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건강 과몰입 국민들
2024년 08월 07일(수) 22:30 가가
아마도 세계에서 건강에 제일 민감한 민족은 한국인이 아닐까 싶다. 유튜브에서 건강 주제 채널은 구독자나 조회수가 최고 수준이다. 방송국의 건강 관련 프로그램은 숫자도 많고 시청률도 높다. 여러 주제를 묶어서 방송하는 이른바 아침 버라이어티 방송에도 건강과 의료 주제는 꼭 들어가고 인기도 있다. 방송이나 유튜브로 벼락 스타가 된 의사가 한둘이 아니다. 의료기술이 아니라 매체 출연으로 유명해지는 것이다. 의사나 한의사, 약사 같은 자격시험을 거친 의료 전문가들이 유튜브에서 ‘낚시질’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을 정도다. 그들도 영리행위를 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도가 지나친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다. 무슨 음식이 뭐에 좋다는 말이 삽시간이 퍼진다. 요리사인 나도 잘 모르는 음식을 줄줄이 꿴다. 퀴노아, 귀리, 렌틸, 병아리콩(이런 음식을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같은 곡물을 먹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대단하다. 나는 이탈리아식 요리사라 올리브유를 오랫동안 써 왔다. 스무 몇 해 전에는 한국에서 올리브유를 거의 구하지 못했다. 있더라도 그다지 품질이 좋지 않았다. 그 정도로 올리브유 시장이 열악했다. 최근에 몇 병 구해보려고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갔더니 고작 500밀리리터 짜리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들이 즐비하다. 올리브유의 원조인 이탈리아나 프랑스 부자들도 못 사먹을 가격이다. “아무개 인스타그램에서 호평 받은 00제품” 등의 광고문구가 많이 붙어 있다. 고급 올리브유가 건강에 좋다고 하는 광고를 유명 인스타그래머들이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돈값만큼 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달걀 하나를 부치는 데도 고급 올리브유를 붓는다. 가열된 올리브유는 이미 그 가치를 잃어간다. 그런 요리에 일반 식용유보다 수십 배 비싼 기름이 의미가 있을까.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조식품, 기타 ‘건강에 좋다고 소문이 난’ 민간 약품과 식품의 인기도 늘 하늘을 찌른다. 외국의 유명한 건강식품 판매 회사는 한국에 지사를 두고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직구’로 건강식품을 사는 한국인이 많은 까닭이다. 이른바 해외 직구액은 연간 6~7조원 수준으로 본다. 놀랍게도 그중 건강기능식품류를 구매한 것이 절반이다. 3조원 이상 쓴다는 뜻이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건 좋은 일이다. 그렇다고 한국인이 특별히 더 건강한지, 오래 사는지는 잘 모르겠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고급 의료를 가장 싼 값에 혜택받고 있다(의사 단체의 설명)는 한국인이 과연 정말 건강이 좋은 지도 알 수 없다. 국민이 대부분 건강에 ‘몰빵’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전국민이 의료비와 건강식품, 기타 몸에 좋다는 음식과 약물을 사서 복용하는 바람에 적어도 수십조 원을 쓰고 있는데 그 성과가 있는지도 오리무중이다.(2023년 기준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만 6조원이 넘는다. 식약처의 기준을 통과하고 유의미한 인증을 받아야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 그냥 건강식품, 건강에 좋다는 ‘카더라’ 수준의 식품,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약품과 처방받아 사는 것을 수십조 원으로 올라가는 건 자명한 예상이다).
이렇게 건강에 좋다는 온갖 비타민류, 식품류가 어마어마하게 팔리고 있는데 의료계, 과학계의 상당수 인사들은 떨떠름한 논평을 하기도 한다. 건강에 좋다는 근거가 없거나 있더라도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는 논문을 근거로 한다. 그래도 효과를 봤다는 사람의 ‘증언’이 있으니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는 게 국민 소비자다. 과학이 발달하며 새로운 효과를 입증하는 건강식품류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의 건강한 생활 의견은 의외로 단순하다.
“적당한 운동, 적당한 섭생.” 인생을 육십 살아보니 어떤 깨달음이 있다. 우리가 사는 우주에는 정말 신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거다. 우리가 대체로 좋아하는 술이며 담배, 짜고 매운 음식, 폭식과 야식, 고탄수화물식과 구운 고기와 육가공식품, 인스턴트 음식, 탄산음료, 달고 맛있는 과자와 케이크…. 왜 이런 건 그렇게 하고 싶은데 몸에 별로 안 좋은가 하는 점이다. 정말로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하려는 신의 설계가 아닐까 농담처럼 의심해보는 것이다. 건강식품도 좋지만 무얼 먹어서 더하지 않고 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도 든다.
<음식 칼럼니스트>
건강에 관심이 많은 건 좋은 일이다. 그렇다고 한국인이 특별히 더 건강한지, 오래 사는지는 잘 모르겠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고급 의료를 가장 싼 값에 혜택받고 있다(의사 단체의 설명)는 한국인이 과연 정말 건강이 좋은 지도 알 수 없다. 국민이 대부분 건강에 ‘몰빵’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전국민이 의료비와 건강식품, 기타 몸에 좋다는 음식과 약물을 사서 복용하는 바람에 적어도 수십조 원을 쓰고 있는데 그 성과가 있는지도 오리무중이다.(2023년 기준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만 6조원이 넘는다. 식약처의 기준을 통과하고 유의미한 인증을 받아야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 그냥 건강식품, 건강에 좋다는 ‘카더라’ 수준의 식품,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약품과 처방받아 사는 것을 수십조 원으로 올라가는 건 자명한 예상이다).
이렇게 건강에 좋다는 온갖 비타민류, 식품류가 어마어마하게 팔리고 있는데 의료계, 과학계의 상당수 인사들은 떨떠름한 논평을 하기도 한다. 건강에 좋다는 근거가 없거나 있더라도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는 논문을 근거로 한다. 그래도 효과를 봤다는 사람의 ‘증언’이 있으니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는 게 국민 소비자다. 과학이 발달하며 새로운 효과를 입증하는 건강식품류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의 건강한 생활 의견은 의외로 단순하다.
“적당한 운동, 적당한 섭생.” 인생을 육십 살아보니 어떤 깨달음이 있다. 우리가 사는 우주에는 정말 신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거다. 우리가 대체로 좋아하는 술이며 담배, 짜고 매운 음식, 폭식과 야식, 고탄수화물식과 구운 고기와 육가공식품, 인스턴트 음식, 탄산음료, 달고 맛있는 과자와 케이크…. 왜 이런 건 그렇게 하고 싶은데 몸에 별로 안 좋은가 하는 점이다. 정말로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하려는 신의 설계가 아닐까 농담처럼 의심해보는 것이다. 건강식품도 좋지만 무얼 먹어서 더하지 않고 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도 든다.
<음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