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이열치열’ 물 말아 매운고추나 찍어먹자
2024년 08월 12일(월) 16:45
비타민·카로틴 등 영양소 풍부한 우리 농산물 먹고 더위 극복

/클립아트코리아

더워도 너무 덥다. 예전에는 32도만 넘어도 덥다고 했는데 요즘 더위는 35도 정도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40도까지 오르는 지역도 있다고 하니 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적 재앙의 예고편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농사에는 아무리 더워도 꼭 해야 할 일이 있기 마련이어서, 이래저래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불볕더위에 해 뜨기 전 농사일을 나갔는데도 더위를 먹은 듯 지쳐 기진맥진한 경험이 있다. 일명 ‘온열질환’에 힘들어한 것이다. 게으른 젊은 농부인 필자가 이럴진대 노약한 어르신들은 오죽하겠는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문제는 기진맥진한 상태에서도 다음 일을 위해 새참이나 점심을 먹어야하는 상황이다. 탈진에 가까운 상태가 되다 보니 점심을 준비하고 먹을 힘조차 없게 되는 것이다. 예전 어른들이 “통 입맛이 없다”며 “찬물에다 고추나 찍어 먹어야 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곤 했는데 이번 일로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는 듯했다. 기력이 다하면 입맛을 잃게 되고, 당연히 힘이 빠지니 점심조차 준비할 수 없으니 간단히 고추 같은 주변에 있는 것들로 그야말로 점을 찍듯 끼니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차릴 음식도 없었을 뿐더러 힘든 농사일에 지치다 보니 찾아낸 ‘궁여지책’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농촌 사람이든 도시민이든 한여름 푹푹 찌는 더위를 극복하게 하는 음식의 주재료가 농부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이다는 점이다. 물론 육류도 있지만, 고추와 옥수수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제철 농산물이 더위 극복의 처방책이었다는 얘기다. 텃밭에서 간단히 구할수 있었던 풋고추의 쓰임만 봐도 쉽게 이해가 된다.

고추는 가지과의 식물로 열매는 장과로서 긴 형태이며 짙은 녹색이지만, 익어 가면서 점점 빨갛게 되고 껍질과 씨는 캡사이신을 함유하고 있어 매운맛이 난다. 캡사이신이 풍부해 위액 분비 촉진, 식욕 증진, 소화 촉진에 도움을 주는데 청고추를 찬밥과 함께 먹으면 매운맛과 함께 입맛이 도는 이유다. 고추에는 또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돼 있어 면역력 증진과 세포노화 방지, 항암효과가 있다. 이 외에도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피로회복과 피부미용, 감기 예방, 호흡기 계통 감염 저항력을 높여준다.

간식으로 자주 먹게 되는 옥수수 또한 더위 탈출에 효능이 있다. 옥수수는 식이섬유소가 풍부해 변비 예방에 탁월하고 지방 함량도 적기 때문에 다이어트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이와 함께 비타민도 풍부해 여름철 더위에 지친 몸의 피로를 빠르게 풀어줄 수 있는 회복제 역할을 한다. 여기에 옥수수수염은 이뇨작용에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어, 이를 끓여서 꾸준히 마셔준다면 체내의 노폐물 배출에 도움이 되고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까지 안정화해준다고 한다.

6~9월 여름이 제철인 감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감자 속 비타민C 성분은 열에 쉽게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감자 요리를 통해 비타민C를 쉽게 섭취할 수 있다. 비타민C는 높은 피로회복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도 뛰어나 편도선이나 기관지가 부었을 때 도움이 된다. 삼복 더위에도 감자를 자주 쪄먹었던 이유다.

고구마 역시 피로 회복은 물론 식욕 증진에도 효과가 있다니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에는 꼭 챙겨 먹어야 하는 농산물이다. 더불어 고구마의 카로틴 성분은 시력 향상과 야맹증 개선에 좋으며, 칼륨 성분이 몸속 염분을 소변과 함께 배출시켜줘 고혈압을 개선하는 데도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여름철 땀도 많이 흘리고, 더위 탈출에 에어컨에만 의지하다 보면 몸이 상하기 일쑤다. 삼계탕이나 양탕, 전복과 장어 등도 좋지만 더위 극복엔 ‘신토불이’ 제철 농산물만 한 게 없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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