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걸작 만나고 그리니치서 삶의 기준을 다잡다
2024년 08월 13일(화) 21:10 가가
전남 독서인문학교 해외 문화탐방 영국
셰익스피어 시어터서 ‘리처드 3세’ 관람하고
‘햄릿’ 연관된 장소 사진 찍어 포토에세이 작성
옥스퍼드대 한국인 유학생들 안내로
모들린 칼리지 둘러보며 ‘생각하는 힘’ 배워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 직관한 뒤
웨스트민스터 사원서 영국 전통과 문화 느끼고
셰익스피어 시어터서 ‘리처드 3세’ 관람하고
‘햄릿’ 연관된 장소 사진 찍어 포토에세이 작성
옥스퍼드대 한국인 유학생들 안내로
모들린 칼리지 둘러보며 ‘생각하는 힘’ 배워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 직관한 뒤
웨스트민스터 사원서 영국 전통과 문화 느끼고


전남독서인문학교(고교) 캠프단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에서 셰익스피어 마을과 옥스포드 모들린 칼리지, 그리니치 천문대 등을 찾아 영국의 전통과 문화를 체험하며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가는 4박 5일간의 여정을 소화했다. 최수빈(목포정명여고) 양이 런던 서점 거리에서 서점에서 구매한 책을 살펴보고 있다. <전라남도교육청학생교육원 제공>
‘인문학으로 함께 만드는 공동의 가치,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주제로 해외 문화탐방을 진행하는 전남독서인문학교(고교) 캠프단의 여정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으로 이어졌다. 캠프단은 문명의 최정상 반열에 올랐던 나라에서 더 넓은 세상과 더 높은 가치를 배우기 위해 독일에서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넘는 수고를 감행했다.
영국에서의 일정은 셰익스피어 마을이 있는 스트랫퍼드 어폰에이븐에서 시작했다. 셰익스피어가 누구인가. 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라고 할 만큼 독보적인 명성을 가진 시인이자 극작가이지 않은가.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 인간 내면을 통찰한 걸작들을 배출한 세계적인 대문호이다.
책 속에서만 만나오던 셰익스피어의 흔적을 마주한 학생들의 표정에는 활기가 넘쳤다. 그가 살았던 집을 재현한 현장에서 셰익스피어가 몸을 눕혔을 법한 침대와 식탁 등을 보며, 마음속 우상과 더욱 가까워졌다는 믿음에 즐거워했다.
학생들은 또 셰익스피어 생가를 둘러보면서 희곡 ‘햄릿’에 나온 장면과 대사를 선택해 그 의미를 되새겨보고, 연관된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 포토에세이를 작성하는 시간도 가졌다.
셰익스피어 생가 탐방활동을 마친 캠프단은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로 알려진 옥스포드대학교을 찾아 한국인 유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은 유학생 멘토의 안내로 옥스퍼드대학교 모들린칼리지를 둘러보며, 문제의 정답을 끌어내기까지 고민하는 ‘사고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생한 조언도 들었다. 또 세계인으로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지식은 물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23~24일 이틀간 두 팀으로 나눠 진행된 일정은 전통과 문화의 힘에 대해 생각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캠프단은 21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판타지 소설 중 하나인 조앤 롤링(J. K. Rolling)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영화로 만든 워너 브라더스사의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찾았다.
학생들은 책으로 접했던 해리포터 시리즈가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을 소품과 함께 전시해놓은 세트장을 찬찬히 둘러보며 소설에 심취해 마법 같은 한나절을 만끽했다.
오후에는 세상의 중심이라 불리는 그리니치로 이동 ‘나의 삶의 기준’이라는 과제를 수행했다. 여러 날의 탐방과 사유의 시간을 갖고 이제 스스로에 관한탐구를 시작한 학생들은 천문대와 경도 0도를 나타내는 본초 자오선이 있는 그리니치에서 어느덧 자신이 나아갈 진로에 대한 방향키 찾기에 열중했다.
그리니치 천문대 앞 본초 자오선에 선 송혜령(순천강남여고) 양은 “지구상에서 경도와 시간의 기준인 이 선에 선 순간을 전환점 삼아 내 기준을 가지고 내 본질을 찾아 나가며 성장해나가는 삶을 살고자 다짐해 본다”며 “과거의 불분명한 삶의 기준을 다잡고, 항상 사유하고 배워서 진정한 나를 찾아 힘차게 나아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7~19세기 해상 강국으로 군림했던 영국의 역사를 담은 런던해사박물관을 둘러봤다.
한편 이날 김정원(담양고) 양은 천문학 관련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천문대 내부를 둘러보면서 천문대의 지구본에 동해가 ‘일본해(SEA OF JAPAN)’이라고 표시된 것을 확인하고 “‘동해’를 외치는 우리의 목소리를 묻어버린 이 짓은 제국주의의 잔재이자, 마치 나의 예전 삶의 기준처럼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규정하는 타인의 힘에 억압된 채 이름 지어진 것이며 굴욕”이라며 분개했다.
탐방단은 또 배(크루즈)를 타고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즈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밀레니엄 블리지와 런던아이를 비롯해 새로 구축된 수변공간 랜드마크를 보며 영국의 전통과 문화의 힘을 느끼는 시간도 가졌다.
24일 아침 탐방단은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자 에드워드 7세의 아버지인 앨버트 공의 추모 공원을 찾아 인간이 동상에 부여하는 의미 등을 토론하며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책임에 관한 탐구 활동을 이어갔다.
이어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을 직관한 뒤, ‘수도원 중의 수도원’이라 불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템즈강과 빅벤을 옆에 끼고 네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영국 국회의사당 등 영국의 역사와 전통이 묻어있는 현장들을 마주하며 사색과 탐구의 깊이를 더해갔다.
추리 소설을 즐겨 읽으며 심리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이유찬(화순능주고) 군은 국회의사당 옆에 있는 작고 오래된 의원회관을 보며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이 되게 높은 지위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직업인데 도 제구실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특권의식이 많다고 해서 과연 국민의 의견이 잘 반영 되고 모두가 공평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영국 내 가장 역사적인 극장 중 하나로 실제 엘리자베스 시대의 극장을 재건 운영 중인 셰익스피어 글로브 시어터에서 집결, 연극 ‘리처드 3세’를 관람하며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책임에 관해 탐구했다. 이는 연극 관람 후 감명 깊었던 장면과 대사를 자신의 관점으로 각색해 함께 무대를 만들어 공연하는 ‘셰익스피어의 밤’ 행사로 막을 내렸다.
위대한 문학가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더 큰 세계’를 바라보기 위한 탐방단의 여정은 어느덧 끝을 향하고 있었다.
25일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은 독서인문학교의 취지에 맞춰 서점과 미술관 탐방에 주력했다. 학생들은 런던의 서점 거리로 알려진 차링 크로스 로드(charing Cross Road) 트라팔가광장 앞에 있는 대형서점 ‘워터스톤즈’ 찾아 내부를 둘러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구매하기도 했다. 서점을 방문한 학생들의 눈은 시간이 갈수록 초롱초롱해졌고, 급기야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인근의 유명 서점을 한 곳 더 들르게 됐다. 탐구주제였던 ‘책은? 서점은?’이라는 미션은 층마다 수많은 책이 전시 진열된 현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수행 완료’된 듯했다.
서점 투어를 마친 학생들은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내셔널갤러리로 옮겨 미술을 통한 인문학적 탐구를 이어갔다. 내셔널갤러리에는 영국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유명한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 르네상스 시대의 핵심 작품을 관람하고 싶은 이에게는 최고의 갤러리다. 학생들은 미술관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유럽 각 나라의 미술을 깊이 이해하는데 열중했다.
탐방단은 잠시 짬을 내어 영국 왕의 주말 거처인 윈저성에 들러 영국의 역사와 성(성곽)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장장 12시간의 귀환길에 오르기 위해 히드로 공항으로 향했다.
귀국에 앞서 김진아(전남보건고) 양은 “사유하면서 재밌는 경험도 쌓은 것 같고, 무엇보다 내가 성장한 것 같고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탐방단의 10일 여정을 지도한 박현우 담임교사는 “아무런 사고 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이번 보고 느낀 모든 것을 단순히 여행으로 생각하거나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일상생활로 돌아가서도 이를 바탕으로 사유하고 행동해서 바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끝>
/런던=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책 속에서만 만나오던 셰익스피어의 흔적을 마주한 학생들의 표정에는 활기가 넘쳤다. 그가 살았던 집을 재현한 현장에서 셰익스피어가 몸을 눕혔을 법한 침대와 식탁 등을 보며, 마음속 우상과 더욱 가까워졌다는 믿음에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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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단 학생들이 옥스포드대학교 유학생 멘토로부터 모들린 칼리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23~24일 이틀간 두 팀으로 나눠 진행된 일정은 전통과 문화의 힘에 대해 생각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캠프단은 21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판타지 소설 중 하나인 조앤 롤링(J. K. Rolling)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영화로 만든 워너 브라더스사의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찾았다.
학생들은 책으로 접했던 해리포터 시리즈가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을 소품과 함께 전시해놓은 세트장을 찬찬히 둘러보며 소설에 심취해 마법 같은 한나절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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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그리니치 천문대 앞에 있는 본초 자오선에 앉자 신기한 듯 휴대전화를 들고 실험을 하고 있다. |
그리니치 천문대 앞 본초 자오선에 선 송혜령(순천강남여고) 양은 “지구상에서 경도와 시간의 기준인 이 선에 선 순간을 전환점 삼아 내 기준을 가지고 내 본질을 찾아 나가며 성장해나가는 삶을 살고자 다짐해 본다”며 “과거의 불분명한 삶의 기준을 다잡고, 항상 사유하고 배워서 진정한 나를 찾아 힘차게 나아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7~19세기 해상 강국으로 군림했던 영국의 역사를 담은 런던해사박물관을 둘러봤다.
한편 이날 김정원(담양고) 양은 천문학 관련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천문대 내부를 둘러보면서 천문대의 지구본에 동해가 ‘일본해(SEA OF JAPAN)’이라고 표시된 것을 확인하고 “‘동해’를 외치는 우리의 목소리를 묻어버린 이 짓은 제국주의의 잔재이자, 마치 나의 예전 삶의 기준처럼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규정하는 타인의 힘에 억압된 채 이름 지어진 것이며 굴욕”이라며 분개했다.
탐방단은 또 배(크루즈)를 타고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즈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밀레니엄 블리지와 런던아이를 비롯해 새로 구축된 수변공간 랜드마크를 보며 영국의 전통과 문화의 힘을 느끼는 시간도 가졌다.
24일 아침 탐방단은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자 에드워드 7세의 아버지인 앨버트 공의 추모 공원을 찾아 인간이 동상에 부여하는 의미 등을 토론하며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책임에 관한 탐구 활동을 이어갔다.
이어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을 직관한 뒤, ‘수도원 중의 수도원’이라 불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템즈강과 빅벤을 옆에 끼고 네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영국 국회의사당 등 영국의 역사와 전통이 묻어있는 현장들을 마주하며 사색과 탐구의 깊이를 더해갔다.
추리 소설을 즐겨 읽으며 심리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이유찬(화순능주고) 군은 국회의사당 옆에 있는 작고 오래된 의원회관을 보며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이 되게 높은 지위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직업인데 도 제구실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특권의식이 많다고 해서 과연 국민의 의견이 잘 반영 되고 모두가 공평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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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단 학생들이 셰익스피어 글로브 시어터에서 연극 관람에 앞서 공연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위대한 문학가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더 큰 세계’를 바라보기 위한 탐방단의 여정은 어느덧 끝을 향하고 있었다.
25일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은 독서인문학교의 취지에 맞춰 서점과 미술관 탐방에 주력했다. 학생들은 런던의 서점 거리로 알려진 차링 크로스 로드(charing Cross Road) 트라팔가광장 앞에 있는 대형서점 ‘워터스톤즈’ 찾아 내부를 둘러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구매하기도 했다. 서점을 방문한 학생들의 눈은 시간이 갈수록 초롱초롱해졌고, 급기야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인근의 유명 서점을 한 곳 더 들르게 됐다. 탐구주제였던 ‘책은? 서점은?’이라는 미션은 층마다 수많은 책이 전시 진열된 현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수행 완료’된 듯했다.
서점 투어를 마친 학생들은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내셔널갤러리로 옮겨 미술을 통한 인문학적 탐구를 이어갔다. 내셔널갤러리에는 영국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유명한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 르네상스 시대의 핵심 작품을 관람하고 싶은 이에게는 최고의 갤러리다. 학생들은 미술관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유럽 각 나라의 미술을 깊이 이해하는데 열중했다.
탐방단은 잠시 짬을 내어 영국 왕의 주말 거처인 윈저성에 들러 영국의 역사와 성(성곽)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장장 12시간의 귀환길에 오르기 위해 히드로 공항으로 향했다.
귀국에 앞서 김진아(전남보건고) 양은 “사유하면서 재밌는 경험도 쌓은 것 같고, 무엇보다 내가 성장한 것 같고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탐방단의 10일 여정을 지도한 박현우 담임교사는 “아무런 사고 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이번 보고 느낀 모든 것을 단순히 여행으로 생각하거나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일상생활로 돌아가서도 이를 바탕으로 사유하고 행동해서 바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끝>
/런던=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