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년 역사 임업시험장, 산림연구원으로 새 출발 - 오득실 전남산림연구원 원장
2024년 08월 07일(수) 22:00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소/ 숨 쉬고 뜻도 있고 정도 있지요/ 만지고 쓸어주면 춤을 추지만 / 때리고 꺾으면 눈물 흘리죠/ 꽃 피고 잎 퍼져 향기 풍기고/ 가지 줄기 뻗어서 그늘 지으면/ 온갖 새 모여들어 노래 부르고/ 사람들도 찾아와 쉬며 놀지요/ 찬서리 눈보라 휘몰아쳐도/ 무서운 고난을 모두 이기고/ 나이테 두르며 크게 자라나/ 집집 기둥들보 되어 주지요/ 나무는 사람 마음 알아주는데/ 사람은 나무 마음 왜 몰라 주오/ 나무와 사람들 서로 도우면/ 금수강산 좋은 나라 빛날 것이요.”

노산(鷺山) 이은상 시인의 ‘나무의 마음’이라는 시를 읽으면 왠지 숲과 자연을 볼 때 겸손해지고 숙연케 함은 누구에게나 느껴지는 마음일 것이다. 이처럼 숲은 어린 묘목일 때부터 정성을 다해 가꾸고 어루만졌을 때 비로소 향기도 풍기고 새들에게 둥지로 내어줄 수 있고 마침내 비바람을 견뎌내 어엿한 어른 숲이 되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힐링 시켜주는 쉼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픈 역사도 역사이다. 산림연구원의 첫 개원은 1922년 임업 묘포장(苗圃場)으로 개원해 일제치하 섬유 수탈을 위해 목화 대량증식에 이용당해왔다. 이후 임업시험장으로 정식 발족하면서 화전(火田)으로 인해 훼손된 산림의 빠른 복구를 위해 빨리 자라는 속성수 양묘 연구에 집중해 왔다. 과거에는 전쟁과 가난으로 헐벗을 수밖에 없었던 숲이지만 1973년 ‘제1차 치산녹화계획’을 시작으로 1982년까지 산지의 완전녹화 목표 하에 온 국민이 각자의 마을과 직장, 기관과 단체를 통해 힘을 모아 나무심기에 주력해 나갔다. 이를 위해 임업시험장은 적지적수 조림정책 실현을 위해 새로운 양묘 연구와 속성수와 장기수 등 도입육종 시험에 온 힘을 쏟아 편백과 삼나무, 리기다, 아까시나무, 포플러류 등 발 빠르게 우리나라 풍토와 산림환경에 맞는 수종개발 연구에 주력, 이젠 세계 산림강국 대열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산림연구원은 전라남도 도립 산림분야 전문연구기관으로 일제강점기 광주 임동에서 임업 묘포장으로 개원해 1937년 임업시험장으로 승격됐고 1975년 현재의 나주시 산포면으로 터를 옮겨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후 기관 명칭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1993년 임업시험장과 치산사업소가 통합되면서 산림환경연구소로 명칭변경됐고 1998년에는 완도수목원이 산림환경연구소로 통·폐합됐으며, 이후 세계적으로 나고야 의정서로 인해 산림자원의 가치가 중요하게 대두되면서 2008년에는 산림자원연구소로 명칭이 변경됐다. 산림 바이오자원의 산업화 및 휴양·치유 공간으로서의 숲의 기능이 다양화됨에 따라 산림의 서비스 기능을 포함한 산림 전반에 관한 분야로 연구방향도 세계적인 추세에 걸맞게 변화되고 있어, 이번 연구원 기관명칭 변경은 타 지자체보다 발 빠른 대처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는 임업인 소득원 발굴은 물론 대국민 산림서비스 강화, 고부가 산림자원의 식의약 바이오 산업화 연구 확대 등 다양한 미래 임업 수요가 예측되고 있다. 개원 102년이 지나는 동안 2회에 걸친 사무실 이전과 4회에 걸친 기관명칭 변경을 통해 현재는 우리 임업이 과거 양묘중심의 연구에서 벗어나 더욱 과학적이고 다변화된 미래 시대로 가기 위한 변곡점에 서있다. 100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에 기관명칭 변경이 말해주듯 이제 산림은 환경과 자원과 바이오만이 중요시되는 산업이 아닌 탈(脫)탄소중립 시대에 숲과 인간이 공존해 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개념의 폭 넓은 연구를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산림연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나주로 옮긴 지 50여 년이 흘러 황폐한 공간의 논과 밭이 양묘연구 및 유전자원 식재를 통해 푸르른 숲이 되어 생태적으로 안정화됐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향나무길이 알려지면서 연구원의 숲이 국토녹화 50주년 기념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으로 지정돼 ‘쉼’과 ‘치유’를 위해 많은 분들이 찾고 있다.

과거 양묘포지가 어엿한 숲명소가 된 이곳 연구원을 탄소중립과 연계해 목재 친화공간인 목재누리센터 건립으로 누구나 손쉽게 목재를 체험하고 교육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잘가꿔진 숲은 명품공원화 계획을 통해 색감있게 주제정원을 추가 조성해 더욱 아름다운 명소로 거듭나도록 경관숲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의 연간 30만 명이 아닌 100만 명이 찾는 산림생태관광 명소로 거듭나도록 산림의 휴양과 치유 세대공감 숲놀이터로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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