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호남의 ‘가치동맹’과 이해 상충점 -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
2024년 08월 06일(화) 22:30
호남은 민주당의 정치적 거점이다. 호남과 민주당의 특별한 관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1년 대통령 선거 때 제일 야당인 신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양자의 관계는 1980년 5·18 광주항쟁을 거치면서 더욱 굳건해졌다. 민주당과 호남은 40년 이상 동안 민주주의, 지역균형발전, 한반도 평화와 통일 등 몇 가지 공통의 목표와 가치를 매개로 굳건한 ‘가치동맹’을 맺었고, 이를 통해 한국 역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호남과 민주당의 밀월관계가 항상 빛을 발휘하는 것만은 아니다. ‘과유불급’이라고 할까. 양자의 과도한 밀월관계가 때로는 호남과 민주당 모두에게 득보다는 실을 안겨주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양자의 밀월관계는 영남 보수층의 경계심을 자극하여 보수 정당에 반사이익을 안겨주곤 했다. 다른 한편으로 호남은 민주당을 지지한 대가로 보수 정권에 의해 노골적으로 찬밥신세가 되고 지역 발전을 방해받았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호남이나 민주당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불행했던 한국 정치사 혹은 잘못된 지역주의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부정적 결과 중에는 남의 탓이 아닌, 우리가 자초한 것도 없지 않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형적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모두가 민주당 출신인 상황에서 집행부의 견제와 감시 역할을 담당할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마저도 민주당 일색인 것은 정상적 모습이 아니다.

그것만이 아니다. 공천이 곧 당선이나 다름없는 민주당 광역 및 기초의원 공천 과정에 일반 유권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일반 유권자들은 민주당 시·도 의원과 시·군·구 의원 후보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공천되는지 알 수가 없다. 호남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는 투표 날 민주당 후보에게 단순 인준 투표 혹은 ‘묻지 마 투표’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 심지어 시·도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단독 후보만 출마하여 선거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2년 전 지자체 선거 때 광주지역 투표율이 37%로 전국 꼴찌였던 것은 민주당 독식 혹은 요식 행위 선거에 대한 지역민의 무관심 혹은 항의 표시의 반증이었다.

지난 3일과 4일 발표된 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북·광주·전남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참여율은 각각 20%, 25%, 23%로 전국 평균에도 못 미쳤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일반 유권자의 무관심을 넘어서 민주당 소수 열성 당원들의 행사로 그치고 있는 것 아닌가. 더구나 소위 ‘개딸’들을 중심으로 소수 강성파가 너무 요란을 피우며 민주당 그리고 호남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한다.

광주에서 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열렸던 지난 4일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선거 결과도 발표되었다. 양부남 국회의원과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대결한 시당위원장 선거에서 양부남 의원이 큰 표 차이로 승리했지만 선거 과정은 매우 치열했다. 양부남 후보나 강위원 후보 모두 혁신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다. 두 후보 모두 당원 중심의 시당 운영을 공약했다. 특히 강위원 후보는 지자체 선거 때 시·구 의원 등의 공천권을 국회의원에서 당원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나 두 시당위원장 후보의 혁신과 당원 중심 시당 운영이라는 공약은 일반 유권자 대다수에게는 거부감이나 공허한 용어로 비쳤다. 당원 중심이라는 용어는 공천권 행사 등에서 일반 유권자의 권리와 상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호남과 맺은 소중한 역사를 계속 지속하려면 호남 유권자들의 마음을 더 많이 헤아려야 한다. 특히 호남지역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필자는 민주당에 호남지역 지자체 선거 때 국회의원과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후보 경선 비율에서 일반 유권자 대 당원의 비중을 50% 대 50%에서 70~60% 대 30~40%로 변경할 것을 요구한다. 광역과 기초의원 후보 경선 때도 일반 유권자의 평가가 반영될 시스템 마련을 요구한다. 광역 및 기초의원 비례대표는 제3당 후보에게 양보하여 민주당 독식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노력을 주문한다. 이렇게 일정 부분 양보도 하면서 지역민의 지지를 호소해야 민주당이 호남 유권자의 사랑을 계속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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