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북소리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4년 08월 23일(금) 00:00 가가
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선출직 지도부에 광주·전남 정치인은 포함되지 못했다. 권리당원 33%가 호남에 있는데도 당 대표는커녕, 번번이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낙마하고 있다. 이유는 ‘호남 정치 약화’가 꼽히고 있다. 앞서 21대 국회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호남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좌절을 맛봐야 했다. 호남 정치권은 ‘보이지 않는 약속’을 통해 서로 협력했다. 가령, 최고위원 경선을 앞두고 광주·전남과 전북이 번갈아 가며 출마를 하거나 주요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도 일정한 순번을 정해 호남 내 지역을 안배하면서 필요 이상의 ‘고향 내 다툼’을 방지했다. 하지만 21대 국회 이후 이런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주·전남과 전북이 각기 경쟁을 했고, 결과는 매번 패배로 이어졌다. 특히 광주·전남 의원 간 상임위 배정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호남 정치력 약화는 공천 과정도 중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주당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호남에서 매번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면서 이 지역 정치인은 공천권을 쥔 지도부 눈치만 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정 정치인 이름만 들먹이면서 국회에 입성하는 경우가 잦다 보니 지역과 지역민을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이는 되풀이 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 이름을 활용해 국회에 입성한 일부 국회의원은 ‘이재명 지킴이’를 자처할 뿐 지역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지난 총선 당시, 광주·전남에 내걸린 출마자 플래카드와 명함을 떠올리면 호남 정치의 현주소를 여실히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이름보다 이재명 대표의 이름을 더 크게 사무실 간판에 내걸거나 함께 찍은 사진으로 도배했다. ‘보여줄 것이라고는 이재명 밖에는 없는 사람들’만 넘쳐나면 호남은 더욱 목소리를 낼 수 없다. 해마다 초여름 도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 중 하나는 국회의원이 확보한 행안부 특별교부세 홍보 플래카드다. 하지만 올여름 광주 도심에서는 이 플래카드가 드물다. 광주 8명의 국회의원이 확보한 광주시 상반기 교부세는 총66억원에 그쳤다. 반면, 대전은 7명의 의원이 100억원을 확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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