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제발 멈춰!- 홍기월 광주시의원
2024년 09월 11일(수) 21:30
얼마 전 일상을 공유하는 지인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중학교 3학년인 막내아들이 동급생들에게 지속적인 학교폭력에 시달려왔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애들끼리의 심한 장난으로 여겼다. 하지만 점점 높아지는 폭력 수위에 문제의 심각성을 감지했다. 그 폭력은 ‘때리고 도망가기’, ‘학용품 훔치기’, 피해 학생이 보는 앞에서 ‘학용품 던지기’ 등에서부터 시작됐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며 상시적으로 이뤄졌다. 급기야 한 명 또는 여러 명이 피해 학생의 바지를 내리는 ‘성추행’까지 자행됐다.

문자를 읽는 내내 피해 학생이 혼자 감당했을 심신의 상처가 가슴을 짓눌렀다. 한참 예민할 시기에 동급생들로부터 받은 괴롭힘은 ‘공포’ 그 이상일 것으로 동통이 느껴졌다. 학교가, 사회가 지켜주지 못해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아울러 기성범죄와 다름없는 가해 학생의 비인간적 행위를 어떻게 처벌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최선책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거나, 자칫 ‘처벌주의’로 인해 오히려 학교폭력이 수면 아래로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랐다.

학교폭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교육부가 제출한 ‘최근 5년간 학교폭력 발생 현황’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23학년도 광주·전남 초·중·고등학교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총 4958건이다. 광주는 2241건으로 전년 대비 6.5%(137건)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재발 건수가 216건으로 지난해보다 232.3%(151건) 증가해 그 심각성을 실감케 했다. 실질적인 수치가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교육부의 학교폭력 대책을 질타했다. 11년 만에 마련했다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광주시교육청은 학교폭력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시교육청은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프로그램, 또래 상담 동아리 운영 등 학생들에게 밀착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학교폭력이 더 증가하는 ‘모순과 부조화’로 점철돼 안타까웠다.

실마리라도 찾고 싶은 심정으로 해외사례 등을 조사했다. 노르웨이는 1982년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올베우스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당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과의 진지한 대화 및 관련 학생의 학부모와의 대화 등 개별적인 처방 계획을 마련해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였다. 이에 착안하여 대구시 교육청은 2012년 ‘학교폭력 멈춰!’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초반인 2014년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이 같은 운동이 정식적으로 시행됐으나, 2015년 이후 사장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전 교육 없이 단순 ‘구호’에만 집중했다는 게 실패의 주요인으로 평가됐다.

캐나다의 ‘핑크 셔츠 데이 프로그램’은 괴롭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친절과 공감을 함께 포용하는 공동체적 인식 형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선생님, 정치인, 기관 단체 등 사회 전역뿐만 아니라 어린 초등학생이 교사로 참여하는 등 학교폭력에 대한 전 계층의 체계적인 교육과 지도가 이뤄지고 있다.

두 나라의 공통 분모는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 인식’이다. 학교폭력을 중요사안에 두고 사회 전 계층의 관심과 참여 속에 예방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을 어제오늘의 일상적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학교 현장에 국한해 예방과 대책을 찾으려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학교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그 시작이 될 수 있기에 긴 호흡으로 학교폭력 예방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전 현장에서 ‘학교폭력 멈춰!’를 다시 외쳐야 한다. 그 외침에 이제는 모두가 참여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사회를 이루는 공동체적 접근으로 우리 모두가 ‘학교폭력 멈춤’에 관심과 지원, 인식 확대를 이뤄야 한다. 사회적 책임이 절대적 책무임을 각인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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