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기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 김은영 전남문화재단 대표
2024년 08월 05일(월) 21:30 가가
“…자식을 어떡하든지 서울에서 길러야 되겠다는 것은 아무도 못 말릴 엄마의 숨은 신앙이었다. 엄마는 우리가 도회지에서만 살았어도 아버지가 그렇게 일찍 세상을 뜨지 않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우리시대의 큰 이야기꾼이었던 박완서 작가는 자전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20호가 채 안 되는 벽촌 개성 박적골에서 태어나 교육열이 강한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일찍이 서울로 왔지만 기실은 이주의 원인이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었노라고 고백한다.
형제 중 가장 체격이 좋고 잔병 한번 치른 일 없이 건강체였던 작가의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복통으로 데굴데굴 구르는 것이었다. 벽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할아버지가 당신의 약방문에 의한 생약 한약 등으로 다스리거나 할머니가 무당집에서 굿을 하는 것이었는데, 그 사이에 아버지는 마침내 사경을 헤맨다.
작가의 어머니는 단호히 아버지를 달구지로 송도까지 싣고 갔으나 아버지의 맹장염은 복막염을 일으켰고, 배 속 가득 고름이 찬 것을 뒤늦게 알고 수술을 했지만 항생제도 없을 때라 결국은 덧나서 죽음에 이르고 만다…. 꽤 오랜 전 읽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이 있는 도회지에서만 살았어도 사랑하는 가족과 일찍 이별하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탄식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1930년대의 상황이지만 현재 전남 어느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전혀 낯설지 않을 것 같다. 가까이에 병원이 없어서 위중한 상태에 응급처치를 하지도 못한 채 생명을 잃고 마는 안타까운 일들이 지금도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있는가. 오죽하면 최근엔 나이 들면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은 지를 결정하는 현실적 기준 중 ‘갑자기 아플 때 바로 갈 수 있는 대학병원이나 조금 큰 종합병원이 가까이 있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되었을까.
최근 눈부시게 발달한 의학의 힘은 전례 없는 수준의 노화지연과 수명연장이라는 큰 축복을 가져왔지만 그에 비례해 의료혜택 또한 더욱 절실해졌다. 그 덕분에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전남은 가장 고령화되고 있는 지역으로 떠올랐지만 그에 반해 응급 필수의료는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 없는 전남의 상황이어서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올해를 지역소멸 위기 극복 원년으로 삼고 있는 전남도가 다양한 인구유입 정책을 펼치고 있고, 극도의 경쟁사회에서 벗어나 귀농귀촌하려는 정서가 늘어나는 추세라지만 전남의 열악한 의료 환경 앞에서는 오던 발길도 돌아서고 더 나이 들기 전에 큰 병원 가까운 도시행을 결심하는 것 같다.
SRT, KTX 상행선이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만석인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수도권 유명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데 매년 70만 명이 대도시로 원정 진료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유출되는 돈만 무려 1조5000억 원에 이른다.
높은 연봉 제시에도 공공의료원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산부인과, 소아과가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라 아무리 산자수명한 전남이라지만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이 땅에 정주하면서 안심하고 아기 낳아 기르라고 권유할 수 있겠는가.
이런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남도는 도민의 30년 절박한 염원으로 지역사회·대학·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의 힘을 모아 정부와 국회에 의대 설립을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마침내 국립의대 설립이 목전에 다가왔다.
하지만 의대설립이 가시화되자 지역이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대립하는 형국으로 바뀌고 있어 몹시 안타깝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똘똘 뭉쳐도 가야할 길이 멀진대, 중요한 시점에서 지역 간 갈등으로 자칫 천재일우의 기회에 작은 흠집이라도 날까 두렵고 우려가 크다.
생명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이 귀하고 아름다운 땅에 나와 우리 가족의 생명을 보살펴 줄 의과대학이 설립될 수 있도록 모두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이지만 많은 사람이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기적은 기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도 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희망하고 꿈을 꿀 때 의과대학의 염원을 이루는 기적이 전남의 건강한 미래와 마주할 수 있으리라.
우리시대의 큰 이야기꾼이었던 박완서 작가는 자전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20호가 채 안 되는 벽촌 개성 박적골에서 태어나 교육열이 강한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일찍이 서울로 왔지만 기실은 이주의 원인이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었노라고 고백한다.
최근 눈부시게 발달한 의학의 힘은 전례 없는 수준의 노화지연과 수명연장이라는 큰 축복을 가져왔지만 그에 비례해 의료혜택 또한 더욱 절실해졌다. 그 덕분에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전남은 가장 고령화되고 있는 지역으로 떠올랐지만 그에 반해 응급 필수의료는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 없는 전남의 상황이어서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올해를 지역소멸 위기 극복 원년으로 삼고 있는 전남도가 다양한 인구유입 정책을 펼치고 있고, 극도의 경쟁사회에서 벗어나 귀농귀촌하려는 정서가 늘어나는 추세라지만 전남의 열악한 의료 환경 앞에서는 오던 발길도 돌아서고 더 나이 들기 전에 큰 병원 가까운 도시행을 결심하는 것 같다.
SRT, KTX 상행선이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만석인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수도권 유명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데 매년 70만 명이 대도시로 원정 진료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유출되는 돈만 무려 1조5000억 원에 이른다.
높은 연봉 제시에도 공공의료원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산부인과, 소아과가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라 아무리 산자수명한 전남이라지만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이 땅에 정주하면서 안심하고 아기 낳아 기르라고 권유할 수 있겠는가.
이런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남도는 도민의 30년 절박한 염원으로 지역사회·대학·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의 힘을 모아 정부와 국회에 의대 설립을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마침내 국립의대 설립이 목전에 다가왔다.
하지만 의대설립이 가시화되자 지역이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대립하는 형국으로 바뀌고 있어 몹시 안타깝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똘똘 뭉쳐도 가야할 길이 멀진대, 중요한 시점에서 지역 간 갈등으로 자칫 천재일우의 기회에 작은 흠집이라도 날까 두렵고 우려가 크다.
생명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이 귀하고 아름다운 땅에 나와 우리 가족의 생명을 보살펴 줄 의과대학이 설립될 수 있도록 모두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이지만 많은 사람이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기적은 기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도 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희망하고 꿈을 꿀 때 의과대학의 염원을 이루는 기적이 전남의 건강한 미래와 마주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