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꽃 - 김대성·제2사회부장
2024년 09월 02일(월) 21:30 가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는 뜻이다. 석류꽃이나 치자꽃, 능소화 같은 여름꽃은 열흘 이상 피어 있기도 하니 어폐가 있는 말이다. 또 열흘을 훌쩍 넘겨 100일 넘게 피는 꽃도 있다. 꽃이 100여 일을 핀다고 해서 ‘백일홍’으로도 불리는 배롱나무꽃이다.
7월부터 9월까지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는 여름을 대표하는 꽃나무라 할 수 있다. 이 나무를 땅에 풀로 자라는 초본 백일홍과 구분하기 위해 나무 백일홍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백일홍나무’가 ‘배기롱나무’라고 불리다 ‘배롱나무’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석 달 열흘 이상 꽃이 피는 것이 신기했는지 이를 눈여겨본 선조도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신경준(1712~1781)은 배롱나무꽃이 얼마나 오래 피어 있는가를 관찰한 적이 있다. 그 결과가 ‘여암유고(旅菴遺稿)’에 실린 ‘순원화훼잡설(淳園花卉雜說)’에 나와 있는데 “먼저 핀 꽃이 지려고 할 때 그 뒤의 꽃이 이어서 피어나 100일 하고도 열흘 남짓 붉은빛을 유지하더라”라고 했다. 우리 선조들은 그 꽃이 100일 동안 붉게 보이는 이유를 충분히 알고 있었던 듯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배롱나무꽃이 한번 피면 100일 넘게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꽃이 피었다가 떨어지고, 그 자리에 새 꽃이 피어 오랜 기간 붉게 보이는 것이라는 점이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가지 끝 원추 모양 꽃차례에 작은 꽃들이 이어가며 석 달 열흘가량을 피고 진다. 소나무가 푸른 잎이 지고 난 자리에 곧 새잎이 돋아 늘 푸르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이치대로 꽃은 피면 지기 마련이다. 오래 핀다는 배롱나무꽃도 예외일 순 없다. 100일 동안 피고 지고 끝 무렵이 되면, 벼가 고개를 숙이고 올벼가 나오는 가을이 된다. 폭염이 계속되며 가을이 언제 오려나 쉽지만, 배롱나무꽃처럼 뜨겁게 익어가면 어느덧 결실의 계절이 찾아오는 것은 감히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순리임을 알아야 한다.
/bigkim@kwangju.co.kr
석 달 열흘 이상 꽃이 피는 것이 신기했는지 이를 눈여겨본 선조도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신경준(1712~1781)은 배롱나무꽃이 얼마나 오래 피어 있는가를 관찰한 적이 있다. 그 결과가 ‘여암유고(旅菴遺稿)’에 실린 ‘순원화훼잡설(淳園花卉雜說)’에 나와 있는데 “먼저 핀 꽃이 지려고 할 때 그 뒤의 꽃이 이어서 피어나 100일 하고도 열흘 남짓 붉은빛을 유지하더라”라고 했다. 우리 선조들은 그 꽃이 100일 동안 붉게 보이는 이유를 충분히 알고 있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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