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 전환, 소상공인 글로벌 경쟁력 갖출 기회”
2024년 08월 07일(수) 18:40
[광주일보가 만난 경제人] 김현성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대표이사
지자체, 민간 소비 뒷받침해야…지역화폐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
복합쇼핑몰·전통시장 서비스 달라…다양한 방법으로 공존 가능
광주일보가 만난 경제인 김현성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대표이사

경제를 진흥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가치는 없는 듯하다. 세계, 국가, 지역,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관심은 경제, 즉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쉽게 이룰 수 없다. 잘 사는 지역은 글로벌 경쟁 속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산업 시스템 및 핵심 기업, 창의적이면서 생산적인 인재, 훌륭한 기반시설 및 용이한 수출 여건, 고부가가치 부존 자원이나 독보적인 매력 등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계속해서 혁신하고 트랜드를 이끌어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그들 지역에서 주로 일어난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과 함께 찾아온 자본주의의 ‘빅뱅’은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양극을 만들어냈다. 300여년의 시간 속에 이들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고, 일부 그 성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 구조적인 틀이 더 견고해졌다는 것에 이견을 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상생은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서로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이익을 양보해야 만들어지는 접점은 누구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법이다.

일자리는 이미 최고의 가치가 됐다. 미개발국에서 초강대국에 이르기까지, 농어촌에서 수도 서울에 이르기까지 좋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시대다.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광주의 입장에서 이보다 중요한 명제는 없다.

이들 세 가지 단어를 모두 담고 있는 광주시의 출연기관이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이다. 지난 2023년 8월 출범한 이 재단의 초대 대표이사로 김현성(52) 전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이 임명됐다. 모두 중요한 사안인만큼 성과를 내기도 극히 어려울 수밖에 없는 재단의 수장에 앉은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쌓아 이미 광고계, 정치계, 언론계 등에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김 대표의 이력에 대해 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그가 2018년 출간한 ‘72년생 김현성의 물음’을 참조했다.)

전교조 교사 복직운동을 하며 아슬아슬한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들어가 정치의 중요함을 깨닫고 선거운동원, 정당 대학생 모니터 요원 등을 맡았으며, 대학 졸업과 동시에 닥친 ‘IMF(국제통화기금) 경제 위기’ 속에 국내 굴지의 광고기업에 인턴으로 입문해 경력을 쌓았다. 고 김대중 대통령 PI(President Identity)팀에 들어가 대중적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일조하고, 보는 이의 시각에서 공공캠페인의 틀을 새롭게 디자인해 주목을 받았다. 1% 기부 문화를 트위터에 옮겨 올린 글 하나에 1원씩 자발적 기부를 하는 ‘1원의 행복’을 이끌어 내고 모은 돈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상임이사로 있었던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결혼식 축의금 1%를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는 등 공익적 마인드를 중시했던 그는 공공 영역을 전문적으로 맡는 광고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다가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고 박원순 전 시장 캠프에 합류해 SNS 캠페인을 맡았다. 이후 박 시장과 6년을 함께 하며 최연소 기획비서관, 디지털미디어팀장, 최초이자 마지막 디지털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당시 김 대표는 공공데이터를 총망라한 디지털 시민시장실을 만들어내고 ‘서울시 디지털기본계획 2020’ 수립하는 등 서울시정의 디지털화를 주도했다.

서울시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정치계에 입문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 후보 부대변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맡았으며, 종합편성채널의 패널로 출현해 문 대통령을 말로 호위한다는 의미의 ‘호위어(語)사’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진입할 것 같았지만,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내 경선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후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자신의 공익 우선 사고, 광고·이미지 구축·디지털에 대한 전문성, 현장에서 익힌 다양한 아이디어 등을 중소상공인들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디지털 혁신가로 참여해 각계 전문가들과 ‘넥스트커머스’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디지털 경제(Diginomics, Digital+Economics)시대 지역 소상공인들이 디지털 상공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담양 출신인 김 대표는 아들 2명, 딸 1명을 둔 ‘애국자’로, 동향의 아내를 만나 24년째 살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현성 대표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됐는가.

▲두 분 다 돌아가셨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근태 전 의원을 가장 존경한다. 중학생 시절 담양에 유세를 온 고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을 3시간 기다려 들었는데, 그 감동이 지금도 가슴 속에 남아있다. 그 분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고 김 전 의원의 경우 ‘희망’이라는 팬클럽에 가입할 정도로 따랐는데, 진정성과 진심이 남달랐다. 사실 정치계에 몸을 담은 것도 존경하는 이 두 분이 이루고자 했던 것을 조금이라도 실천에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통의 핵심은 경청이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해보고자 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 성장만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되었으면 했다.(김 대표는 자신의 책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은 말과 글의 균형이다. 배가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내 삶은 물음의 바다에서 풍랑을 견디며 답을 찾기 위해 항해하는 쪽배와 같다”고 썼다. 이 문장들이 그의 지금까지 행적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디지털이 왜 중요한가.

▲디지털 기술 변화가 공공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디지털이야말로 불평등, 불공정, 불안전, 불통 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디지털을 통해 궁극적으로 현재의 룰을 바꿔야 한다. 노벨경제학상 조셉 스타글리츠(Joseph Stiglitz)는 그의 저서 ‘불평등의 대가’에서 “1%의 운명도 궁극적으로 나머지 99%가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시장의 실패를 예견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경제시대, 공공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선 과거 공급적 관점이 아닌 수요적 관점에서의 경제가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애국 소비, 최근 우리나라의 지역순환경제 등의 본질은 경제 문제에 있어서 공공이 수요를 창출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수요가 이끄는 공급, 소비자 중심의 경제 등 경제 권력이 소비자에게 넘어온 것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짜파구리’를 만들어 먹으니 라면업체가 그 제품을 출시했다. 3M이나 스타벅스는 수요가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프로슈머(prosumer), 모디슈머(modisumer) 등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공공은 지금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가 이러한 시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유지·성장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광주의 경제진흥, 상생, 일자리를 맡고 있다.

▲크게 보면 1998년 4월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로 시작해 2012년 일자리종합센터 운영을 맡으면서 광주경제고용진흥원으로 한단계 성장하고, 광주글로벌모터스(GGM)으로 대표되는 광주형 일자리, 광주시노사민정협의회 등의 업무가 더해지면서 2023년 7월 지금의 명칭이 됐다. 모두 쉬운 일은 물론 아니지만, 취임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열매를 맺기보다는 씨앗을 뿌리겠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그 당시에는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었으나 시기에 따라 버려야 할 것도 있는데, 계속 가지고 있는 것도 있다. 마치 강을 건너기 위해 필요한 뗏목을 머리에 이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순 지원을 통해 중소상공인을 유지시키는 것을 넘어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갖게 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예를 들어 ‘지산지소’가 있다. 이 말은 지역 안에서, 지능적으로, 지구적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첫째 일단 지역 안에서 소비를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광주의 내 조달 물량이 2조700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는데, 이 가운데 지역산업 연관성이 45% 정도다. 강원도와 전북이 60% 수준인데, 광주에서 10% 늘리면 2700억 정도의 수요가 만들어진다. 지자체 차원에서 소비 진작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화폐 같은 정책은 매우 필요하고, 우리나라만의 혁신적인 정책이다. 떨어져 있는 소비 심리를 공공이 뒷받침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소비 진작을 위해 180억원 규모의 소비 패키지 만들었고, 강진군은 숙박비의 절반을 지원해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다. 수요에 지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이유는 자기 상품이 없는데다 지리적으로 한 장소에서 고객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는 품목에 대해 상품으로 만드는 것을 공공이 지원해야 한다. 상품이 있고, 만약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11명의 소상공인에게 상품화를 지원하고, 광주FC 경기가 있는 날에 푸드클럽을 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조만간 브랜드 마케팅에 나서고, 지역 내 유명인사들의 이름도 명칭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복합쇼핑몰은 광주가 대한민국의 유통 리더십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도 해야 한다. 이들 유통업계의 인재가 지역 소상공인들을 교육하게 하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을 복합쇼핑몰에 팔면 된다. 가칭이지만 디지털상품화지원센터 같은 것을 유통업계와 함께 설치하는 것도 좋겠다. 이렇게 되면 지역 소상공인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다. 문제는 실현이다.(김 대표에 대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묻고 방법을 찾는데 익숙한 사람’.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는 ‘진정한 소통가이자 탁월한 혁신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어려운 일이다. 다만 공공(公共)이 어느 쪽에 자리하는 지에 따라 성과는 있을 것이라고 본다. 소상공인의 편에서 그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고, 계속 존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재단의 일이다. 이를 성실하게 꾸준히 세계 곳곳의 사례와 창의력을 덧붙여 이끌어갈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소상공인, 유관단체 등과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린 배달의민족 탈퇴 선언을 이끌었다.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이 소상공인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구 등 지역 간 연계를 통해 소상공인의 편에서 이들 배달앱과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한편으로는 공공배달앱의 경쟁력, 소상공인들의 자생력을 키워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광주에 복합쇼핑몰 진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복합쇼핑몰의 서비스와 전통시장·소상공인의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마차를 잇는다고 해서 기차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골목·지역상권의 쇠락의 원인은 사회경제적 요인 즉 인구 감소, 광범위한 자동차 이용, 쇼핑·유통 환경의 변화 등에서 찾아야 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 논의의 밥상을 키워 이익 공유, 기술 이전 교육, 공간 임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존할 수 있다.

-소상공인, 전통시장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

▲전통시장, 소상공인 살리기에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다. 모두 사라졌고, 쇠락은 계속되고 있다. 이 역시 성장의 관점이 필요하다. 정부가 스타트업 기업은 창업부터 성장까지 지원하지만, 소상공인·전통시장은 현상만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로컬 브랜드를 만들고 프랜차이즈로 성장하도록 돕는 등 공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도 이제는 고도의 전문직이 되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며, 고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지원을 해주는 방식도 고민해 봐야 한다.

-열매를 강조했다. 열매는 무엇인가.

▲성과는 일자리, 매출 등으로 나타난다. 디지털 경제의 성과는 경제 영토의 확장이며, 지역경제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광주 경제가 디지털을 통해 계단이 아니라 퀀텀(Quantum), 즉 비약적으로 점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로컬이 도시 무역, 외교를 통해 해외와 직접 상대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고의 틀을 좀 깨야할 것이다.

-최근 슬픈 일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조합장을 5선 하실 정도로 능력 있는 분이셨지만, 어머니를 힘들게 한 분이다. 가족을 이뤄보니까 아버님의 위대함을 깨달았다.(그는 여기서 눈시울을 붉혔다.) 저의 결정을 한 번도 반대하신 적이 없으셨다. 어렸을 때 저에게 정서적, 물질적으로 어떠한 결핍도 경험하지 않게 해주셨다. 완벽한 지원이었다. 인사를 잘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는데 평생 잘 지키며 살겠다.

-오랜 만에 고향(담양) 인근에서 살게 됐다.

▲좋은 선택이었다. 일단 좀 떨어져 지내니까 부부관계가 좋아졌다. 또 담양에 있는 어머님을 언제나 모실 수 있어 좋다. 또 고향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기쁘다.

-마지막으로 지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먼저 인사를 잘하는 기관이 되겠다. 또 모든 소통의 시작은 물음이다. 시민들과 함께 묻고 또 물어서 깊고 넓은 답을 함께 찾아가겠다. 더 혁신하고, 행동하는 기관이 되겠다. 내일을 위해 더 나은 솔루션을 찾고 같은 방법을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멀리 하겠다. 시민과 함께 뜻을 세우고 같이 땀을 흘려 때를 만들어 가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겠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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