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어떻게’와 ‘어떠한가?’- 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2024년 08월 15일(목) 22:00
우리 교회에는 마라톤을 즐겨 하기도 하고 많은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을 가르치는 집사님이 계신다. 주일에 교우들과 같이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덧 마라톤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나는 마라톤을 좋아하지도 않고 해 본적도 없지만 가끔 설교할 때 신앙에 그것을 비유하곤 했다.

나는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귀동냥으로 들어 설교할 때 인용하지만 그분은 긴 세월 스스로 터득한 것들을 이야기하시니 더욱 깊이 와 닿는다. 장시간 훈련을 통해 체력과 지구력을 길러야 하고 거기에 먹는 것도 절제하며 몸무게를 비롯한 컨디션 조절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요즘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과학적인 기술을 적용해 페이스를 유지하여 완주하고 기록을 단축한다고 한다.

마라톤뿐 아니라 많은 운동 경기 결과에 있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떻게 훈련을 해 왔는지가 판가름 한다고 하겠다. 금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선수들이 피땀 흘려 어떻게 훈련해 왔는지 그 기간을 보면 알 수 있다. 몇 년간을 선수촌 생활을 하며 오로지 운동에 전념했던 선수들, 승리의 순간에 아마도 그런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니 감격과 더불어 울컥하며 눈물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당일의 컨디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았다. 그렇게 긴 시간을 투자해 인내하고 절제하며 훈련에 매진했지만, 경기 당일 몸 상태가 좋지 못하거나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부상을 당하거나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그것처럼 안타까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올림픽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경기는 마라톤이다. 파리올림픽에서는 전통적인 남자 마라톤이 아닌 여자 마라톤과 시상식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여자 마라톤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42.195km를 달리는 가운데 40km 이상을 선두 그룹을 유지하며 같이 달리던 선수들이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저렇게 두 시간 이상을 같이 달리다가 불과 몇 초 차이로 등수가 갈리면 너무 한 거 아니냐?’라고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몇 백 미터를 남겨두고 두 선수가 몸싸움을 할 정도로 치열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힘을 내어 달려 결국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는 네덜란드의 시판하산이라는 선수이다. 그리고 3초 차이로 세계기록 보유자 에티오피아의 아세파가 은메달을 차지했다. 시판하산 선수는 앞서 5천 미터, 1만 미터에서 동메달을 이미 딴 선수인데 마라톤에서까지 금메달을 차지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녀는 원래 꿈은 간호사였지만 뛰는 것이 즐겁고 행복해 운동을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신약성경 고린도전서 9장 24절부터 27절 까지 사도 바울은 “경주를 할 때 모든 사람이 다 같이 달리지만 일등상을 받는 사람은 한 사람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경주에 이기도록 달리십시오. 우승을 하려면 달리는 데 온 힘을 쏟기 위해서 모든 것을 절제해야 합니다. 운동선수는 금메달이나 우승컵을 얻으려고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맹훈련을 하지만, 우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하늘의 상을 얻으려고 그렇게 애쓰는 것입니다. 나는 결승점을 향하여 한눈팔지 않고 전력을 다해 달리며 이기기 위해서 싸웁니다. 결코 장난삼아 달리지 않습니다. 운동선수처럼 나는 내 몸을 엄격히 단련합니다.(현대어 번역)”라고 기록하고 있다.

위의 성경 말씀처럼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생활은 운동선수들의 삶과 그 결이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 ‘어떻게’는 신앙인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예배에 참여하고 기도하며 말씀을 공부하고 봉사하고 전도하는 모든 것이 ‘어떻게’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우리의 신앙은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을 얻기 위해 열심을 낸다. 때로는 절제하며 최선을 다해 교회와 복음을 위해 봉사한다. 더불어서 절대 놓치지 말고 점검해야 할 것은 지금의 상태가 ‘어떠한가’이다. 즉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좋은 상태인가를 살피는 것이다. 신앙생활의 열심에 더해서 진정으로 하나님을 더 사랑하는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해 신앙의 성과를 내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예수를 닮은 성품은 더욱 중요하다. 운동선수들이 장시간 훈련을 통해 실력을 향상하고 시합 당일에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듯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단련을 통해 신앙의 성장을 이루고, 그리스도인다움을 언제나 유지해 마침내 결승선에 이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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