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꽃 무궁화 바로 알고 가꾸자 - 김충남 동광새마을금고 이사장
2024년 08월 04일(일) 22:30
여름은 나라꽃 무궁화(無窮花)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계절이다. 무궁화꽃이 대한민국 나라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무궁화를 흔히 볼 수 없게 되었다. 무궁화를 나라꽃으로는 알고 있지만 직접 심고 가꾸는 것은 어려운 꽃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궁화는 가꾸기 어려운 나무가 아니며 병충해에 취약하지도 않다. 오히려 꽃이 별로 없는 여름철에 오랫동안 화려한 꽃을 피우기 때문에 북반구 온대지역 국가에서 즐겨 심는 관상수이기도 하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예로부터 관상수나 정원수로 널리 심고 있어서 국내에서보다 무궁화꽃을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 광주에서도 2019년 시 청사 앞 500여 평에 5개 종 100여 주를 심어 무궁화동산을 조성했고 운전하고 가다보면 일부 도로에 가로수로 가꾸고 있어 무궁화를 볼 수 있다.

무궁화는 높이 3~6m까지 자라는 쌍떡잎 아욱과 낙엽관목이다. 원산지는 인도 북부에서 중국 서남부와 우리나라에 이르는 동북아시아 대부분 지역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원산지와는 별개로 전국시대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는 “군자의 나라에 무궁화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더라”는 구절이 있으며 최치원은 당나라에 보내는 국서에서 신라를 가리켜 ‘근화향(槿花鄕)’이라고 칭하기도 한만큼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무궁화와 인연을 맺어온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무궁화는 문과나 무과에 급제한 사람에게 왕이 내리는 ‘어사화(御賜花)’ 장식용으로 쓰였으며 혼례 때 입는 옷에도 풍요와 다산, 변치않음을 상징하는 무궁화를 수놓았다. 또 대한민국 수립 직후인 1949년 행정·입법·사법 3부의 휘장을 모두 무궁화로 도안했으며 태극기의 깃봉도 무궁화 꽃봉오리로 정했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가장 영예로운 훈장은 ‘무궁화 대훈장’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불렸을까. 1896년 독립문 정초식 때 배재학당 학도들이 부른 애국가 가사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란 구절이 있는데 이것이 계기가 돼 국화로 자리매김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무궁화는 특히 일제강점기 때 많은 수난을 당했다, 독립지사들이 나라꽃으로 무궁화를 내세우자 일제는 무궁화를 아예 뽑아버리고 불태웠다. 또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서고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는 이유를 붙여 ‘피꽃’, ‘부스럼꽃’으로 부르면서 무궁화를 멀리하도록 했다. 생명력이 강한 무궁화가 저항 의지를 상징하기에 철저히 배격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선각자들이 독립정신과 민족 얼의 상징으로 무궁화를 사용하며 정부 수립이후 자연스럽게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국내 여러 자생식물 중에서 국화(國花)로 이보다 의미 깊은 꽃은 찾기 힘들 것이다.

무궁화는 세계적으로 300종 이상의 품종이 있으며 그중 우리나라가 개발한 것만 130여 종 이상으로 매우 다양하다. 대한민국 국가 상징으로 사용되는 무궁화는 꽃잎이 5장인 홑꽃 계통 중에서도 흰색 또는 연분홍색 바탕 꽃잎에 붉은 단심이 있는 백 단심계 또는 홍 단심계 무궁화이며, 특정 품종으로 한정된 것은 아니다.

무궁화가 잘 자라고 많은 꽃을 피우는데 필요한 조건은 비옥한 토양 및 햇빛과 양분이다. 햇볕을 매우 좋아하므로 반드시 귀하게 관리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정원이나 공원에 심어야 좋은 꽃을 볼 수 있다. 무궁화는 7월부터 9월까지 약 100일간 새로운 꽃을 피운다.

진딧물이 많은 꽃이라는 이유로 정원에 심기를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진딧물과 꽃이 필 때 잎나방을 막을 수 있도록 저독성 살충제를 2~3회 살포하면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 무궁화는 종자로 심으면 품종이 유지되지 않으므로 특정한 품종을 심고자 한다면 접목한 나무나 삽목을 해 양성한 묘목을 심어야 한다.

8월 15일은 79주년 광복절이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시절 선조들이 목숨 바쳐 지킨 민족의 상징 ‘우리나라 꽃 무궁화’를 심고 잘 가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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