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가이드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08월 26일(월) 21:30
전국 자치단체들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2016년 9월 28일)된 이후 청렴 문화 확산을 위해 가장 많이 개최한 행사로 ‘청렴골든벨’이 꼽힌다. 직원들의 청렴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OX퀴즈, 단답형, 주관식 문제 등을 푸는 퀴즈 대회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청탁금지법과 공무원행동강령 등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직무 관련이 있는 공직자에게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목적으로 제공 가능한 음식물 가액 범위’를 묻는 질문은 출제 빈도가 높은데, 정답인지 헷갈리는 문제라도 공직자에겐 선물을 해선 안된다는 상식 수준에서 생각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럼 문제. ‘직무와 관련 없는 공직자에게는 100만원까지 선물해도 된다? 안된다?’, ‘누구든지 친구 친지 등 공직자가 아닌 사람에게 주는 명절 선물은 금액 제한 없이 줄 수 있다? 없다?’, ‘직무와 관련 있는 공직자에게 추석 명절 전날 30만원짜리 한우세트를 줘도 된다? 안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2024 추석 명절 청탁금지법 바로알기’ 카드 뉴스에 담긴 문구를 조금 바꾼 것들이다. 권익위는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문구만 보면 선물을 하라고 조장하는 듯한 내용으로 읽힌다.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 스승의 날에 학생이 카네이션을 교사에게 선물해도, 학부모가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줘도 안된다고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면 어리둥절하지 않겠는가.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을 시민단체 신고 이후 116일 끌다가 ‘위반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하면서 ‘건익위’(김건희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회)라는 비판을 받더니 이번에는 ‘뇌물가이드’같은 카드뉴스를 내놓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자치단체들이 매년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출근하는 공직자들에게 나눠주던 ‘청탁금지법 상의 선물 제한 기준’ 등이 담긴 홍보물 대신, 권익위 카드뉴스를 배부한다면 어떤 반응들이 나올까. 권익위가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청렴선포식, 청렴페스티벌 등 다양한 청렴 정책을 펼쳐온 자치단체들의 높은 눈높이를 낮출까 두렵다. /김지을 정치부 부장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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