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자본주의 존중하고 광주·전남 기업 소중하게 생각해야”
2024년 08월 11일(일) 18:10
[광주일보가 만난 경제人] 한상원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글로벌 시대, 도전과 혁신만이 지역 제조업 살 길
1979년 창업 45년간 12번 업종 변경 10번 성공하고 2번은 실패

한상원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광주일보가 만난 경제인 한상원 광주상의 회장

대체로 기업(企業)은 근대 산업혁명 이후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금으로 노동력을 사들여 상품이나 용역을 생산하거나 거래한다. 자본을 가진 자가 소유하고 경영하는데, 주식을 통해 필요한 자본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도 있다. 이윤 추구를 존재 이유로 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 시민 또는 지역·정부와의 마찰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19세기 영국의 상당수 기업들은 성인만이 아니라 어린아이까지 저임금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해 열악한 노동 여건 속에 이윤을 높이는데만 전력을 쏟았다. 매연과 분진·오염수로 도시 위생은 엉망이 되고,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노동자들은 성인이 되기도 전에 사망하는 경우도 잦았다. 정부·지방자치단체가 규제에 나서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기업주에 맞서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일부 기업가들은 새로운 시도에 나서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삶이 개선되면 노동능력과 의욕이 높아져 이윤이 증대된다고 주장하고 이를 실천한 영국 최대 방적공장 지배인 로버트 오웬(Robert Owen, 1771~1858), 대규모 공장과 함께 노동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배후 도시 솔테어(Saltaire)를 조성한 티투스 솔트(Titus Salt, 1803~1876), 직원들 삶의 질에 관심을 갖고 정원·마당·신선한 공기 등을 갖춘 저렴한 주택과 교육시설 등을 제공한 조지 캐드베리(George Cadbury, 1839~1922) 등이 있었다. 이들이 기업주·노동자 간의 갈등을 궁극적으로 해소하지 못했고, 각각 다른 의도도 있었지만, 오로지 이윤만을 목적으로 한 당시 기업과는 전혀 다른 접근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은 향후 기부·기여·공헌·봉사하는 기업가의 표상이 됐다.

기업이 생존을 넘어 지속적으로, 더 높은 이윤을 창출하면서 일자리를 꾸준히 제공하고, 지역·국가 발전에 기여·공헌하는 것처럼 훌륭한 시나리오는 없다. 이는 자체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노사 관계가 안정되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지역과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는 기업가의 의지가 더해져야 가능하다.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 등에 비해 기업 수가 적고, 특히 대기업, 나아가 중견기업마저도 극소수인 이 지역의 여건을 감안하면 기업의 존재 자체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는 상공회의소가 있다. 이 단체는 1952년 12월 제정된 법률 제274호 상공회의소법에 의해 설립·운영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어 있다. 법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 법의 목적은 “상공업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상공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광주와 나주·곡성·담양·영광·장성·화순 등에 사업장을 두고 상공업을 영위하는 법인 또는 개인 가운데 6개월 매출 50억원(전남은 25억원)이 넘을 경우 광주상공회의소(이하 광주상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임의·특별·준회원 등도 있으며, 가입신청 후 회비를 납부하면 된다.

1936년 설립됐다가 해방 직후인 1946년 7월 재설립된 지역 유일의 종합경제단체로, 사회간접자본(SOC)의 확충, 기업 유치, 업계 권익 대변, 회원 간 교류 및 협력 사업, 기업 지원 및 교육, 조사 및 연구를 통한 정책 발굴 등의 기능을 하고 있다. 25번째 회장은 한상원(70) 다스코(DASCO) 회장으로, 18년 만에 경선을 거쳐 9년 만에 건설업이 아닌 제조업의 대표이사가 광주상의의 수장이 됐다. 지난 3월 20일 취임한 그는 창립 45주년을 맞은 매출 3780억원(2023년 현재)의 중견기업을 이끌고 있다. ‘혁신’으로 기업을 일구고, ‘공헌’하기 위해 이익을 나누며, ‘봉사’하기 위해 책임 있는 자리를 맡고 싶었다는 그에게 광주·전남의 발전 방안, 기업 운영 비법, 지역 미래 구상 등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사가 화제였다.

▲솔직한 저의 성장 과정과 취임하는 심정,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는데, 강기정 광주시장께서 공직자들에게 취임사를 한 번 읽어볼 것을 권유하면서 회자가 된 것 같다.(그는 취임사에서 “광주와 미래세대를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겠다는 각오와 다짐을 하고 있다”고 말해 박수 세례를 받았다.)

=지금의 다스코를 만들어낸 과정을 듣고 싶다.

▲1979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아버지에게 쌀 80가마, 200만원의 자본금을 지원 받아 친구와 동업으로 대인동 건자재 골목에서 구멍가게로 출발했다. 올해로 45주년이 되었다. 1983년 2월 동아산업을 개업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 가드레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1996년 본사를 화순으로 옮겼으며, 주력이었던 가드레일은 자회사에 넘기고 이제는 도로 안전시설, 철강재, 건축용 데크플레이트,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시설, 단열재, 방음벽 등 다양한 품목들을 생산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고객이 있고 시장이 형성되는 곳으로 이동해왔다.

=혁신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이다. 피나는 노력이 동반되는 일이다. 지금까지 12번 업종을 변경했는데, 2번 실패하고 10번은 성공했다. 가드레일을 만들어 20년을 살았는데, 임계점이 오고 사업이 정체되면서 2008년 충남 당진에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필요한 건축자재인 데크플레이트를, 2013년 수직계열화를 위해 단열재 사업을 시작했다. 5년간 매년 20억~3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냈고 정상화시켰다. 6년 전에 태양광 등 미래 신재생 에너지 분야로 진출했다. 신재생에너지 또한 5년간 계속 적자를 보다가 올해 흑자로 돌아섰다. 지금 연구개발팀들과 함께 신기술을 적용한 획기적인 층간 소음재를 개발 중에 있는데, 내년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다스코(DASCO)라는 회사의 이름은 ‘Development Advance Solution Cooperation’의 앞 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솔루션을 개발하고 선도하며 미래로 나아간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실패담을 듣고 싶다.

▲모든 사업이 성공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벽돌 공장을 2013년 인수해 경영해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LNG 값이 폭등해 지난해 말 포기했고, WBM 철근 자동 용접 공장은 5년 전 전북 군산에 공장을 지었는데, 이상과 현실의 벽 때문인지 생각만큼 잘 되지 못했다. 게다가 시장조사도 철저히 하고 사전 준비를 확실히 해야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좀 부족했던 것 같다. 결국 250억원의 손실을 보고 손을 들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마음으로 보다 더 철저하게 조사하고 연구해서 두 번 다시는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그 이후로는 임직원들과 수시로 대화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과 지역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성을 높이 쌓은 나라와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근 기업은 망한다는 얘기가 있다. 글로벌 시대 선진기술과 문물을 과감하게 받아들여 변화와 혁신의 길을 가는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광주와 전남에 있는 기업을 귀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가난해도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면 가보지 않은 길이라도 과감하게 받아들여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가난은 죄악이며, 가난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무능하고 부끄러운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존중하고 지키면서 변화와 혁신을 기쁨과 즐거움으로 받아들여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광주와 전남으로 거듭나야 한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오는 것이며, 가난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남을 도와주는 것도 가난하면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 지역을 경제적으로 활력이 넘치고 풍요로운 고장으로 거듭나도록 우리 다함께 마음과 뜻을 모아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기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만약 성업(成業)을 이루게 되면 세 가지 일을 꼭 하고 싶었다. 첫째는 기업을 창업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직원들이 가정을 이루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 일이며, 두 번째는 육영 사업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인이 믿고 신뢰하는 나라와 국민이 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보살피고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안위와 처자식을 돌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기업가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줄 아는 기업가 정신을 갖춘 그런 기업인이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곤 한다.(그의 사회활동은 1998년 5월 진성 라이온스클럽 회장 취임과 함께 시작됐다. 이후 광주상의 18~24대 의원, 민주평통 전남부의장,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광주지검 범죄예방협의회장, 사랑의 열매 광주지역 회장, (재)광주 한마음장학재단 5대 이사장, 학교법인 홍인학원 이사장 등으로서 육영사업을 비롯한 사회활동에 열정을 기울이고 있다.)

=상의 회장 선거에서 여러 약속을 했다.

▲공약한 것은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에 미래산업 유치, 광주지역 산업평화 선언, 지역 기업의 RE100에 대한 지원 등이었다. 우선 군공항 이전으로 생겨나는 248만평(8.2㎢) 부지에 미래 산업과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데 발벗고 나서겠다. 군공항 이전 문제가 해결되면 직접 글로벌 기업들을 찾아가 공장을 짓도록 권유할 생각이다. 이 곳은 KTX 광주송정역과 인접해 있고 공업용수 공급도 원활하며 신재생에너지 또한 공급받기에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무안국제공항, 목포항과도 지근거리에 있어 물류 흐름도 좋은 편이다. 두 번째로 이 지역에서 기업하기 어렵다는 외부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 민노총, 한노총 등과 직접 만나 ‘산업 평화 선언’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노사 분규나 파업 등이 실제로는 거의 없는데도 이 지역이 오해를 받고 있는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 10월에는 선언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지역기업에 대한 RE100(재생에너지 100% 이용) 지원이다. 앞으로 RE100을 실천하지 않으면 수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전남은 재생에너지의 거점이며 산실이다. 서남해안 간척지와 농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전남의 해안선과 섬에 풍력발전소를 지어 재생에너지를 생산해낸다면 지역 기업들이 혜택을 받게 되고, 이를 이용하기 위해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전력소비량이 엄청난 기업들이 우리 지역으로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는데, 광주상의도 일조하겠다.

=너무 일 이야기만 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

▲일단 아침형 인간이다. 5시에 일어나서 그날 신문을 다 읽는다. 그리고 나서 오전 7시 20분 출근해 회사에서 3시간 근무한다. 점심을 먹고 운동을 하거나 책을 보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취미는 인터넷 바둑인데, 아마 3단 정도 실력은 된다. 휴일에는 골프도 하고 가끔 집 주위에 있는 금당산에서 3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

=가장 성공한 투자가 있다면.

▲지금까지 늘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다. 지금까지 400여개의 특허를 취득했고, 이 가운데 100개는 이미 시효가 다 됐다. 300개가 넘는 특허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회사 내에 신기술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팀이 새로운 아이템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가치와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10여명의 연구인력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광주상의를 지역경제 핵심 정책기구로 격상하겠다고 했다.

▲지역을 발전시키는데 광주상의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들어달라. 군공항 이전, 기업 유치, 지역기업 지원 등에 있어서 관련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더 담아내도록 노력하겠다. 이와 함께 지역 내 산업단지의 제조업체들이 상의에 더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전통 제조업들이 위기에 봉착해 있다.

▲중국과 경쟁해 이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기술 혁신을 통해 저렴한 인건비, 원재료, 적정 수준의 기술 등을 무기로 하고 있는 중국을 넘어서야 한다. 이차전지 같이 우리나라 기술력이 세계 1위인 종목은 앞으로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의 경우 중국, 일본이 따라오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630조원의 시장인데 이차전지가 5년 뒤면 85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기업 역시 가보지 않은 변화와 혁신의 길을 가야 한다. 위험 요소가 있더라도 현실에 안주하고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 미래는 도전하고 꿈꾸는 자의 몫이기에 MZ세대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문화와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나.

▲반도체와 2차전지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가 50년 이상은 갈 것 같다. 세계의 인재를 흡수하기 때문인데, 현대에 들어와 새로운 신기술은 모두 미국에서 나왔다. 인터넷, 반도체, AI, 전기차, 자율주행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능력제일주의를 배워야 한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의 CEO 가운데 인도인 출신이 상당한데 피부색 안 따지고 실력이 있으면 대표 자리를 주기 때문이다.(그는 이 지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역대 CEO의 이름과 이력, 실적 등을 줄줄이 이야기했다. 세계시장과 기업들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 지역 학생들이 유학을 가 공부도 하고 도전정신과 창의력도 배웠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 지역에서 국가를 뛰어넘어 세계를 상대할 수 있는 위대한 기업인이 나왔으면 한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 등의 도전 정신과 위기관리능력을 이어받아 제2, 제3의 이병철·정주영이 이 지역에서 기업을 일으킨다면 정말 좋겠다. 미래는 도전하고 응전하며 꿈꾸는 자의 몫이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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