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 재활용률 높이기, 학교가 대안 될 수 있다 - 오진희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팀장
2024년 07월 31일(수) 21:30
우리나라 종이팩 재활용률은 14%로 매우 낮다. 일반 팩이나 멸균 팩 이용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 20.2%였던 재활용률은 2021년 14%로 오히려 떨어졌다. 해외의 경우, 종이팩 재활용률이 벨기에는 84%, 독일은 70%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임을 볼 때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종이팩은 일반 팩과 멸균 팩으로 나뉜다. 종이팩은 주로 우유나 음료를 담기 때문에 안쪽 면에 폴리에틸렌이라는 플라스틱 비닐 소재로 포장되어 있다. 투명하게 코팅된 것을 일반 팩, 알루미늄 코팅이 추가된 것을 멸균 팩으로 구분한다.

종이팩 재료는 1급 천연펄프가 사용되는 고급 자원이다. 종이팩은 재활용할 경우 휴지나 키친타월 같은 고급 종이로 재탄생할 수 있다. 버리면 쓰레기지만 재활용하면 고부가가치 자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종이팩을 종이류로 분류해서 버리고 있는데 이럴 경우 종이팩은 자원이 되지 못하고 쓰레기가 되고 만다. 종이팩은 종이와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구분해서 배출해야 하지만, 실상 우리 주변에서 종이팩 수거함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종이팩 배출시, 남은 음료가 상하면서 벌레나 악취가 발생하기 때문에 관리상의 문제로 수거함을 설치했다가 자발적으로 철거하는 경우도 있다.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거함 설치 등 시스템 개선과 함께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광주시가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시민과 학교 영역에서도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실천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학교는 우유급식을 하는 곳이 많다 보니 자원순환 실천 중에서도 ‘종이팩 분리배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곳이 많다. 각 학교별로, 학급별로 종이팩을 몇 달씩 모아 인근 동(洞) 주민센터에 가지고 가서 재생 화장지로 교환하고 있다.

그렇다면,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학교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수거 체계가 미비한 현재의 정책과 제도 속에서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협의회와 유어스텝 등 지역사회와 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종이팩을 구하는 우리 학교 프로젝트’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2023년 1개 학교를 시작으로 2024년 7개 학교까지 총 8개 학교를 대상으로 교내 종이팩 수거함을 설치하고 주 1회 정도 전교생들을 대상으로 종이팩을 수거하고 있다. 이처럼 미비한 수거 체계 속에서 학교가 종이팩 분리배출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8개 학교지만 점차 광주 전체 학교로 확산하고, 이것이 전국적으로 퍼지면 종이팩 재활용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학교와 교사의 자발적 참여에만 맡겨두지 말고 학교가 좀 더 플랫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좀 더 체계적인 교육 모델로서 ‘종이팩 분리배출’을 할 필요가 있다. 재미적인 요소,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종이팩 수거함 설치와 전체 학급 대상 교육 프로그램 제공도 필요하다. 수거차량이 학교를 방문해 깨끗하게 수거하고 있음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

상반기가 지난 지금 아이들의 변화만큼 교사들의 변화도 눈에 띈다. 학교 전체가 참여하게 되면서 뜻하지 않게 참여하게 된 선생님들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 너무 감격스러워한다. 또한, 개인의 실천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학생들과 꾸준히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이 사업의 장점으로 손꼽았다.

마지막으로, 생활 속 작은 실천이라도 누군가 혼자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한다. 학교 홀로 실천할 때와는 다르게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은 덕분에 교육효과가 좋았다. 마찬가지로 자원순환에 대한 시민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학교만큼 좋은 곳이 없다. 맞벌이 등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부모들에게 아이들은 좋은 스승이 된다.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각 가정에서 배운 것을 전달하는 전달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종이팩 수거율 14%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자. 현재처럼 행정복지센터에서 종이팩 수거를 돕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거 체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에서 학교가 ‘종이팩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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