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태우고 119 뺑뺑이 언제까지…
2024년 09월 23일(월) 21:25 가가
의정갈등 장기화에 광주·전남 구급대원들 한계상황 봉착
“119에 강제력 가진 병원 선정 권한 다시 부여하라” 호소
“119에 강제력 가진 병원 선정 권한 다시 부여하라” 호소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 의료공백이 장기화 되고 있다. 23일 광주시 동구의 한 상급병원 응급실 앞에서 구급대원이 대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
“숨이 넘어가는 환자를 두고 언제까지 전화를 돌려야 합니까.” <관련기사 6면>
의정갈등 장기화로 광주·전남지역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 구조체계가 한계에 봉착했다며 절규하고 있다.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수소문하느라 진을 빼고 발을 동동구르는 환자 가족의 원성까지 모두 구급대원들이 들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3일 광주시 북구 임동119센터에는 전국공무원 노동조합 소방본부 광주소방지부 이름으로 ‘119에 강제력을 가진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이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안전본부 차원에서 게재한 것이다. 광주·전남 일선 소방서에도 일제히 ‘환자 수용능력 확인 조항을 삭제하라’, ‘119 구급대 및 상황관리센터에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하라’, ‘119 구급대 이송환자 수용률을 병원 평가지표에 반영하라’의 현수막이 걸렸다. 환자 목숨을 살리기 위한 구급대원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호소다.
현수막에는 ‘응급실 뺑뺑이 대책마련 촉구 서명운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QR코드도 인쇄돼 있다. 서명운동은 지난 6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이날까지 광주·전남 소방대원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만 322명이 서명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지역 A구급대원은 “의료대란 이후 응급환자 발생 현장에서 환자이송이 시급한데도 전화 돌리기에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는 의료진이 부족하다며 환자를 받아주지 않고 광주·전남 대부분의 병원도 이송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A대원은 “교통사고 등 환자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3차병원을 시작으로 2차, 1차 병원까지 차례로 전화를 돌려 이송 가능 여부를 물어야 한다”며 “예전이라면 병원으로 곧바로 이송이 가능했던 환자들이 제 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송지체에 따른 환자와 보호자들의 폭언도 구급대원들이 감내하고 있다. 구급대원들은 “다급한 환자들의 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의정갈등이 초래한 사태에 환자와 가족들의 거친 항의와 욕설을 오롯이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응급실 이송이 지체되면서 응급 구조에 차질이 빚어지는 악순환도 되풀이되고 있다.
센터별로 배치돼 있는 구급차가 현장에 나가 이송을 하고 복귀해 다음 출동을 대비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전화기를 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관할 지역 센터가 ‘공백’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센터 공백으로 구급차가 없어 다른 센터에서 출동하다보면 구조가 지연되고 대체 출동한 관할 센터에는 대기 차량이 없는 악순환도 되풀이 되고 있다.
전남지역 응급환자 이송도 마찬가지다. B 구급대원은 지난달 9일 추락 사고를 당한 환자가 발생했지만 병원들이 이송을 거부해 뒤늦게 치료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해당 환자가 뇌출혈 가능성이 커 중증외상센터로 이송하려 했지만 광주 권역센터, 전남 1·2차 병원 등 6곳 병원에서 모두 진료를 거부했다.
B 구급대원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남 소방 본부 상황실까지 전화해 협조를 요청했지만 본부도 병원 선정 권한이 없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서 “결국 전남 권역센터 앞에서 1시간 30분 넘게 전화를 돌리며 대기하다 직접 병원으로 들어가 의료진에게 치료를 요청해 겨우 환자를 맡겼다”고 토로했다.
광주·전남 소방 구급대원들은 소방의 병원 선정 권한이 축소되면서 이런 문제가 고착화 됐다고 지적한다. 기존에는 구급대가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해 치료가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권한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감염 위험 등을 이유로 병원이 직접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안전본부 광주·전남지부 노조 관계자들은 “평상시에도 충분히 환자 수용이 가능한데도 번거롭고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이 대부분”이라며 “병원의 환자 수용능력 확인 조항을 삭제해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판단해 이송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광주·전남에서는 총 4296명의 소방대원이 근무하고 있고 이중 1376명이 구급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의정갈등 장기화로 광주·전남지역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 구조체계가 한계에 봉착했다며 절규하고 있다.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수소문하느라 진을 빼고 발을 동동구르는 환자 가족의 원성까지 모두 구급대원들이 들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안전본부 차원에서 게재한 것이다. 광주·전남 일선 소방서에도 일제히 ‘환자 수용능력 확인 조항을 삭제하라’, ‘119 구급대 및 상황관리센터에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하라’, ‘119 구급대 이송환자 수용률을 병원 평가지표에 반영하라’의 현수막이 걸렸다. 환자 목숨을 살리기 위한 구급대원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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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는 의료진이 부족하다며 환자를 받아주지 않고 광주·전남 대부분의 병원도 이송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A대원은 “교통사고 등 환자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3차병원을 시작으로 2차, 1차 병원까지 차례로 전화를 돌려 이송 가능 여부를 물어야 한다”며 “예전이라면 병원으로 곧바로 이송이 가능했던 환자들이 제 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송지체에 따른 환자와 보호자들의 폭언도 구급대원들이 감내하고 있다. 구급대원들은 “다급한 환자들의 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의정갈등이 초래한 사태에 환자와 가족들의 거친 항의와 욕설을 오롯이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응급실 이송이 지체되면서 응급 구조에 차질이 빚어지는 악순환도 되풀이되고 있다.
센터별로 배치돼 있는 구급차가 현장에 나가 이송을 하고 복귀해 다음 출동을 대비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전화기를 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관할 지역 센터가 ‘공백’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센터 공백으로 구급차가 없어 다른 센터에서 출동하다보면 구조가 지연되고 대체 출동한 관할 센터에는 대기 차량이 없는 악순환도 되풀이 되고 있다.
전남지역 응급환자 이송도 마찬가지다. B 구급대원은 지난달 9일 추락 사고를 당한 환자가 발생했지만 병원들이 이송을 거부해 뒤늦게 치료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해당 환자가 뇌출혈 가능성이 커 중증외상센터로 이송하려 했지만 광주 권역센터, 전남 1·2차 병원 등 6곳 병원에서 모두 진료를 거부했다.
B 구급대원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남 소방 본부 상황실까지 전화해 협조를 요청했지만 본부도 병원 선정 권한이 없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서 “결국 전남 권역센터 앞에서 1시간 30분 넘게 전화를 돌리며 대기하다 직접 병원으로 들어가 의료진에게 치료를 요청해 겨우 환자를 맡겼다”고 토로했다.
광주·전남 소방 구급대원들은 소방의 병원 선정 권한이 축소되면서 이런 문제가 고착화 됐다고 지적한다. 기존에는 구급대가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해 치료가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권한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감염 위험 등을 이유로 병원이 직접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안전본부 광주·전남지부 노조 관계자들은 “평상시에도 충분히 환자 수용이 가능한데도 번거롭고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이 대부분”이라며 “병원의 환자 수용능력 확인 조항을 삭제해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판단해 이송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광주·전남에서는 총 4296명의 소방대원이 근무하고 있고 이중 1376명이 구급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