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촉진 초등생 릴레이 아침밥 먹기 운동 펼치겠다”
2024년 09월 08일(일) 19:40
광주일보가 만난 경제人 박종탁 농협 전남본부 본부장
문화교실·왕진버스 등 농업인 삶의 질 높일 다양한 복지사업
청년 귀농 충분히 경쟁력 있어…장비·비용·작물 선택 지원할 것
※ 인터뷰 전문은 인터넷 광주일보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농협 전남본부 건물 1층 로비에 커다랗게 새겨진 ‘농업협동조합법 제1조’다. 농협의 목적, 바로 농협의 존재 이유다.

현장에서 마주한 농촌은 어떤가. 농민이 사라진 농촌 대부분은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꼽힐 정도로 썰렁하다. 37만 9000여명(2011년)이던 전남 농가 인구는 27만 8000명(2023년)으로 줄었다.

젊은 농민은 그나마 찾아보기 어렵다. 심각한 고령화로 전남지역 65세 이상 농가 인구만 16만 1000명으로 전체의 57.9%나 된다. 전국 농가소득이 5000만원(5082만 8000원)을 넘겼다고 하지만 농가부채 4100만원(4158만 1000원)을 빼면 소득은 1000만원도 못된다. 30년째 비슷하다. 쌀값, 소값, 대파·배추값 때문에 논·밭을 갈아엎으며 분노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접하는 것도 낯설지 않고 일터, 삶터가 무너진다며 거리로 ‘아스팔트 농사’를 나서는 농민들도 여러 해를 넘기도록 여전하다.

반면, 이상고온, 봄장마, 냉해, 병충해, 태풍, 폭염 등 농업재해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세지면서 대응하기도 버겁다.

이런데도, 농업 문제는 농촌을 넘기 쉽지 않다. 수도권과 도시에 몰려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에겐 농민, 농촌은 변방이고 ‘섬’이다.

벼농사만 해도 그렇다. 일미칠근(一米七斤)이라고 했다. 쌀 한 톨을 만들려면 농부가 일곱 근(4.2㎏)의 땀을 흘려야 한다는데, 요즘 쌀값(80㎏·17만 6628원·8월 25일 기준)은 밥 한 공기(100g)에 300원도 못된다.

농민이 잘 되어야 농협도 잘된다는데, ‘농사 못 짓겠다’는 아우성이 끊이질 않으니 농협 전남본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박종탁 농협 전남본부장도 모를 리 없다. 여수 출신으로 고향인 전남농협 수장을 처음 맡아 어깨가 더 무거울테다.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줄곧 144개 지역 농협을 돌아다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조합원들을 격려하고 어려운 사정을 듣고 지원 방안을 찾아내느라 일정이 빽빽하다. 신입 직원 때와 여수지부장 근무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앙회 본부에서 근무한 터라 자칫 지역 실정에 밝지 않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래서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은 현장을 찾아간다. 그만큼 어렵게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문구, 농협법 1조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농협의 역할은.

▲농협은 생산자 단체로, 처음엔 농민들이 생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역할과 생산·유통·판매에 중점을 두고 출발했었다. 그런데 농촌지역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복지 문제의 중요성이 커졌다. 농협도 자연스럽게 농업인들 삶의 질 향상과 연계한 여러 복지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문화교실, 건강검진, 왕진버스, 노래교실까지 조합원 삶의 질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펼치려고 한다. 정남진 장흥농협의 경우 재가노인복지센터도 운영해 지역 어르신들이 아침 식사부터 거기서 먹고 센터 내 운동시설, 간단한 재활치료시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도시엔 많지만 농촌엔 복지시설이 많이 부족하지 않느냐. 지역 농협이 그런 일을 하다보니 삶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장도 농협에서 보고 예금도 농협에 하고 기름도 농협에서 넣는다. 농약이나 비료도 농협에서 팔고 산다. 그러다보니 농협 입장에서는 어르신들 복지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여력이 되는 한 복지사업을 확대해나가겠다.

-전남농협이 올해 크게 확대하거나 의욕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쌀 소비 촉진과 관련해서는 초등학교를 상대로 아침밥 먹기 운동을 전남 전 지역에서 릴레이식으로 해볼 생각이다. 막걸리, 쌀 과자, 빵 등 가공제품 소비 촉진도 추진할 계획이다. 농협 복지 사업으로는 농민들에게 호응이 좋은 ‘농촌 왕진버스’를 확대하고 싶다. 농촌 주민들에게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 농협중앙회가 공동 추진하는 전국단위 사업이다. 왕진버스가 가면 지역 어르신들이 다 나와서 기다리고 있을 정도다. 올해 전남 13개 시·군 농·축협 37곳에서 운영하는데, 전국에서 전남이 가장 많다. 다만 지침개정으로 올해부터는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야 운영이 가능한데, 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은 곳도 있어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청년 농업인도 육성해야 한다. 쉽지는 않다. 청년 창업농의 토지와 시설 확보를 지원하겠다.

-쌀값 하락세가 멈추질 않는다.

▲17만 6000원대까지 떨어졌는데, 추가 하락을 방지하고자 여러 대책이 진행되는 가운데 매우 긴장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최근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전국 농협 RPC에 보관중인 재고 쌀 2만 5000t을 가공용으로, 5000t을 해외 수출용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소비하고 2만t의 쌀은 범국민 아침밥 먹기 캠페인 등 쌀 소비 촉진 운동을 통해 재고 물량을 줄이기로 했다.

전남본부도 전남도교육청, 서울 중랑구, 한국농어촌공사, 전통주생산자협회 등과 협약을 맺어 판촉 행사도 하고 가루쌀을 활용한 제과제빵 등 가공식품 소비 운동 등을 통해 쌀 소비를 늘리려고 하고 있다. 정부도 추가로 5만t을 격리키로 하는 등 다방면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올해 수확기 쌀값 안정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한다. 수확기에 적정 쌀 가격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범국민 아침밥 먹기 운동도 적극 펼치고 있다.

-매년 쌀값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인데, 원인은 무엇 때문인가.

▲우선,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20년전인 1993년 대비 절반수준인 56.4㎏으로 역대 최소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 감소가 제일 큰 요인이다. 두번째로는 생산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재배면적 감축을 유도하고 있지만 그걸로 미흡하다. 조사료 전환, 타작물 재배 등을 유도해야 한다. 영농형 태양광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농지도 보존하고 농사를 지을 수도 있어 소득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 예전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전남을 방문했을 때 관련 규제 개선을 건의했었다. 쌀 소비 확대도 필요하다. 그런데 식생활은 금방 바뀌지 않지 않느냐. 소비가 대폭 늘어나지도 않으니 쌀 가공식품 소비를 늘려야 한다.

막걸리, 쌀 과자 등 가공식품 소비 활성화를 시켜야 한다. 막걸리 한 병에 쌀 한 공기 반이 들어간다. K- 푸드 열풍도 있으니 해외 수출도 많이 해야 한다. 농협 혼자만 할 수 없다. 정부와 협력해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겠다.

-영세농, 소농, 쌀 전업농도 많고 고령화도 심각한데, 벼농사 대신 다른 작물로 바꾸라면 쉽게 바꾸겠나.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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