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버리는 시대에서 다음 시대로의 전환 - 이민철 광산구도시재생공동체센터장
2024년 08월 23일(금) 00:00
8월부터 광산구 21개 동을 돌며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마당을 열고 있다. 광주도 2030년부터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니 소각해 처리할 수 있는 자원회수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로선 소각 이외 다른 방법이 없다. 여론조사를 보면 시민들도 대부분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어디에 만드느냐다. 필요하지만 우리 동네에는 안된다는 의견이 여전히 다수다.

광주시는 2차 공모까지 대상지를 선정하지 못하고 조만간 3차 공모를 시작한다. 3차에선 5개 자치구가 최소한 한 곳씩을 접수해야 한다. 소각장 부지 반경 300m 이내의 주민들 중 50% 동의를 받아 신청하는데, 300m 이외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8월에 진행하는 1차 사회적 대화는 소각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불안을 줄이고, 광주의 쓰레기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다. 시민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지 정리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중이다. 자원회수시설 설치지역을 어떻게 조성하고 주민들을 어떻게 지원하며, 다른 지역 시민들은 쓰레기를 어떻게 줄이고 책임을 분담할지 의견을 모아 광주시에 제안할 계획이다.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며 쓰레기는 우리 문명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급 봉투에 버리는 온갖 생활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이고 차량의 배기가스, 화력발전소와 공장의 폐기물과 온실가스는 얼마나 많은가. 인류보다 많은 수의 동물을 사육하는 축산시설의 메탄가스와 폐기물들은 또 얼마나 심각한가? 핵발전소 폐기물은 심지어 처리시설을 만들지도 못한 채 계속 가동중이다.

거대한 주택단지, 아파트단지가 노후되면 그 폐기물들은 또 어디에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인류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지는 도로와 건축물, 공간들은 얼마나 숲을 파괴하고 농경지를 없애고 쓰레기더미를 양산하는가? 바다에 그냥 버려진 쓰레기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 결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들의 위기다. 지구생태계의 위기와 기후재난,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전지구적 감염병이다.

인류 문명에서 쓰레기는 편리함의 다른 얼굴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편리를 추구할수록 쓰레기더미에 갇히게 되었다. 꼭 필요하지 않아도 우리는 무한정 사서 쓰고, 마구 버리는 시대를 살아왔다. 대표적 국가가 미국이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마구 사서 쓰고 버리고, 다시 사야 경제가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세계 경제는 탈탄소,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의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다양한 국제 규제가 진행중이고, 생활쓰레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규제도 점점 강해질 것이다. 올해 말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발표되면 시대를 역행하던 한국 정부도 외면하고만 있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적게 사서 적게 버리고, 더 재활용하고, 더 나눠 쓰는 시대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하면서도 지금보다 더 풍요로울 수 있다. 인문과 문화의 힘이 단단한 사람들은 소비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자신을 위로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미니멀리스트들이 이미 다양한 풍요와 자유를 증언하고 있기도 하다. 자원순환과 공유를 키우면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와 관계망도 만들 수 있다.

언제나 출발은 소수다. 먼저 느끼고 먼저 생각한 사람들이 움직이면 된다. 세계적 흐름상 속도도 점점 빨라질 것이다.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쓰레기를 유심히 관찰해 대안을 만들어가자. 먼저 재활용이 안되는 쓰레기, 공기와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찾아 해법을 만들자. 태우면 다이옥신 등의 유해가스가 걱정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배달용기 쓰레기부터 고민해보자. 일회용품의 천국인 장례식장 문제도 지혜를 모으자.

혼자는 어렵고 재미가 없다. 광주는 80%가 아파트에 사니까 아파트 중심으로 대안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이웃들이 함께 하면 정책을 만들고 시스템을 바꿔갈 수 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유럽의 에너지 전환을 가져온 것처럼 행정과 정치권, 시민사회가 이번 사건을 전환의 시간으로 만들면 좋겠다.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