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어’가 주는 아름다움 - 최홍길 서울 선정고 교사
2024년 08월 20일(화) 21:30 가가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필자는 1년에 서너 차례 고향에 내려온다. 팔순을 넘긴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나날이 달라지는 섬의 환경을 살펴보고 싶어서이다. 어머니는 재작년에 흔치 않는 병을 앓다가 화순의 대학병원에서 대수술을 한 결과, 주치의의 정성스런 조언에다 가족들의 간병 덕분에 호전된 상태이다.
40kg도 채 안 되었던 몸무게 때문에 걱정이 태산 같았지만 최근에 3kg 이상 늘어나서 자녀들 모두 흡족한 마음이었다. 여태까지 가없는 내리사랑만 받아왔지만, 이제부터라도 치사랑을 제대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해방둥이인 당신은 여느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산전수전 그 어려움을 다 겪으셨다.
어머니는 무학이다. 서당에도, 초등학교에도 가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순수한 우리말 즉 토박이말을 자주 쓰신다. 홍수(洪水)는 ‘큰물’이고, 연기(煙氣)는 ‘내’이다. 그런데 요즘은 달걀 대신 계란이라고 말한다. 드라마의 영향이겠지만, 한자어가 들어간 단어를 종종 활용하기에 안타까운 면도 없지 않다.
어머니를 포함하여 우리 지역의 어른들은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어휘를 새롭게 만들기보다는 한 개의 어휘를 토대로 새끼를 쳐서 관련성 있게 창조해내는 재주가 있다. 다슬기는 물고동이고 우렁이는 논고동이다. 오이는 물외, 참외는 외이다. 고구마는 감자이고, 감자는 북감자이다. 감은 감이고, 토마토는 늘렁감이다. 몸의 때는 때꼽짜구, 눈꼽은 눈꼽짜구, 이끼는 바위꼽짜구이다.
어머니는 표준말을 쓰는 언중(言衆)에게는 이미 사어(死語)가 됐거나 그럴 위기에 처한 토박이말을 심심찮게 쓰신다. 잡도리, 영금, 뒤발하다라는 어휘들을 평상시 사용하고 있다. 물짜다, 무장무장, 천불나다와 같은 단어도 여기에 속한다.
이번 휴가 때는 얼, 가장귀, 조롱외라는 세 단어를 찾았다.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건져 올린 토박이말이다. ‘얼’은 밖에 드러난 흠이라는 뜻이고, ‘가장귀’는 나뭇가지의 아귀로 ‘나뭇가지가 갈라져서 가장귀가 생겼다’처럼 쓰인다. 필자는 이런 단어를 메모해 두었다가 시조와 수필 같은 문학작품을 창작할 때 활용한다.
여기서 주목한 단어는 조롱외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똘외, 돌참외, 쥐방울참외 등이라 불린다는데 조롱외는 발음하기 좋고 얼마나 산뜻한 느낌을 주는가? 열매는 탁구공보다 약간 작은 편인데 노랗게 익은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앙증맞다. 줄기의 마디마다 열매가 조롱조롱(주렁주렁) 달리기에 ‘외’라는 단어와 합쳐져 조롱외라는 합성어가 탄생한 것이다.
국어학자들의 노력으로 지역어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하다. 그러나 강원도 산골, 전라도 섬 마을 등지에는 아직도 순수한 우리말을 쓰는 분들이 있기에 찾아낼 어휘는 더 있다. ‘언박싱’과 ‘터틀크루’와 같이 무작정 외국어를 도입할 게 아니라, 이런 지역어를 더 찾아서 우리의 삶에 알맞은 언어생활을 한다면, 삶이 더 윤택해지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토박이말은 일종의 지역어이다. 이게 있음으로써 우리말은 다양함을 갖게 된다. 부추의 지역어인 솔, 정구지, 세우리 같은 지역어를 접하면서 우리의 시야는 넓어지고 생각도 열리게 된다. 이처럼 토박이말은 표준어가 갖지 못하는 여러 귀한 가치가 숨어 있기에 질적으로 처지는 걸로 여기면 오산이다.
어머니의 건강을 두 손 모아 기원하면서, 멋들어진 토박이말을 작품 속에 더 구사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어머니는 무학이다. 서당에도, 초등학교에도 가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순수한 우리말 즉 토박이말을 자주 쓰신다. 홍수(洪水)는 ‘큰물’이고, 연기(煙氣)는 ‘내’이다. 그런데 요즘은 달걀 대신 계란이라고 말한다. 드라마의 영향이겠지만, 한자어가 들어간 단어를 종종 활용하기에 안타까운 면도 없지 않다.
이번 휴가 때는 얼, 가장귀, 조롱외라는 세 단어를 찾았다.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건져 올린 토박이말이다. ‘얼’은 밖에 드러난 흠이라는 뜻이고, ‘가장귀’는 나뭇가지의 아귀로 ‘나뭇가지가 갈라져서 가장귀가 생겼다’처럼 쓰인다. 필자는 이런 단어를 메모해 두었다가 시조와 수필 같은 문학작품을 창작할 때 활용한다.
여기서 주목한 단어는 조롱외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똘외, 돌참외, 쥐방울참외 등이라 불린다는데 조롱외는 발음하기 좋고 얼마나 산뜻한 느낌을 주는가? 열매는 탁구공보다 약간 작은 편인데 노랗게 익은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앙증맞다. 줄기의 마디마다 열매가 조롱조롱(주렁주렁) 달리기에 ‘외’라는 단어와 합쳐져 조롱외라는 합성어가 탄생한 것이다.
국어학자들의 노력으로 지역어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하다. 그러나 강원도 산골, 전라도 섬 마을 등지에는 아직도 순수한 우리말을 쓰는 분들이 있기에 찾아낼 어휘는 더 있다. ‘언박싱’과 ‘터틀크루’와 같이 무작정 외국어를 도입할 게 아니라, 이런 지역어를 더 찾아서 우리의 삶에 알맞은 언어생활을 한다면, 삶이 더 윤택해지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토박이말은 일종의 지역어이다. 이게 있음으로써 우리말은 다양함을 갖게 된다. 부추의 지역어인 솔, 정구지, 세우리 같은 지역어를 접하면서 우리의 시야는 넓어지고 생각도 열리게 된다. 이처럼 토박이말은 표준어가 갖지 못하는 여러 귀한 가치가 숨어 있기에 질적으로 처지는 걸로 여기면 오산이다.
어머니의 건강을 두 손 모아 기원하면서, 멋들어진 토박이말을 작품 속에 더 구사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