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천 찬가 -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2024년 08월 29일(목) 00:00
대한민국이 역대급 성과를 낸 파리올림픽에서 핫이슈로 부상했던 것은 ‘사랑의 찬가’를 열창한 셀린 디온과 함께 센(Seine)강이다. 길이 777km의 이 강 주변에는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등 세계적 건축물들이 죽 늘어서 있다. 아름다운 경관에 야경까지 멋져 유람선은 언제나 인산인해다. 유네스코도 이 강변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할 정도다.

센강이 입방아에 오른 것은 그 수질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도시 파리 중심부를 관통하는 이 강이 세계 철인 3종 경기장으로 쓰였는데, 도저히 수영할 수 없을 만큼 더러웠기 때문이다. 파리는 2015년부터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정화 사업을 벌였으나 19세기부터 방치했던 수질은 쉽게 깨끗함을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광주에는 광주천이 있다. 강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미흡한, 길이 19.3km의 하천이다. 동구 구도심을 지나 상무지구를 거쳐 서구 유덕동에서 영산강에 합류한다. 원래 광주천의 폭은 현재보다 2~3배 넓었으며, 동구 계림동 일대의 경양방죽과 그 지천, 동계천·서방천·극락천 등 작은 하천들, 광주읍성 해자 등과 연계되면서 광주의 수리(水利)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였다.

일제가 광주천변을 매립해 도시제사공장(현 양동 금호아파트 단지), 사정시장(현 광주공원 앞 주차장), 운동장(현 양동시장), 광주고등보통학교(현 광주일고) 등으로 개발하면서 광주천의 물은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농지가 주택·공장·점포 등으로 바뀌며 광주천은 더이상 멱을 감을 수 없는 구정물로 가득찼다. 악취가 심해지자 일부 구간을 아스팔트로 덮었고,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당시 예산 691억원을 투입해 자연형 하천 정화사업도 벌였다. 그러나 여전히 수질은 나쁜 수준으로, 영산강의 수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올 여름 동구 용산동 광주천 물놀이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광주천을 세계 도시 하천 가운데 가장 깨끗하고 쾌적하며 누구나 찾을 수 있게 만들어 세계의 명소로 만들면 어떨까. 우리 곁에 오래 흐르고 있는 이 광주천의 찬가를 불러볼 날이 왔으면 좋겠다.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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