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뚝 끊긴 ‘온정’…아동복지시설 ‘찬바람’
2024년 09월 11일(수) 19:30
추석 앞두고 광주·전남 아동양육시설 후원금·물품 급감에 운영 차질
영화·스포츠 관람 등 문화생활 엄두 못내고 보습학원 보내기도 힘들어

/클립아트코리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올해 광주·전남 아동 보육기관에서는 통하지 않게 됐다.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고물가에 따른 경기침체로 ‘나눔의 손길’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11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광주·전남의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 32곳(광주 10곳, 전남22곳)에 총 1154명(광주 357명, 전남 797명)의 아동이 생활하고 있다. 일시보호시설, 자립지원생활관, 공동생활가정 등 39곳에서도 240여명의 아이들이 보호를 받고 있다.

아동보육시설 관계자들은 “이대로라면 아이들이 간식도 먹을 수 없고, 학원도 다닐 수 없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동안 추석과 설날같은 명절 대목이면 아동양육시설에는 공공기관과 기업, 개인 등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후원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광주·전남 지역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들은 “물가는 치솟는데 후원은 갈수록 줄어드니 아이들의 생활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광주시 남구 송하동 신애원의 관계자는 “후원금이 20% 가량 줄어들었다”면서 “지난해 일주일에 15팀의 기관·단체가 위문을 왔지만 이번주는 5팀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신애원에는 현재 45명의 아이들이 단체 생활을 하고 있어 샴푸와 세제, 화장지 등 생필품이 끊임없이 필요하지만 후원품이 줄면서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이 빠듯해 더 저렴한 생필품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후원금은 기본 생계비 외에 아이들의 문화·체험학습, 간식 등 부식, 시설 보수 등에 사용되는 만큼 아이들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후원금이 줄어들면 아동들은 간식을 덜 먹어야 하고 문화생활도 누릴 수 없게 된다.

신애원 관계자는 “후원을 통해 간헐적으로 스포츠 관람에 나섰지만, 올해는 야구장에 한 번 간 게 전부였다”면서 “아이들이 야구를 가장 좋아하는 만큼 많이 아쉬워했다”고 덧붙였다.

화순의 보육시설인 화순자애원 역시 후원금과 후원 물품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 걱정이다. 매년 명절이면 방문하던 기업과 단체 2~3곳이 올해는 발걸음하지 않아서다.

화순자애원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으니 여유가 없는 점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걸 참아야 하고,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니 안타깝다”고 한숨을 쉬었다.

기부금 제도의 한계도 아동들의 학습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들을 보습학원에 보내는 경우 학원비를 운영비로 처리하기 어렵고, 기부 영수증이 발급되지 않아 후원자의 후원이 필수인데, 점점 아이들이 기회를 얻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50여명이 생활하는 해남군 해남읍 해남등대원의 경우 다행히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기업과 후원자들이 있어 특별히 어렵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해남등대원 관계자는 “후원품과 후원금이 들쭉날쭉하다보니 대부분 사회복지시설에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해남등대원도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후원이 줄면 아이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문은아 화순자애원장은 “광주와 가까운 전남 지역이나 광양, 여수, 나주 등의 사회복지시설은 공공기관과 기업이 몰려있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면서 “하지만 강진, 해남, 장성 등의 전남 지역 보육시설은 기업 등의 후원의 손길이 닿기 어려워 상황이 더 열악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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