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혼부부·취약층 임대주택 늘려 주거 복지 실현”
2024년 08월 04일(일) 18:20 가가
광주일보가 만난 경제인 정수미 LH 광주전남본부장
용적률만 높여준 인·허가로 광주 도심 고층아파트 공공시설 태부족
민간주택 공급 과잉이라지만 광산구 산정지구 등 공공개발 필요
용적률만 높여준 인·허가로 광주 도심 고층아파트 공공시설 태부족
민간주택 공급 과잉이라지만 광산구 산정지구 등 공공개발 필요
▲광주일보가 만난 경제인 정수미LH 광주전남본부장
경제학에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이론에 입각한 사상의 개혁을 ‘케인즈 혁명’이라고 한다. 시장의 실패를 예견하고 정부의 개입 즉 공공 지출의 필요성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당시 만연했던 자유방임주의에 대한 적확한 지적이었고, 1873년부터 1896년까지의 ‘대불황’, 1930년대 경제 대공황 등을 거치면서 그의 경제학은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신고전학파, 신자유주의 등 시장주의를 강조하는 이론이 나왔지만, 케인스의 주장은 포스트 케인스, 네오 케인스로 더 견고하고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케인스의 주장은 미국 프랭클린D. 루스벨트 대통령의 그 유명한 뉴딜 정책, 유럽 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복지사회(Welfare Society)’의 근간이 된다. 특히 복지사회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어떤 특수한 장애나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사회를 말한다. 우선적으로 정부가 국민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의 하한선을 설정하고 이에 미치지 못한 경우 재정을 투입해 지원·보조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공공(公共)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하며, 공공서비스의 양적·질적 향상을 통해 시장이 제공하는 민간서비스와 경쟁하는 것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산하 공기업들은 민생 최전선에서 공공서비스를 실행에 옮긴다는데 그 중요한 가치가 있다. 공기업 중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주거와 관련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LH는 국민 주거 안정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토지의 취득·개발·비축·공급, 주택의 건설·공급·관리, 도시개발 및 주거복지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LH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46조4000억원, 매출 13조6000억원, 직원 8769명의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쳐진 국내 최대 공기업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부동산이라는 업무영역을 담당하며, 역대 정권의 수많은 부동산 정책을 최일선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 무량판 구조 설계 등으로 국민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신도시 조성, 공공택지 개발 등 공익사업을 통해 발생한 개발 이익을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거 복지사업에 교차 보전함으로써 주거 취약 계층의 주거 안전망을 구축하는 LH의 중대한 역할마저 부인할 수는 없다. 최근 시장에서 민간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의 주택 공급을 보다 늘려 다양한 계층이 그 혜택을 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LH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광주일보는 최근 정수미(57) LH 광주·전남본부장을 만났다.
광주 출신인 정 본부장은 1991년 입사해 다양한 현장을 누비며 개발 전문가(Developer)로 경험을 쌓았으며, 본사에서 도시경관 설계 및 도시계획업무 총괄을 역임했다. 최근 2년간 광주·전남본부에서 건설사업처장으로 일하다 지난 1월 2일 최초 LH 광주전남지역본부 여성 본부장에 임명됐다.
전남대 조경학과를 졸업한 뒤 바로 다음날 출근해 33년간 근속한 그녀는 지독한 LH 사랑꾼이다. 자그마한 체구로, 제1기 신도시 일산을 시작으로 전국 개발 현장을 누빈 정 본부장에게 LH의 나아갈 방향, 광주 도시 개발의 문제점, 주거 복지 서비스의 미래 등에 대해서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LH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어떤 곳인가.
▲1980∼90년대 두암·하남·문흥·일곡·풍암·첨단지구, 2000년대 수완지구, 용산지구 등을 비롯해 나주빛가람혁신도시, 선운·효천지구를 조성하는 등 택지를 개발하고 영세민과 서민들을 위해 다양한 임대주택을 공급해왔다. 최근에는 빛그린국가산업단지·선운2공공주택지구 등과 산정공공주택지구·고흥우주발사체·나주에너지산단 등 지역의 미래 성장 기반이 되는 사업들도 함께 추진 중이다. 구도심에 대한 도시재생사업, 보다 고품질의 임대주택 공급, 취약계층 주거안정을 위한 맞춤형 주거복지서비스 제공 등 주거 복지 안전망 구축에도 노력하고 있다.
=LH 업무의 범위가 굉장히 넓은데 주요 업무 소개를 부탁한다.
▲최근 몇 년간 불미스러운 일(지난 2021년 3월 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 등)이 있어 조심스럽지만,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정말 열심히 일한다. 영구임대주택부터 장단기 임대주택, 청년·신혼부부계층 임대주택,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 무주택 서민 임대주택 증 주거복지사업, 공공분양주택 공급, 부동산 금융 등 주택사업, 신도시 조성, 스마트시티 조성, 도시 재생, 도시 정비, 국유지 개발, 노후 건축물 정비 등 토지 사업 등이 대표적인 업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산정지구 개발로 시끄러운데 (광주시는 공공택지지구지정 동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역시민단체들도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 주도 대도시권 주택공급 사업으로, 2030년까지 광산구 산정동 일대 168만3000㎡에 인구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1만3000세대 공공주택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광주시의 반대가 있고,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지만, 광주형일자리 주거 지원 등 광주지역 집값 안정을 위해 여전히 공공개발의 필요성이 높다고 본다. ‘2030 광주광역시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광주는 2030년까지 공공임대 주택이 2만호 이상 필요하며, 주택가격 상승 및 금리 인상으로 무주택 서민의 공공주택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민간주택은 공급 과잉일 수 있으나 공공개발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간개발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산정지구는 우수한 교통여건과 산업단지 및 주거단지에 둘러싸여 개발압력이 높아 민간소규모 개발 시 기반시설 부족 등 상당한 문제점 등이 우려된다. 따라서 LH는 현재 개발부지 내 저수지를 모두 보존하는 등 최대한 자연 지형을 살리고, 도로·공원 등 공공시설도 수준 높게 배치하는 등 가장 최근의 개발 트랜드를 접목시킬 예정이다. 공공주도의 계획적인 개발을 통해 난개발을 방지하고, 기반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여 쾌적하고 자연 친화적인 공공개발 택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왜 반대한다고 생각하는가.
▲민간공원특례사업, 전방·일방부지개발사업 등 민간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 사업이 다수 진행되고 있는데다 도시 곳곳에 아파트들이 공급되는데 또 공기업이 아파트단지 개발에 나서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업은 어디까지나 공공개발이다. ‘계획적 개발’이라는 전제 아래 건설업체에 택지를 공급하고, 민간 아파트만이 아니라 고품질의 공공주택도 새롭게 제공하는 것이다.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내용을 좀 살펴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시 광주를 평가한다면.
▲3년 전 오랜만에 광주에 와보고 깜짝 놀랐다. 도로나 공원 등 공공시설은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도심 곳곳에 고층아파트를 너무 무분별하게 지었다. 시민 주거의 질이 과거보다 더 낮아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택지 개발은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할 때 기본적으로 30% 이상 공공시설에 쓰도록 되어 있는데, 이러한 개별 인허가가 남발되면서 공공시설 면적은 오히려 감소했다. 과거 조성된 아파트 단지가 최근 것보다 조경이나 경관, 디자인 등에서 오히려 나은 것 같다. 지나치게 용적률만 높여줬다.
=지역기여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과거 ‘건설 만능시대’에 그런 측면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아니다. 수도권에 인구, 자본 등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어서 그러겠지만, 현재 광주·전남지역에서 주택·토지 개발사업으로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다. 오히려 주거복지사업에 LH의 재투자가 계속되고 있으며, 수도권 등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이 지방에 투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계층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장의 목소리를 바로 사업에 반영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LH에서도 최선을 다해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대상도 영세민에서 신혼부부, 청년, 최근에는 사회주택의 영역까지 대상을 보다 확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든든전세’라고 해서 중산층이 선호하는 30평형 아파트를 최대 8년 간 소득이나 자산 기준 없이 무주택자라면 입주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다자녀, 신혼부부 등에게도 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2019년부터 지방 최초로 광산구 우산동에서 1300여세대에 달하는 ‘동서작 공공시행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시행 재개발사업이란 조합설립 대신 LH 등의 공공기관을 시행자로 지정하여 추진하는 재개발사업이다. LH는 정체된 재개발사업의 정상화와 낙후된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투명한 사업관리, 신속한 사업 추진, 적극적인 주민 지원 등의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 구역 내 주민은 주민대표회의를 구성·운영해 시공자 선정 등의 권한을 가지며, 사업시행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경우 LH는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함으로써 원활하고 신속하게 공공시행 재개발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현재 시공자 선정 이후 건축물 고도 제한 완화를 위한 비행안전영향평가를 진행 중에 있으며, 사업시행계획인가 및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의 후속업무 추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주거복지사업에 정성을 쏟고 있다.
▲모두가 지금은 알고 있겠지만, ‘건설의 시대’는 이제 저물었다. LH 역시 ‘주거 복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게 됐으며, 앞으로 이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올리면서, 국민 주거의 질을 높일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재 광주·전남에서 LH가 공급한 임대아파트는 9만6000호가 넘는다. 1980년대 후반부터 공급해 이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시설 개선만이 아니라 거주민들의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등에도 힘쓰고 있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신규로 설치하고, 주로 빈곤층인 이들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주민들의 참석을 늘리기 위해 관리비나 단지 내에서 사용이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할 예정이다.
최근 북구청과 함께 비어있는 단지 내 상가를 청년 창업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청년들에게 무료로 임대해 주는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부동산 개발을 주로 하던 LH가 삶의 터전의 제공, 주거 안정 지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주거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너무 업무 이야기만 했다. LH에서 꽤 유명하다고 하던데.
▲(손 사레를 치며)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대학 졸업식 바로 다음날 한국토지공사(LH 전신)로 출근했는데, 너무 느낌이 좋았다. 당시 진행되고 있던 제1기 신도시인 일산 현장에 배치되어 정말 열심히 일했다. 상전벽해의 현장에서 4년간 일하며 느낀 점은 대한민국이, 당시 한국토지공사라는 공기업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30만평 규모의 인공호수인 일산호수공원을 어떻게 그 당시에 생각해냈을까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아이디어였다. 그때가 아마도 전성기였던 모양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시민의식도 높아지고 수용 방식의 개발에 대한 반발도 커서 현장에서 어려운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분당과 용인 죽전을 연결하는 8차선 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반대 데모를 하고 공사를 방해하기 위해 컨테이너 안에 콘크리트를 부어버렸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토지 수용 시 주민 보상에 대한 법령과 절차 등이 개선되고, 주민설명회 등 사업 전 사전 협의 과정도 정착된 것 아니겠는가. 현장을 너무 좋아해 돌아다니다보니 결혼이 조금 늦었다.
=남편의 불만은 없는가.
▲남편이 전남도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었는데, 제가 경기도 현장에 주로 있다 보니 일대일 교류를 통해 용인시로 옮겨왔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 주로 있다가 늦게 퇴근하니 남편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금은 반대로 제가 광주에 있고 남편은 용인에서 근무하다보니 주말부부를 하고 있다. 대학 3학년인 딸이 있는데, 매우 화목하다.
=성공한 투자가 있다면.
▲LH라는 직장에 모든 것을 쏟고 살았다. 이제 곧 떠날 때가 오겠지만, 돌이켜 보면 조직의 울타리 안에서 동료들과 돈독하게 지냈다. 인간관계의 대부분도 이 LH에 있다. LH에 제 삶의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며, (나중에 허망할 수 있겠지만)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지역민에게 바람이 있다면.
▲LH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민원의 질과 양이 상당하다. 업무 강도가 높고 한계도 없는 일들이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민과 잘 소통하고 LH의 긍정적인 측면을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지역민들께서 LH에 대해 반드시 필요하고 미래 함께 해야 할 공기업이라고 느끼실 때까지 열심히 홍보하고 더 좋은 사업들을 구상해 실천해 옮기도록 하겠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경제학에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이론에 입각한 사상의 개혁을 ‘케인즈 혁명’이라고 한다. 시장의 실패를 예견하고 정부의 개입 즉 공공 지출의 필요성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당시 만연했던 자유방임주의에 대한 적확한 지적이었고, 1873년부터 1896년까지의 ‘대불황’, 1930년대 경제 대공황 등을 거치면서 그의 경제학은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신고전학파, 신자유주의 등 시장주의를 강조하는 이론이 나왔지만, 케인스의 주장은 포스트 케인스, 네오 케인스로 더 견고하고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 무량판 구조 설계 등으로 국민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신도시 조성, 공공택지 개발 등 공익사업을 통해 발생한 개발 이익을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거 복지사업에 교차 보전함으로써 주거 취약 계층의 주거 안전망을 구축하는 LH의 중대한 역할마저 부인할 수는 없다. 최근 시장에서 민간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의 주택 공급을 보다 늘려 다양한 계층이 그 혜택을 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LH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광주일보는 최근 정수미(57) LH 광주·전남본부장을 만났다.
광주 출신인 정 본부장은 1991년 입사해 다양한 현장을 누비며 개발 전문가(Developer)로 경험을 쌓았으며, 본사에서 도시경관 설계 및 도시계획업무 총괄을 역임했다. 최근 2년간 광주·전남본부에서 건설사업처장으로 일하다 지난 1월 2일 최초 LH 광주전남지역본부 여성 본부장에 임명됐다.
전남대 조경학과를 졸업한 뒤 바로 다음날 출근해 33년간 근속한 그녀는 지독한 LH 사랑꾼이다. 자그마한 체구로, 제1기 신도시 일산을 시작으로 전국 개발 현장을 누빈 정 본부장에게 LH의 나아갈 방향, 광주 도시 개발의 문제점, 주거 복지 서비스의 미래 등에 대해서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LH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어떤 곳인가.
▲1980∼90년대 두암·하남·문흥·일곡·풍암·첨단지구, 2000년대 수완지구, 용산지구 등을 비롯해 나주빛가람혁신도시, 선운·효천지구를 조성하는 등 택지를 개발하고 영세민과 서민들을 위해 다양한 임대주택을 공급해왔다. 최근에는 빛그린국가산업단지·선운2공공주택지구 등과 산정공공주택지구·고흥우주발사체·나주에너지산단 등 지역의 미래 성장 기반이 되는 사업들도 함께 추진 중이다. 구도심에 대한 도시재생사업, 보다 고품질의 임대주택 공급, 취약계층 주거안정을 위한 맞춤형 주거복지서비스 제공 등 주거 복지 안전망 구축에도 노력하고 있다.
=LH 업무의 범위가 굉장히 넓은데 주요 업무 소개를 부탁한다.
▲최근 몇 년간 불미스러운 일(지난 2021년 3월 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 등)이 있어 조심스럽지만,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정말 열심히 일한다. 영구임대주택부터 장단기 임대주택, 청년·신혼부부계층 임대주택,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 무주택 서민 임대주택 증 주거복지사업, 공공분양주택 공급, 부동산 금융 등 주택사업, 신도시 조성, 스마트시티 조성, 도시 재생, 도시 정비, 국유지 개발, 노후 건축물 정비 등 토지 사업 등이 대표적인 업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산정지구 개발로 시끄러운데 (광주시는 공공택지지구지정 동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역시민단체들도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 주도 대도시권 주택공급 사업으로, 2030년까지 광산구 산정동 일대 168만3000㎡에 인구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1만3000세대 공공주택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광주시의 반대가 있고,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지만, 광주형일자리 주거 지원 등 광주지역 집값 안정을 위해 여전히 공공개발의 필요성이 높다고 본다. ‘2030 광주광역시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광주는 2030년까지 공공임대 주택이 2만호 이상 필요하며, 주택가격 상승 및 금리 인상으로 무주택 서민의 공공주택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민간주택은 공급 과잉일 수 있으나 공공개발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간개발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산정지구는 우수한 교통여건과 산업단지 및 주거단지에 둘러싸여 개발압력이 높아 민간소규모 개발 시 기반시설 부족 등 상당한 문제점 등이 우려된다. 따라서 LH는 현재 개발부지 내 저수지를 모두 보존하는 등 최대한 자연 지형을 살리고, 도로·공원 등 공공시설도 수준 높게 배치하는 등 가장 최근의 개발 트랜드를 접목시킬 예정이다. 공공주도의 계획적인 개발을 통해 난개발을 방지하고, 기반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여 쾌적하고 자연 친화적인 공공개발 택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왜 반대한다고 생각하는가.
▲민간공원특례사업, 전방·일방부지개발사업 등 민간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 사업이 다수 진행되고 있는데다 도시 곳곳에 아파트들이 공급되는데 또 공기업이 아파트단지 개발에 나서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업은 어디까지나 공공개발이다. ‘계획적 개발’이라는 전제 아래 건설업체에 택지를 공급하고, 민간 아파트만이 아니라 고품질의 공공주택도 새롭게 제공하는 것이다.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내용을 좀 살펴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시 광주를 평가한다면.
▲3년 전 오랜만에 광주에 와보고 깜짝 놀랐다. 도로나 공원 등 공공시설은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도심 곳곳에 고층아파트를 너무 무분별하게 지었다. 시민 주거의 질이 과거보다 더 낮아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택지 개발은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할 때 기본적으로 30% 이상 공공시설에 쓰도록 되어 있는데, 이러한 개별 인허가가 남발되면서 공공시설 면적은 오히려 감소했다. 과거 조성된 아파트 단지가 최근 것보다 조경이나 경관, 디자인 등에서 오히려 나은 것 같다. 지나치게 용적률만 높여줬다.
=지역기여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과거 ‘건설 만능시대’에 그런 측면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아니다. 수도권에 인구, 자본 등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어서 그러겠지만, 현재 광주·전남지역에서 주택·토지 개발사업으로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다. 오히려 주거복지사업에 LH의 재투자가 계속되고 있으며, 수도권 등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이 지방에 투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계층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장의 목소리를 바로 사업에 반영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LH에서도 최선을 다해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대상도 영세민에서 신혼부부, 청년, 최근에는 사회주택의 영역까지 대상을 보다 확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든든전세’라고 해서 중산층이 선호하는 30평형 아파트를 최대 8년 간 소득이나 자산 기준 없이 무주택자라면 입주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다자녀, 신혼부부 등에게도 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2019년부터 지방 최초로 광산구 우산동에서 1300여세대에 달하는 ‘동서작 공공시행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시행 재개발사업이란 조합설립 대신 LH 등의 공공기관을 시행자로 지정하여 추진하는 재개발사업이다. LH는 정체된 재개발사업의 정상화와 낙후된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투명한 사업관리, 신속한 사업 추진, 적극적인 주민 지원 등의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 구역 내 주민은 주민대표회의를 구성·운영해 시공자 선정 등의 권한을 가지며, 사업시행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경우 LH는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함으로써 원활하고 신속하게 공공시행 재개발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현재 시공자 선정 이후 건축물 고도 제한 완화를 위한 비행안전영향평가를 진행 중에 있으며, 사업시행계획인가 및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의 후속업무 추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주거복지사업에 정성을 쏟고 있다.
▲모두가 지금은 알고 있겠지만, ‘건설의 시대’는 이제 저물었다. LH 역시 ‘주거 복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게 됐으며, 앞으로 이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올리면서, 국민 주거의 질을 높일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재 광주·전남에서 LH가 공급한 임대아파트는 9만6000호가 넘는다. 1980년대 후반부터 공급해 이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시설 개선만이 아니라 거주민들의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등에도 힘쓰고 있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신규로 설치하고, 주로 빈곤층인 이들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주민들의 참석을 늘리기 위해 관리비나 단지 내에서 사용이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할 예정이다.
최근 북구청과 함께 비어있는 단지 내 상가를 청년 창업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청년들에게 무료로 임대해 주는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부동산 개발을 주로 하던 LH가 삶의 터전의 제공, 주거 안정 지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주거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너무 업무 이야기만 했다. LH에서 꽤 유명하다고 하던데.
▲(손 사레를 치며)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대학 졸업식 바로 다음날 한국토지공사(LH 전신)로 출근했는데, 너무 느낌이 좋았다. 당시 진행되고 있던 제1기 신도시인 일산 현장에 배치되어 정말 열심히 일했다. 상전벽해의 현장에서 4년간 일하며 느낀 점은 대한민국이, 당시 한국토지공사라는 공기업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30만평 규모의 인공호수인 일산호수공원을 어떻게 그 당시에 생각해냈을까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아이디어였다. 그때가 아마도 전성기였던 모양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시민의식도 높아지고 수용 방식의 개발에 대한 반발도 커서 현장에서 어려운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분당과 용인 죽전을 연결하는 8차선 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반대 데모를 하고 공사를 방해하기 위해 컨테이너 안에 콘크리트를 부어버렸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토지 수용 시 주민 보상에 대한 법령과 절차 등이 개선되고, 주민설명회 등 사업 전 사전 협의 과정도 정착된 것 아니겠는가. 현장을 너무 좋아해 돌아다니다보니 결혼이 조금 늦었다.
=남편의 불만은 없는가.
▲남편이 전남도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었는데, 제가 경기도 현장에 주로 있다 보니 일대일 교류를 통해 용인시로 옮겨왔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 주로 있다가 늦게 퇴근하니 남편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금은 반대로 제가 광주에 있고 남편은 용인에서 근무하다보니 주말부부를 하고 있다. 대학 3학년인 딸이 있는데, 매우 화목하다.
=성공한 투자가 있다면.
▲LH라는 직장에 모든 것을 쏟고 살았다. 이제 곧 떠날 때가 오겠지만, 돌이켜 보면 조직의 울타리 안에서 동료들과 돈독하게 지냈다. 인간관계의 대부분도 이 LH에 있다. LH에 제 삶의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며, (나중에 허망할 수 있겠지만)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지역민에게 바람이 있다면.
▲LH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민원의 질과 양이 상당하다. 업무 강도가 높고 한계도 없는 일들이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민과 잘 소통하고 LH의 긍정적인 측면을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지역민들께서 LH에 대해 반드시 필요하고 미래 함께 해야 할 공기업이라고 느끼실 때까지 열심히 홍보하고 더 좋은 사업들을 구상해 실천해 옮기도록 하겠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