주 접할 수 있지만, 버섯 재배가 본격화하기 전인 삼사십 년 전만 해도 이 같은 호사는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이 같은 일은 산골에서 농사일 외에 가욋돈을 벌기 위해 산에 올라 버섯을 채취하고, 논농사하면서 여유가 생기면 뒷마당에 종균을 배양해 버섯을 키웠던 부지런한 농부가 있어 가능했다.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느타리버섯을 포함해 국내에서 전문적으로 버섯을 재배하는 농가만 2300가구에 달할 정도지만 말이다.

버섯은 균류(菌類) 중에서 대형 자실체(子實體)를 형성하는 무리의 총칭을 이르는 말로 우산 모양을 이루는 것이 많고 주로 그늘진 땅이나 썩은 나무에서 자란다. 특이한 것은 씹으면 고기 맛이 나거나 나물처럼 취급하는 버섯이 식물도, 동물도 아니다는 점이다. 생물학적으로 균류에 속하는 버섯은 동식물 분류의 매우 특별한 경계에 있다. 또 포자를 이용해 번식하는데 먹을 수 있냐 없느냐에 따라 식용버섯과 독버섯으로 나뉘며 독성의 유무, 맛과 냄새에 따라 식용 등 각각의 쓰임새가 정해진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요 식용버섯은 표고버섯,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목이버섯 등으로 미네랄, 무기질, 단백질이 풍부해 우리 몸에서 유익하다.

종류도 다양해졌는데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식용버섯만 400여 종이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소혀버섯과 노루궁뎅이버섯, 망태버섯 등 특이한 이름을 가진 것도 있다. 소혀버섯은 정말 소 혓바닥처럼 생긴 버섯이다. 소고기 육회의 식감이 나는 덕에 회로 즐긴다. 소 생간과 닮은 소간 버섯도 있다. 또 노루궁뎅이 버섯은 북실북실한 생김새가 새하얀 털 뭉치를 꼭 빼닮았다. 주로 약용으로 쓰는데 최근엔 인공재배에 성공해 식자재로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망태버섯은 늘어진 그물 같은 생김새가 마치 하얀 면사포를 닮았대서 숲속의 귀부인이라 불린다. 고급 약재나 식재료로 두루 쓰인다.

귀하디귀한 자연산 송이를 대신해 나온 새송이, 양송이는 이제 찬거리 채소처럼 일상에서 구매할 수 있다. 식감이 좋은 팽이버섯은 요즘 음식에 감초처럼 두루 쓰이는 식자재다. 이 버섯들은 꼭 가을이 아니라더라도 사철 맛볼 수 있다.

우리가 주로 먹고 있는 식용 재배버섯은 야생버섯을 수집해 교배한 후 인공재배용으로 육성한 버섯으로 야생버섯과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팽이버섯만 해도 그렇다. 보통 팽이버섯은 야생 팽나무에 기생해 자라기 때문에 팽나무버섯이라고 하며 갈색인데, 우리가 흔히 먹는 흰색 팽이버섯은 야생 팽이버섯을 개량한 품종이다.

문제는 야생의 독버섯이다. 이 시기에 나들이와 산행 등 야외활동이 증가하면서 야생버섯을 먹고 중독되는 사고가 매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식용버섯과 독버섯을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데 국내에 분포하는 버섯 2220종 가운데 독버섯이거나 몸에 독소로 작용하는지 불분명한 버섯이 77%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야생버섯은 거의 독버섯이라고 봐야 한다.

한데 우리는 왜 국산과 수입산은 잘 구별하지 않으면서 자연산을 선호하는 걸까?. 산삼과 인삼, 자연산 회와 양식 회의 영양 성분에 따른 가성비를 따지는 시대인데 말이다.

이상기후로 야생의 송이버섯이 나지 않아 송이 1등급 품의 ㎏당 공판 가격이 160만 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송이나 능이, 영지버섯은 아닐지라도 안전하고 값싼 재배 버섯으로 맛있고 건강한 식탁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은 자연이 주는, 우리 농업이 주는 축복이 아닐까.

/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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